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금성, 황성의 운치와 멋

자금성 입장권을 보면 한자로 고궁박물관이라고 씌어 있다. 한국인들이 통상 부르는 자금성은 밤하늘 별자리에서 그 중심에 위치한다는 자혜성의 첫 글자와 일반백성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글자를 합한 것. 중국인들은 고궁(故宮)이라고 부른다. 자금성은 옛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수도 베이징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다. 과거에 지위와 계급에 따라 집의 규모나 장식 등의 제재를 뒀던 만큼 중국의 대표 황궁인 자금성은 당시의 건축양식과 기술의 최고를 쏟아 부은 걸작이다.

-주황빛 기와 파란하늘의 낭만
-웅장함 뒤 소소한 재미도 발견
-코스 따라 가는 자금성 이야기


■ 자금성의 대문 - 오문

관광객들이 천안문을 지나 ‘ㄷ’자 모양의 성곽을 만나는데 이곳이 바로 자금성의 대문인 ‘오문’이다. 자금성의 입장권은 오문의 좌측에서 판매하는데 패키지여행에 참가했던 사람이라면 아침 개장시간에 이곳에서 다른 많은 관광객들과 붉은 성벽 아래에 앉아서 기다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본래 오문은 황제가 성벽 위로 나와 조서를 내리고 출정을 명령하거나 개선한 장수를 맞이하던 곳이다.

문이 세 개가 있는데 가운데 문이 약간 크며 이 문은 황제만 드나들었다. 예외적으로 황후가 처음 시집올 때 평생에 단 한 번 이 문을 통해 들어오도록 하며, 황제가 윤허를 내린 경우에 한해 과거에서 장원한 합격자도 통과할 수 있었다. 양 쪽 문은 각각 오른쪽은 황족과 왕족들의 문이고 왼쪽으로 신하들이 출입했다. 지금은 관광객들이 표를 낸 후 가운데 문으로 입장한다.


■ 건축예술의 결정체 - 태화전

오문을 통과한 후 처음으로 마주 보이는 건물이 자금성에서도 최고의 기단, 최고의 광장,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태화전이다. 넓은 광장을 거쳐서 3층의 기단을 올라야 비로소 앞에 설 수 있다. 태화전은 너비 11칸으로 현존하는 중국 건축물 중 칸수가 제일 많으며 2첨 지붕으로 된 건물이 위용을 과시한다. 지붕의 장식도 황제가 머무르는 곳이기 때문에 제일 많은 10개가 보인다. 태화전 안에는 황좌가 놓여 있고 뒤에는 정대광명이라고 씌어진 현판이 걸려있다.

이곳 광장에서 문무백관이 정렬해 조례를 개최하고 사신을 맞이하고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례를 치른다. 영화 마지막황제에서 부의가 황제로 등극하던 장소 역시 이곳으로 웅장한 스펙터클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기단을 따라 만들어진 계단 가운데에는 용 9마리가 새겨져 있는데, ‘어도’라고 해 오로지 황제만 다닐 수 있는 길이다.

자금성은 그 웅장한 크기만큼이나 많은 건축자제가 사용됐다. 벽돌만 해도 8000만개에 이른다는데 한 장소에서 모두 생산해 낼 수 없어 각 지역에서 만들어서 운하로 운반했다. 네모반듯하고 쇳소리가 난다고 해 ‘금전’이라고 불리는 벽돌은 주로 대전의 바닥에 이용했는데 지양수성 쑤저우에서 생산한 것이다. 태화전에 깔린 돌은 반짝반짝 윤이 나는데 대리석이 아닌 벽돌이다. 지금은 제작이 안되고 하나당 약 150만원 상당의 가치를 지니며 주요 재료는 찹쌀, 흙, 먹는 기름, 석회 등이다.


■ 특별시설로 유비무환

자금성 곳곳에 매우 큰 항아리가 군데군데 놓여져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목조건물이다 보니 화재의 위험이 늘 따르게 마련이다. 그래서 사시사철 이 항아리에 물을 가득 담아 방화수로 사용했다. 항아리 밑을 보면 겨울에는 얼은 물을 녹일 수 있도록 불을 땔 수 있게 해 놨다.

황제가 머무르는 자금성인만큼 더위와 추위를 예방하는 기초시설 또한 신경을 썼다. 대표적으로 자금성의 벽을 밖에서 보면 두께가 70Cm에서 1M가량 되는데 그 속을 분석하면 벽이 2중 구조로 가운데는 30Cm가량의 공간이 있다. 이 사이에 공기가 머무르기 때문에 보온효과를 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은 시원하게 유지해준다.

자금성은 황제의 안전을 고려한 설계가 이뤄졌다. 땅굴 파고 자객이 들어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벽돌만 해도 10겹을 깔았고, 정원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나무를 심지 않았다. 이 때문 여름에 자금성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마땅히 햇빛을 피할 만한 곳이 없어 곤욕을 치를 수 있다.에 그늘이 거의 없지만 별도의 나무나 부조물 없이 탁 트인 공간이어서 맑은 날 자금성은 주황빛 지붕과 파란 하늘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 한구석 쉬어가는 여유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곳을 지나 나무도 있고 그늘도 있는 정원에 이르면 이제 자금성 관광의 마지막 코스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길을 따라 바닥에 갖가지 색돌로 그려져 있는 그림이었다. 꽃, 새, 해, 수레 탄 사람, 농부 등 그림도 가지가지. 흔히 자금성 하면 웅장함만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소소한 볼거리들이 그 공간들을 메우고 있다. 중거리나 원거리에서 볼 때 의미가 없는 단청이나 들보의 조각, 색돌로 만든 그림은 사람들이 자금성을 거닐며 유유히 감상할 수 있다.

자금성에서 제일 많은 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용이다. 자금성을 거닐다 보면 수없이 많은 용들을 만나는데 정원에 이르면 특히 심하다. 천장에도, 벽돌에도, 기와에도 바닥에도 용 천지다. 자금성의 용은 하늘의 별만큼 많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숫자를 안다면 가이드들의 좋은 이야기 거리일텐데, 지금까지 그 정확한 수를 아는 사람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르는 황궁의 북문을 신무문이라고 부른다. 원래대로라면 4방위의 대문은 각각 네 방위를 지킨다는 신성한 동물인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이름에 따라 부르기 때문에 현무문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청나라의 강희제의 이름이 현엽이어서 이를 피하기 위해 신무문으로 바꿔 부르게 됐다. 이 문을 나서면 자금성 관광이 끝난다.

베이징 글·사진=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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