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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를지에서의 저물지 않는 하루

비행기로 세 시간을 날아왔을 뿐인데도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활주로에 날개를 내리기도 전에 눈을 사로잡은 넓은 초원은 옛 징기스칸의 위용을 떠오르게 했고 나지막한 건물들은 푸른 하늘을 더욱 높게 만들고 있었다.

본격적인 여름의 초입에 서 있는 7월의 몽골은 백야현상이 심하다. 새벽 5시 전부터 내리쬐는 햇빛은 오후 10시가 넘어서도 힘을 잃지 않는다. 덕분에 하루가 길다. 느즈막히 하루를 시작해 일정 중간중간 넉넉한 휴식시간을 더했는데도 일정이 여유롭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왔는데도 둥실 떠 있는 해는 이방인들에게 낯설음보다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 테를지의 선물

외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 몽골인들의 실제 생활을 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시내에서 60km 정도 떨어진 테를지 국립공원을 찾는 것이다. 1시간 거리에 위치한 테를지는 국립공원의 수려함과 유목민들의 문화적인 특이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최대의 관광지다.

유목민들은 키우던 가축들이 부근의 풀들을 다 뜯어먹으면 게르를 걷어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1년에 대략 스무번 정도 옮긴다고 하는데, 테를지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체험 게르를 만들어놓았다. 관광게르는 만드는 방식이나 형태는 유목민들의 것과 똑같되 침대나 벽난로 등의 위생적인 부분에 신경을 썼다. 샤워타월에 옷걸이, 모기향, 난로 앞의 넉넉한 뗄감까지 마련됐으니 ‘호화 게르’인 셈이다. 또한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중앙 가옥에는 식당과 수세식 화장실, 샤워실 등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저녁 늦도록 바비큐 파티를 즐길 수 있다.

몽골인들의 전통 가옥인 ‘게르’는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들의 이동식 조립주택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크기에 따라 5개에서 7개 정도의 나무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나무벽을 조립해서 둥그런 모양의 틀을 만든 후 양털을 둘러주고 천을 덮으면 설치 끝. 쇠못이 아닌 나무못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시키는 게르는 설치하는데 2시간 정도 소요되고, 철거하는데도 40분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형태가 만두와 닮았다고 해 ‘몽골의 만두’라는 의미로 ‘몽골포’로 불리기도 한다.

테를지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선물은 ‘별’이다. 여름철에는 백야현상으로 10시 이후에도 해가 떠있지만 완전한 밤이 되면 쏟아지는 별들을 구경할 수 있다. 일정내내 비가 온다면? 게르의 비닐 천정에 맞아 ‘톡톡’ 소리를 내는 초원의 비오는 밤도 특별하기는 마찬가지다. 난로에 넣은 장작나무는 밤새 하얀 연기를 내며 초원의 하늘을 채우고, 게르의 천장으로 하얀 해가 떠오르면 초원에서의 또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 특별한 추억 ‘미니 나담’

7월의 몽골은 한층 특별하다. 사회주의 혁명 달성을 기념하는 대규모 ‘나담축제’가 개최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몽골인들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 수도인 울란바토르로 모여든다. 행사에는 말타기와 활쏘기, 씨름대회가 개최되는데 그 규모가 실로 대단하다.

특히 몽골식 씨름대회는 국민적인 행사다. 선수들은 죠덕이라고 불리는 짧은 반바지 형식의 경기복을 입고 토너먼트 형식으로 시합을 벌인다. 별도의 경기장 없이 넓은 초원위에서 펼쳐지는 이 경기는 어깨가 땅에 닿아야 승부가 결정되므로 몇시간씩 힘겨루기를 한다. 최종 승리자에게는 ‘아루스탄(사자)’ 2위에게는 ‘잔(코리끼)’, 3위에게는 ‘나침(매)’이라는 칭호가 내려지며 이들은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받는다.

축제를 직접 보고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기간을 놓친 관광객들을 위해 테를지에서는 ‘미니나담축제’가 개최되기도 한다. 게르에 손님들이 많이 모이는 몇몇 날짜에 씨름대회와 말타기 경주가 펼쳐진다. 말경주가 시작되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내기문화’가 빠질 수 없는 법. 팀별 혹은 개인별로 우승마에 얼마의 돈을 걸고 열띤 응원전을 벌이기도 한다.

■ 초원과 하나가 되어

‘사람은 말에서 태어난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몽골인들은 말과 친하다. 지금도 이들은 걸음마보다 승마를 먼저 배운다. 실제로 예닐곱살의 소년이 안장도 없이 커다란 말을 다루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테를지에서는 말이나 야크(소의 일종)을 직접 탈 수 있다. 물론 좁은 승마장의 연습레일이 아닌 넓은 초원이 연습장이다. 승마가 처음인 사람을 위해 현지인들이 다른 말을 타고 바짝붙어 호위한다. 물론 승마 실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마음껏 초원을 누벼도 좋다. 시야가 환하게 뚫린 몽골의 초원에서 바람을 맞으며 말을 달리는 기분은 상상 그 이상이다.

몽골 글·사진=박은경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대한항공 02-1588-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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