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샷이 활화산을 넘는 ‘구마모토’

큐슈의 중심부에 있는 구마모토현은 활화산인 나카다케 화구를 비롯한 화구 다섯 개를 품은 아소산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정작 구마모토는 항공편으로 바로 들어오는 주변의 나가사키나 미야자키현보다 유명세를 덜타는 편이다. 그러나 아시아나 항공이 9월23일부터 구마모토 공항으로 취항하게 되면 구마모토의 주요 관광지인 아소, 키쿠치, 히토요시, 아마쿠사 등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한국 관광객의 방문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구마모토현에는 아소산, 단풍터널로 유명한 키쿠치 계곡, 히토요시 온천, 아마쿠사의 돌고래 쿠르즈 등 천혜의 관광자원이 있다. 또 일본 3대성 중 하나인 구마모토성과 키쿠치성, 장식고분군 등 역사유적도 볼만하다. 골프장이 밀집되어 짧은 기간내에 여러 개의 골프코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구마모토 제1경 아소산

구마모토를 유명하게 한 것은 다섯 개의 화구가 있는 아소산이다. 그 중 나카다케 화구는 아직도 마그마가 솟아오르는 활화산이다. 둘레가 4Km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지만 가스가 심한 날은 화구 가까이 갈 수 없다. 화구를 못보게 될 경우 쿠사센리 전망대에 있는 아소화산박물관에서 생중계화면을 볼 수 있다. 화산박물관은 화산활동과 관련한 연구자료, 화산지역의 생태 등을 전시하고 있다. 쿠사센리는 2개의 호수를 중심으로 한 넓은 초원으로 소와 말이 방목되고 있다. 승마도 가능한데 인원과 코스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나고야, 오사카와 함께 일본 3대 성 중 하나인 구마모토성은 석축과 높이 솟은 텐슈카쿠로 단호한 무사의 멋을 자랑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왕자를 포로로 잡았던 카토 키요마사가 조선의 축성술로 7년에 걸쳐 세운 성이다. 성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텐슈카쿠는 전쟁으로 타 버리고 지금의 것은 1960년에 복원한 것이다. 꼭대기까지 걸어 올라가야하지만 넓은 창으로 성터를 둘러보며 각 층마다 전시된 복식, 무구 등 유물을 보며 쉬엄쉬엄 올라가면 그리 힘들지 않다.

구마모토성의 축성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적들이 성벽을 오르기 어렵게 지은 석축때문이다. 석축을 옆에서 보면 날렵하게 사선으로 올라가다 수직으로 꺽어져 오르기는 어렵게 만들어졌다. 어찌보면 일본도와도 비슷하게 보인다. 구마모토 관광 담당자들은 카토 키요마사의 임진왜란 때 행적으로 한국인 관광객의 기분이 상할까 그에 대한 설명은 되도록 자제하는 편이다.

단풍과 물의 나라 키쿠치계곡

온화한 구마모토에는 활엽수가 많아 가을 단풍이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다. 그 중 아소산 자락에 있는 자연휴양림인 키쿠치 계곡은 10월에서 11월 중순 사이 가을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키쿠치계곡은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풍부한 계곡을 따라 30분에서 2시간 정도 산보를 할 수 있는 트레일 코스가 3~4개 있다. 구마모토 관광 관계자는 단풍터널이라고 부르는 울창한 도로는 아소로 가는 길에 버스를 타고라도 지나가는게 좋다고 추천한다.

아소지역은 맑은 물이 풍부한 지역이다. 그 중 일본 100대 명수에 속한다는 시라카와 수원이 있다. 매분 60톤이나 되는 물이 솟아나는 샘은 맑고 깨끗해 그대로 흘러가는 물이 아까울 정도다. 물을 받아갈 수 있는 샘터 아래로는 주민들이 발을 담그고 놀 수 있는 계곡이 있다.

KBS 역사스페셜에서 취재해간 적도 있는 8각2층 건물인 키쿠치성은 백제성터로 추축되는 하남시 이성산성과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어 관심을 끈다. 이 외에 옥구슬 장식 등 우리 고분과 비슷한 물품이 출토된 장식고분군 등도 둘러볼만하다. 고분군에서 발굴된 유적을 전시해놓은 현립장식고분관은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만들려는 구마모토의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에 따라 세워졌다. 동선을 따라 야외전시장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4계절 즐기는 골프장과 돌고래 워칭 크루즈

구마모토에는 39개의 골프장이 산재해 있다. 아소, 히토요시 등에서 하루종일 골프를 즐긴 후 온천에서 몸을 풀면 다음날 원기왕성하게 다시 새로운 코스를 공략할 수 있다. 큐슈의 온화한 날씨 덕에 겨울에도 오후 5시까지 골프를 즐길 수 있다. 18홀, 27홀, 36홀 등 선택도 다양하고 역사가 오래된 골프장들도 많다. 골프를 쉴 경우 주변의 미쯔이그린랜드에서 놀이시설을 즐기거나, 낙농휴양시설인 아소팜랜드에서 세계 각국의 100여가지 음식과 직접 생산하는 맥주맛을 보는 것도 좋다. 이글루 모양의 특이한 숙소나 허브, 한방, 진주 등 온천탕도 색다르다. 아소팜랜드에서 가까운 시루마와시극장에서는 길들여진 원숭이 형제들의 장애물 넘기, 장대타기, 공굴리기 같은 쇼를 볼 수 있는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히토요시에서 골프와 온천을 즐긴 다음에는 배를 타고 급류인 구마가와를 내려가는 급류타기를 권한다. 래프팅도 있지만 사공이 노를 젖는 배를 타면 편안히 앉아 풍광을 보며 술한잔 걸치는 풍류를 즐길 수 있다.

야생의 돌고래를 볼 수 있는 돌고래 워칭 쿠르즈는 패키지 상품으로 엮게되면 조금 달라지겠지만 5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부담스러운 편이다. 그러나 쾌속정을 타고 1시간 가량을 달려나가 야생 돌고래떼가 바다위로 솟는 광경을 보면 저절로 ‘스고이’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돌고래 쿠르즈가 출발하는 아마쿠사는 일본의 기독교 순교성지로도 유명하다. 구마모토현에서는 우리나라의 기독교 신자들을 관광객으로 유치하고자 순례지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최고 인기작가이자 천엔화폐의 주인공인 나쓰메 소세키(1867~1916)는 구마모토시를 ‘숲속의 도시’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만큼 녹지가 풍부한 자연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이 준 풍부한 대지에 전후부터 가꾸기 시작한 산림지대가 구마모토현 곳곳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고 있다. 바쁘게 움직여야하는 볼거리를 찾는 관광보다는 편안한 휴식을 찾고자하는 이들에게 숲속의 구마모토 관광을 권할만하다. 아소산의 화구들이 골프 홀인양 구마모토로 유혹하고 있다.

구마모토 글·사진=송옥진 객원기자 oakjin@hanmail.net
취재협조=전일본여행ANT 02-777-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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