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낚싯대 한가로운 갈매기 고향


오랜기간 바닷물의 침식을 받아 이뤄졌을 이 돌섬에는 군데군데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갈매기떼가 눈에 띈다. 고기잡이배에 어장을 알려주는 고마운 놈들인 탓에 어구를 다듬는 어부에게는 갈매기떼를 귀찮아하는 표정은 없다. 사실 무인도인 이 곳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과, 지금도 이 섬을 온전히 자기 섬으로 하는 것은 이들 갈매기떼일테니 사람들이 되려 손님 같다.


■하이뤼다오(海陸島)

사람들은 갑판에 나와 있다. 신경질적인 배 엔진 소리에 익숙해진 다음엔 간헐적으로 흘러나오는 휘발유 냄새가 바닷바람에 실려 코끝을 자극할 법도 한데, 새침한 아가씨들조차 섬 여행의 들뜬 기분 탓인지 아랑곳하지 않는다.

롱청에서 출발, 20여분 정도면 하이뤼다오에 도착한다. 물빛은 한려수도의 짙푸른 색감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그 곳의 기암괴석을 옮겨놓은 듯 친숙하다.

하이뤼다오 전체 면적은 0.07㎢로 작은 편이어서 가뿐하게 돌아보기 좋다. 섬 정상에는 8채의 방갈로가 있는데 밤낚시꾼을 위한 쉼터로써도 깨끗한 시설을 갖추고 있는 편. 이 곳에서 머리 뒤를 시원하게 하는 바람을 맞으며 섬 전체를 조망하면, 바다를 마주한 하늘이 여느 때보다 가까워보인다.

일행들은 본격적인 낚시할 채비에 나섰다. 하이뤼다오는 놀래기, 광어, 우럭, 바다장어, 황어, 석반어 등의 어종이 풍부하다. 한 선원이 출발하기 전에 냉동 새우로 가득 찬 박스를 던져준다. 잡다한 낚시도구를 챙기지 않아도 미끼와 릴낚싯대를 현장에서 대여할 수 있다. 하루 10위엔 내외로 저렴하다.

일찌감치 낚시대를 거머쥔 한 일행은 마뜩찮은 표정으로 “우럭 낚싯밥엔 살오른 미꾸라지가 제격인데…”며 말끝을 흐린다. 이분의 아쉬움을 제대로 들었는지 다른 일행들은 얼른 낚시 포인트 찾기에 나섰다. 정신일도하는 조인(釣人)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왁자지껄한 ‘입질’이 벌어진다.

낚싯대의 담금질이 얼마나 지났을까. 임시로 마련한 물통이 우럭과 광어 등으로 채워진다. 아마추어 낚시꾼에 걸려드는 눈먼 고기는 없지만 조황은 썩 괜찮은 편. 어린아이 팔뚝만한 대어가 출몰하는 포인트는 아니어도 감질난 입질 끝의 성과는 생각보다 꽤나 풍성했다.

일전에 낚은 물고기를 들고, 찍는 사진을 두고 진정한 조인이 아니라는 요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수긍이 간다. 하지만 조금 우아하지 않은들 어떠랴? 20cm 채 못 미칠 것 같은 우럭, 광어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소박한 잔재미에 더욱 끌리는 것을. 세월을 낚는 강태공의 엄숙함은 없지만 입질만 하고 무심히 사라져버린 고기를 함께 꾸밈 없이 아쉬워하고, 재잘대기를 그치지 않는 모습은 그들만의 낚시에 대한 본령이 아니었을까.

중국 산둥성 글·사진=임송희 기자 saesongi@traveltimes.co.kr
취재협조=대룡훼리 02-511-9061



가장 먼저 태양이 뜨는 신성의 땅

■성산두여유풍경구

성산두는 예로부터 중국인의 신성(神性)이 부여된 곳이라고 전해진다. 중국 바다의 가장 동쪽에 맞닿은 이 곳은 가장 먼저 해상 일출을 볼 수 있어 ‘태양이 떠오른 곳’이라고 불리웠다고.
이러한 성산두의 다른 이름은 ‘하늘이 끝나는 곳’ ‘육지의 끝’이라는 뜻을 가진 ‘천진두(天津頭)’로, 시황제는 이 곳을 2번이나 방문해 태양신에게 제를 지냈는가하면, 불멸의 선약을 구하기 위해 수천명의 동자, 동녀를 이 곳으로 보냈다고 한다.

진시황과 그의 애첩, 그리고 애첩을 사랑하는 호위병의 엇갈린 사랑을 큰 줄거리로 깔고 있는 영화 ‘진용’이 떠오른다. 동자·녀들의 신비로운 행렬에 얼른 생각이 미치지만 빈약한 지식과 상상력은 고작 여기에 그친다.

시황제뿐만 아니라 중국 역대 황제들도 하늘 아래 유일한 존재인 천자와 태양을 동일시하는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 곳을 자주 찾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등 남다른 의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성산두는 군사요충지로서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중국의 가장 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우리네 역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당나라의 장수 소정방이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13만 대군이 출발한 항구가 이 곳이라고 한다.


■ 진시황 사당

성산두여유풍경구 안에는 진시황제의 사당이 자리해 눈길을 끈다. 시황제의 궁궐터로 이 곳 사람들은 진시황제의 사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시안의 진시황릉에서 느껴지는 그의 쩌렁쩌렁한 위용을 느낄 수는 없다. 내세에서까지 진시황을 호위하고 있는 병마용이 사당 앞을 가로막을 뿐 더 이상 닮은꼴을 찾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진시황 사당은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성산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건축물이며, 중국 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의 사당이라고 한다. 한갓진 사당 내에는 청조 시대에 혁혁한 전과를 올린 덩샤오창 장군의 사당도 잇으니 빼놓지 않고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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