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에서 만나는 천지와 초원

「不登長白山終生遺憾」
백두산에 가보지 못하면 평생 한이되리!
- 등소평 동지 -


힘들어도 백두산만 오른다면…
백두산을 가는 길은 결코 쉽지 않다. 설령 비싼 값을 치르고 직항 비행기표를 구했다고 해도 연길에서도 다시 4~5시간을 버스를 타야만 백두산 자락에 닿을 수 있다. 연길 현지의 관광버스는 여자들이 앉아도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덩치 큰 장정이 버스를 탔다면 4시간 동안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웅크리고 있을 각오를 해야 한다.

휴게소도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휴게소가 아니다. 길가에 차를 댄 곳에는 붉은 벽돌의 낮은 집 몇 채가 서 있었다. 화장실은 문은커녕 칸막이도 허술하다. 더운 여름엔 비위 약한 사람은 들어갈 엄두를 못 낼 정도다. 하지만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이 정도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전에는 아예 화장실 건물도 없고 칸막이도 없었다. 마침 휴게소 한편에 벽돌을 쌓고 있는 인부들이 보았는데 새로운 집을 짓는가보다. 내년쯤에 다시 이 곳을 찾는 이들은 문 정도는 달려있는 화장실을 이용할수 있을 것 같다.



꿈에 그리던 백두산 등정

백두산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는 곳이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중국과 수교가 이뤄진 후 중국을 통해 백두산과 천지를 가볼 수 있다는 것이 큰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매년 천지에 오를 수 있는 5월 중순부터 9월 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백두산을 찾는다. 순수한 백두산관광이 목적이라면 이곳은 성수기 밖에 없다. 벌써 10여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백두산을 다녀왔을 터인데 아직도 백두산에 다녀왔다는 얘기는 자랑거리인 동시에 타인들의 부러움을 산다.

백두산은 사실 우리만의 명산은 아니다. 눈과 부석으로 그 정상이 하얗게 보인다 해 백두산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중국인들은 늘 하얗다는 의미로 ‘장백산’이라고 부른다. 중국의 대표적인 지도자 중 한 사람인 등소평은 지난 83년에 이곳을 방문하고 “백두산에 가보지 못하면 평생 한으로 남을 것(不登長白山終生遺憾)”이라는 말을 남겼다. 중국인들에게도 백두산은 한번쯤 가보고 싶은곳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크게 장백폭포를 볼 수 있는 북파와 트레킹 코스인 서파 두 가지다. 이 중 북파는 이도백하를 통해 산 아래에서 짚차를 타고 천문봉에 오르거나 소천지를 거쳐 장백폭포를 통해 달문에 이른다. 짚차를 타고 오를 경우에는 한번 4~6명이 탈 수 있으며 사방이 초지로 나무다운 나무도 안보이고 밋밋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탁 트인 초원에서만 접할 수 있는 탁 트인 조망을 볼수 있어 파란하늘과 녹색초원의 조화가 마음을 일순간에 평화롭게 한다. 단,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 있다고 해도 구불구불해서 때로는 180도로 회전하기도 하는 등 차를 꽉 잡은 손목도 아프고 이리저리 움직여 엉덩이가 얼얼해진다.

바다 날씨만큼이나 산의 날씨 또한 변덕이 심한 편이다. 백두산의 날씨는 하루에도 열두번은 변한다. 이 지역이 몽고의 찬 바람과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기운이 만나는 곳이라 수시로 안개가 낀다. 눈오고 비오는 날이 200여일이 넘고 무상기일이 겨우 70일 정도여서 성수기 한 철만 놓고 봐도 천지를 볼 수 있는 확률은 40~50% 수준 밖에 안된다. 그래서 가이드들이 어김없이 하는 말 중 하나가 기후에 대한 정보와 “맑은 날 천지를 볼 수 있는 행운은 복 받은 사람들에게만 주어집니다”이다. 다행히도 올해 천지를 다녀온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맑은 천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고, 7월에 직접 찾았을 때도 천지의 모습을 무사히 사진에 담아올 수 있었다.

백두산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청년여행사 051-466-1381
중국국제항공 051-463-6190


빠트릴 수 없는 또 하나, 백두산 온천
장백폭포를 오르는 길을 따라 물줄기가 흐르고 군데군데 양철솥이 담가져 있는 것이 보인다. 흐르는 물 위로 계속해 김이 모락모락 난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백두산은 휴화산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화산 활동은 일시적으로 멈춰있으나 땅 속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용암이 끓고 있고 그 열기가 온천을 만든다. 백두산 온천수는 위치에 따라 온도가 다르며 높은 곳은 80도 이상까지 뜨겁다. 시냇물에 담가놨던 솥들은 필경 밥을 짓거나 다른 요리들을 하는 것이겠다.

이러한 뜨거운 온천수에서 익힌 삶은 계란도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다. 마찬가지로 장백폭포 오르는 길가에 허술하게 만든 집이 보이는데, 문없이 한 쪽이 트여 있고 그 안을 들여다보면 움집의 화구처럼 움푹 파인 곳에 물이 끓고 달걀이 익고 있다. 몸에 좋다는 이런 저런 성분이 들어있는 온천수에서 익힌 달걀을 까면 그 속 또한 범상치 않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보통 달걀은 겉에 흰자부터 익어서 시간을 잘 조절하면 취향에 따라 노른자 부분을 반숙해서 먹기도 하나, 이 백두산 온천에서 익힌 달걀은 거꾸로 속에 있는 노른자부터 익는 것이다. 그래서 흰자부위가 덜 익어 계란을 까기 힘든 지경인데도 먹어보면 속의 노른자는 설익지 않았으면서도 퍽퍽하지 않은 매우 이상적인 상태로 익혀져 있어 그 맛이 또 별미다.

이왕 백두산까지 발걸음을 했는데 좋은 온천물을 두고서 그냥 돌아오기 아쉽다. 등산으로 피곤하다면 혹은 산을 오르내리며 흘린 땀과 산 정상에서 찬바람을 맞아 으슬으슬한 기운을 느낀다면 따뜻한 온천물에 1~2시간 쯤 몸을 담갔다 오면 좋다. 대우호텔 등을 이용한다면 호텔 내에 온천탕이 갖춰져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온천시설들이 많다.

패키지 상품을 이용했다면 어차피 온천은 오래한다고 좋은게 아니니까 잠시 짬을 내 옵션으로 온천욕을 가는 것도 좋다. 보통 옵션하면 ‘바가지’라는 인식이 있어 무조건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드는 여행객이 많으나 백두산 온천의 경우 곳에 따라 가격의 차이는 있지만 5천원에서 2만원 정도로 큰 부담은 없는 편이다.

백두산 온천욕은 직접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특별한 낭만이 있다. 살아있는 백두산 정기를 받은 온천의 수질도 수질이지만, 노천탕에 바라보는 산의 풍경이 그야말로 신선놀음이라 할 만하다.

최근에는 사방이 흰 눈으로 덮인 산 속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에 몸을 담글 수 있는 색다른 풍류를 찾아 백두산을 찾는 관광객들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겨울바다가 그렇듯 한적함과 비수기요금의 저렴함 그리고 설국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꼭 가볼만 한 겨울여행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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