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용의 신전 하롱베이
2. 제국의 영광 앙코르왓

5일이라는 길지 않은 일정동안 시간의 흐름이 멈춘 여행지 두 곳을 방문했다.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왓이 그곳. 시내관광과 현지인의 실생활을 접할 수 있는 자잘한 재미를 포기한 대신 두 나라 관광의 진수만을 맛본 셈이다. 하나는 자연유산이고 다른 하나는 문화유산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시간을 잊게 만든다는 점. 하롱베이의 몽롱함과 앙코르왓의 고적함은 여행 후 빠른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쉬이 가시지 않았다.


● 옥빛에 취하다

하노이공항에 내려 하롱베이(Ha Long Bay)까지 꼬박 3시간 30분을 달렸다. 예전에 비해 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울퉁불퉁한 노면은 여전히 하롱베이까지의 여정을 힘들게 했다. 잠깐씩 스치는 농가와 드문드문 자리잡은 상가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풍경들이 우리네 농촌을 닮아있다.

1993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유산 중 ‘자연공원’으로 등록된 하롱베이는 이보다 앞선 1962년 역사문화보존지역으로 보호돼왔다. ‘용이 내려왔다’는 의미의 ‘하롱(下龍)베이’는 먼 옛날 외적의 침략이 심했던 때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천둥과 번개를 내리쳐 적들을 물리치고 물속으로 들어갔다는 전설을 갖고 있다.

실제로도 끊임없이 외세로부터 침략을 받았던 베트남의 역사는 하롱베이의 지형을 이용해 적들을 물리치곤 했다. 몽골군이 침입했을 때는 섬과 섬 사이에 말뚝을 박아 접근을 막았으며, 격렬했던 베트남 전쟁 때는 하롱베이의 아름다움에 반해 미국군도 폭격을 중단했다 하니 믿던 안믿던 하롱베이의 수호룡이 있을 법도 하다.

배를 타고 미끄러져 들어가는 하롱베이는 꿈결같은 느낌이다. 1500평방미터의 바다에 켜켜이 자리한 3000여개의 바위섬들은 조각이라도 해 놓은 듯 똑같은 모습 하나 없이 하늘을 마주한다. 여기에 파도한점 없는 고요한 바다가 힘을 가세하면 아무리 무드 없는 사람이라도 넉다운. 저녁 무렵 푸른빛을 내던 하롱베이는 이른 아침 흐린 하늘빛을 보이다 섬과 가까워지면 짙은 옥빛을 냈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사라진 일순간 부드러운 구름 위에 올라탄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카메라 셔터를 아무리 눌러도 신이 만들어낸 이 자연의 명화를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그저 눈과 가슴에 담아갈 수 밖에.


● 또하나의 보석 천궁동굴

하롱베이의 여러 섬들은 크고 작은 동굴을 껴안고 있다. 석회암 덩어리인 이들 바위섬 안에는 몇천년씩을 돌고 돈 물들이 종유석을 떨구고, 이들 종유석들은 땅에서 밀어내는 석순과 만나 천연의 궁전을 만들고 있었다.

롱베이의 동굴들 중 가장 아름답다는 ‘티엔궁(천궁)동굴’을 찾았다. ‘하늘의 문’으로 불리는 티엔궁은 1903년 다른 동굴들과 마찬가지로 어부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다. 배에서 내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동굴입구부터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장식된 궁전을 만난다. 중국인들이 조명을 설치해서인지 중국 특유의 산발적인 스타일이 얼핏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동굴의 화려함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 동굴은 4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거대 규모다. 입구에서는 그리 큰 느낌이 없는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수많은 계단길이 굽이쳐 규모를 짐작케 한다.

하롱베이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대한항공 1588-2001, 월드트래블 02-3705-8877



♣ 하롱베이 관광이요?

하롱베이 관광은 배로 이루어진다. 선착장에는 관광객을 기다리는 크고 작은 배들이 가득 대어져 있다. 관광은 통상 5~6시간 소요되는데, 배에서 직접 조리한 점심식사가 일품이다. 가격은 인원수와 점심메뉴에 따라 달라진다. 천궁동굴 등 유명 관광지 부근에서는 제각각 출발했던 배들이 한곳으로 다시 모여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배편과 상관없이 하롱베이의 입장료는 3만동(약 2달러)이다. 하롱베이의 구석구석을 하루동안 둘러볼 수 있는 자유이용권.
입장권에는 1~10까지 번호가 쓰여져있는데 관광지에 들를 때마다 펀치로 구멍을 뚫어준다. 표는 하롱베이 관광이 끝날 때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수많은 바위섬은 대부분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살 수 없다. 대신 하롱베이 사람들은 수상촌을 형성했다. 일반 주택은 물론 학교와 소방서, 병원 등을 볼 수 있으며, 관광객을 대상으로 과일이나 해산물, 기념품 등을 파는 보트족들이 많다. 과일의 경우 1달러면 한봉지를 구입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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