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을 품고 살아가는 첨단도시

심천의 첫인상은 신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그 도시에는 낭만스러운 분위기 연출을 위한 허름함이나 여유보다는 어떻게 하면 단일면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숙고의 흔적이 엿보인다. 마찬가지로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는 상해가 조차지의 이력을 떠올리게 하는 고풍스러운 유럽 건물들과 특유의 도시문화를 가졌다면 심천은 온 도시가 경제성장을 위한 발전소 같다. 고층빌딩과 아파트 그리고 반듯한 거리. 특히 넓은 평지로만 이루어진 곳은 빌딩사이로 보이는 지평선에 해가 뜨고 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계획도시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을 더욱 강하게 받게 된다.

하지만 심천은 또한 다분히 중국스럽다. 서구의 모습을 닮아 있는 이 계획도시를 중국답게 하는 것은 부를 쫓아 중국 전역에서 모여든 외지인들이다. 그들의 터전과 삶의 방식은 바뀌었을지언정 그들은 여전히 고향을 품고 살아간다. 그래서 한 때 ‘사회주의 홍콩’이라 불렸을 만큼 서구화된 심천에 가장 중국적인 테마파크인 금수중화와 중국민속촌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 낯설면서도 당연한 듯 느껴지는가보다.


■ 중국관광의 축소판 금수중화

금수중화(錦繡中華)는 중국 대표 유적지 만리장성, 자금성, 진시황릉과 병마용, 돈황의 막고굴, 계림산수·황산·태산 등 자연풍경구, 티베트의 포탈라궁, 운남의 석림 등 중국에서 꼭 가봐야 할 명승지를 모두 모아 놓았다. 이들 관광지들은 모두 널리 알려진 명승지여서 가보고 싶지만 그럴 여건이 안되는 이들에게 일종의 대리만족을 준다고 해야겠다. 또 홍콩 등지를 들렸다가 3일 관광목적 무사증 단체관광을 참여한 이들은 일일관광을 통해 이 곳에서 중국 전역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금수중화 내의 조형물들은 실제 크기를 각각 15:1 비율로 축소해 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돌면서 보니 축소된 만리장성 크기가 보통 어른 허리 정도 되는데, 실제 만리장성에 가서 아래에 서본 적도 있고 직접 올라가기도 했는데 15분의 1로 축소하면 그렇게까지 작아질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체적을 적용하면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인간이 만들어 놓은 지상 건축물 중 인공위성에서 보이는 유일한 건축물은 만리장성 뿐’이라는 말을 떠올리니 역시 작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인간의 오감을 이용한 사물 인식이 주관이 많이 개입되는 매우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곳 외에도 사실 이른바 소인국이라고 불리는 세계의 관광지를 축소해 놓은 테마파크는 중국 내에도 1000여개 가량 있다고 하며 제주도, 대만 등 많이 있다. 그 모든 곳을 직접 가보진 않았지만 심천 현지 가이드에 따르면 금수중화에 대해 자신있게 소개할 있는 것은 바로 시설물의 정교함 부분이다. 다시 만리장성을 예로 들면 이곳에 만들어진 만리장성은 북경에서 전문가들이 고증 등을 거쳐 실제 모양과 똑같이 모방해 돌을 하나하나 만들어 그것을 이곳으로 옮겨와 실제 장성을 만들 듯 하나하나 쌓았다고 한다.

공원 내 관람열차를 타고 돌아보는 관광객들을 비롯해 가까이서 유심히 보지 않는다면 그냥 모형을 만들어놓고 페인트로 색칠을 해놨다고 해도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가이드로부터 이러한 설명을 듣고 나자 그 정성에 감동해 금수중화 내의 작은 세상이 갑자기 매우 크고 위대해 보였다. 비단 조형물의 구성 뿐 아니라 방위와 주변 초목들도 실제 관광지를 고려해 배치돼 그야말로 ‘중국’ 관광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 독특한 소수민족 테마공원

금수중화가 중국의 관광지들을 테마로 만들어졌다면 중국민속문화촌(中國民俗文化村)은 중국의 독특한 소수민족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테마공원으로 금수중화 옆에 위치한다.
알려진 바와 같이 중국은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 이외도 55개의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소수민족들의 문화는 보통 중국하면 떠올리는 세계와 전혀 다른 독특한 개성을 지닌다. 그래서 운남성과 광서성 등 소수민족 문화가 발달한 지역은 그 자체가 인기관광코스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

중국민속문화촌에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서도 그 특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21개의 부족을 정하고 그들의 생활문화를 재현하고 있다. 즉 각 민족의 주거형태에 따른 주택을 지어놓고 그 안에 사람들이 실제로 들어가서 각 민족의 특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각 민족을 대표하게 되는 이 곳 주민들은 평소에는 고유의 모습으로 생활하고, 하루에 두 번 정해진 시각에 민속무용 및 음악을 공연하는 한편 각 민족의 전통공예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이를 관광객에게 팔기도 한다. 또 곳곳에는 각 민족의 고유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간이음식점도 마련돼 있다.

이 모든 것을 하나하나 자세히 보고 싶다면 중간 중간 공연도 찾아보면서 느긋하게 공원 내를 도보로 둘러봐도 것도 좋다. 중국 민속촌 내에는 각 민족의 지역구분을 실제에 가깝게 하기 위해 인공호수를 조성해 놓았는데 이곳에서 배를 타는 것도 가능하다. 오래 걷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관람열차를 타면 금수중화와 중국민속촌을 차례로 돌아보며 약 30분가량 소요된다.

■ 중국풍 정원 속 운치있는 식사

식사는 물론 기념품 판매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공간도 전통을 재현한 이 곳의 특성을 살려 만들어졌다. ‘소주가(蘇州街)’라고 명명되어진 이 곳은 이름 그대로 중국에서 정원문화가 가장 발달된 소주의 모습을 기본 컨셉으로 해 조형했으며 이 곳 식당에서는 광동요리를 비롯해 북경, 사천, 상해 등 중국 전역의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소주가의 모든 식당에서 제공되는 것 같지는 않으나, 이곳을 찾았을 때 한 곳에서 나왔던 김치 맛이 아직도 인상에 남는다. 외국에 나가서 그 지역의 특색있는 요리들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일부이긴 하지만, 습관이 되지 않은 타국의 음식이 그렇게 마음처럼 입에 맞을 리 없다. 날씨는 덥고 계속 기름진 음식으로 지쳐있던 일행들 앞에 나온 김치는 이 하나만으로 ‘한그릇 뚝딱’하게 하는 반가운 선물이었다.

모두들 중국에 한두번 가본 것도 아니고 현지 한국 식당 등에 들어가서 먹어본 김치가 또한 한둘이 아닌데, 다들 감탄 그 자체였다. 어찌나 ‘제대로 한국 맛 그대로’이던지 일행끼리 한국에서 직접 수입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열띤 토론이 오고 갈 정도였다. 결국 금수중화 관리자에게 물어보니, 한국관광객들을 고려해 특별히 김치를 전문으로 담글 수 있는 재중동포를 초빙한 덕분이었다.

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광주여유국서울사무소 3455-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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