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에 생기 불어넣는 손길

반세기 스페인 수도로서 역할을 해온 마드리드 관광에는 마드리드 뿐만 아니라 주변 도시를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차나 기차로 1~2시간 정도 이동하면 마드리드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도시들이 스페인의 풍물을 얘기해준다. 그 중에서도 마드리드의 북서쪽에서 위치한 세고비아와 남쪽의 톨레도는 스페인의 고도(古都)로서 다른 위치만큼 다른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마드리드 시민들에게도 주말, 자녀들을 동반한 당일 여행 코스로 인기있는 목적지이다.

두 도시를 봤다고 하면 여행객들이 한결같이 묻는 질문이 있다. 톨레도와 세고비아 둘 중 어디가 좋으냐고…. 여행 기간이 여유롭다면야 천천히 두개의 도시를 다 돌아보는 것이 좋겠지만 여유롭지 않아서 둘 중 한 도시 정도만 볼 수 있는 시간만 있다면 선경험자의 조언을 귀담아두고 싶어서리라.

하지만 두 도시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어 어디가 더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세고비아는 기타 브랜드로서의 낯익은 명칭과 로마수로교의 상징이 인상적인 곳이고 톨레도는 마드리드 이전의 수도로서 그 명성이 높다. 다만 산악 지대를 통과해야 하는 세고비아의 기후가 다소 변덕스러워 상황에 따라 한수 처지는 정도이다.



■ 마법과 동화의 도시 세고비아

-2000년전 로마 수로교 남아 또 다른 스페인
-‘알카사르’ 백설공주에 나온 성 모델로 유명

카스티야 지방을 대표하는 도시의 중의 하나인 세고비아(Segovia)는 기타 브랜드로서 낯익지만 무엇보다도 약 2000년 전에 로마인들이 건설한 로마 수로교와 디즈니랜드의 백설공주가 나오는 성의 모델이 된 성채(알카사르)가 유명한 곳이다.

구아다라마 산맥의 해발 1000m 높이에 위치한 도시는 골짜기 사이 사이로 이어진 로마수로교(Acueducto)의 거대함이 구도시 입구를 장악하고 있는 순간부터 환성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어서 성채와 성당, 광장을 중심에 두고 꼬불꼬불 이어진 골목사이로 남아있는 옛 도시의 자취들은 세고비아의 매력이자 스페인의 주요 도시들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로마수로교는 로마 시대가 남겨놓은 가장 뛰어난 세계적인 건축물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다. 아케베다 강의 물을 도시의 높은 지역으로 대기 위해 만든 것으로서 전장 728m, 167개의 아치로 이뤄져있다. 젊은 여인이 물 길으러 가는 것에 지쳐 악마와 영혼을 두고 내기를 한 전설로도 유명하다. 다양한 각도에서 원형이 그런데로 보관된 마을 입구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도착전 길에서 올려다볼 때와 수로의 높이와 비슷한 지점에서 내려다 볼 때, 수로가 세워진 광장과 마을입구에 서서 쳐다볼 때의 느낌이 저마다 다르다.

2000년 전의 건축물이 상징하듯 도시의 역사 또한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로마수로교가 도시 입구에서 세고비아의 인상을 결정짓는 건축물이라면 세고비아 내부의 가장 대중적인 건축물은 알카사르(Alcazar)다. 월트 디즈시 영화 ‘백설공주’와 놀이공원 디즈니랜드 성의 모델이 된 이 성은 성 주변을 선회하는 까마귀와 창문으로 내려다 보이는 시내 모습 등이 영화의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느낌이다.
성 내부의 각방에는 옛 가구와 갑옷, 무기류, 회화 등이 전시돼 있다.

알카사르에서 약간 떨어진 마요르 광장에 위치한 세고비아 대사원은 사원의 귀부인이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후기 고딕 건축물로 세련된 모습과 다채로운 소장품 등으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끄는 명소이다. 그밖에 산미겔 교회, 산에스테반 성당, 후아나탑 등을 둘러볼 수 있다.


■ 중세의 상징 도시 톨레도

-3000년의 역사 품은 가장 스페인 다운 도시
-도도히 흐르는 방어의 강 오랜 도시에 ‘활기’

톨레도(Toledo)는 1561년 필리페 2세에 의해 마드리도로 수도를 옮기기 전까지 스페인의 수도였던 곳이다. 널찍한 언덕위에 우뚝 솟아있는 도시를 타호강이 에워싸며 흐르고 있는 모양새만 봐도 안전지대, 방어지대라는 라틴어 ‘톨레툼(Toletum)’ 에서 파생됐다는 도시 이름이 이해가 된다.

반대편 언덕 위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시에는 대사원을 중심으로 교회탑 지붕이 곳곳에 솟아있고 알카사르와 일반인들이 사는 집들이 아기자기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져 있었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은 고도를 지켜려는 듯 도도하게 도시 아래를 휘감아 흐른다. 옛날에는 도시를 지키기 위한 방어물로 장엄하기까지 했지만 현세에서는 시원한 물줄기가 건조해보이는 오랜 도시의 공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톨레도는 우리로 치면 고려의 개성이나 신라의 경주같은 곳. 그만큼 오래된 유적들과 삶의 흔적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 현세의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수도 이전의 역사까지 친다면 도시가 가진 나이는 약 3000여년. 고대 로마에서부터 고트, 이슬람 정복시대와 카톨릭 군주시대까지 거친 그야 말로 도도한 백전 노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도시와 건너편을 이어주는 다리를 건너 쉬엄 쉬엄 위를 향해 미로를 헤치듯 고불고불한 길을 올라간다. 스페인 도시들을 둘러보는 데 있어서 가장 흐뭇한 감동은 오랜 역사의 흔적들이 남아 있는 작은 골목길을 누비다 발견하는 오랜 건물과 작은 성당, 작은 광장, 가꾼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창가의 발코니들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도시이건 대사원이나 알카사르를 한켠에 둔 광장과 조우하는 일은 스페인 관광의 기본이다. 레스토랑과 기념품 숍들이 즐비한 광장 한켠의 노천 카페에 앉아 차한잔이나 맥주 한잔 마시는 여유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13세기 페르난도 3세 시대에 착공해 15세기에 완성한 톨레도 대사원은 스페인 카톨릭 총본산으로 꼽힌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중 한명인 엘그레꼬의 집도 톨레도에 있다. 크레타섬 출신으로 30대에 스페인으로 건너와 톨레도에 정착한 엘그레꼬의 집은 그가 살았던 16~17세기 삶의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엘그레꼬의 작품 몇점과 스페인 화가들의 작품들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밖에 알카사르와 여러 사원들, 그레꼬의 작품들을 다수 소장한 산따크루스 미술관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스페인 글·사진〓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취재협조〓랜드 트래블 02-777-5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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