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복받은 신의 섬 ‘오아후’

하와이의 주도는 호놀룰루(Honolulu)지만 여행객들에게 있어서 마음의 주도는 와이키키(Waikiki)다. 꿈의 해변 와이키키를 찾아 하루 평균 2만5000명의 사람들이 몰려오지만 해변은 넓고 포근하다. 1마일 가까이 펼쳐진 해안은 도심의 공원처럼 평화롭고 파도마저 조용히 몰려다닌다.

와이키키가 제 철 만난 해운대처럼 북새통을 이룰 거라고 예상했다는 사람도 있지만 여기는 연중 따듯한 햇살이 내리쬐고 산들산들 미풍이 부는 하와이다. 하이비스커스 꽃무늬가 화려한 서핑 팬츠에 커다란 보드를 든 서핑족은 물론이고, 호텔로고가 찍힌 비닐봉지에 수건을 담고 수영복에 구두를 신은 중국 아저씨들도 어느새 그림처럼 조화로워진다.

미국의 50번째 주라는 보이지 않는 견고한 손이 있지만 하와이는 원주민 고유의 문화와 일본·미국의 자본이 유연하게 손을 잡고 동·서양의 인종들이 경계 없이 어울릴 수 있는 해방구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하와이에 있는 동안 한번도 낯선 땅의 한국인, 동양인임을 자각하게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너무 편해져 여행객의 긴장마저 스르르 풀려버린다. 100년전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이민 선조들과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일본인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이 분명하다. 한밤중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해변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치안과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악의없는 하와이 사람들의 ‘알로하 정신’도 또 다른 이유다.


■ USS 아리조나 메모리얼
진주만의 패배와 승리

1941년 12월7일 일요일 새벽, 일본군의 무차별 폭격에 미국이 자랑하던 해군 전함 USS 아리조나(Arizona)호는 채 10분도 되지 않아 진주만(Pearl Harbor) 바닷물 속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1177명의 승무원들이 아리조나호와 함께 바닥밑으로 수장됐으며 이 날 미군의 전사자수는 총 2388명에 이르렀다.

미국은 이날의 처참했던 패배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진주만 해군기지내에 침몰된 전함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기념 건축물 USS 아리조나 메모리얼(USS Arizona Memorial)을 1962년에 세웠다. 우유팩을 눕혀놓은 것처럼 양쪽으로 기다란 직육면체의 이 건축물은 가운데가 홀쭉하고 양 끝이 각진 모양으로 처음의 패배와 후의 승리를 표현했다고 한다.

치욕엔 반드시 보복을 하고야 마는 미국은 6개월 후인 1942년 6월5일 하와이 북부의 미드웨이에서 일본군과 맞붙어 크게 승리했고 승승장구하던 일본의 기세를 꺾어 버렸다. 이 해전을 전환점으로 2차세계대전의 대세는 미국에게 기울어져 결국 1945년 9월2일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그리고 미국은 1941년 진주만 공습으로 가라앉은 아리조나호의 바로 옆에 1945년 일본이 항복문서에 서명했던 버지니아호를 끌어다 놓았다. 열심히 기념사진을 찍고 기록을 훑어 내려가는 일본인 관광객들과 미국인 관광객들이 저마다 어떤 감상인지 궁금해진다.

방문객 센터가 세워진 것은 1980년이다. 물 위에 세워진 메모리얼 건물로 다가가기 위해 배를 기다리는 곳이자 전시관, 기념품 판매점 등이 있어서 진주만 침공에 대한 공부를 확실히 할 수 있다. 항상 많은 관광객이 몰리기 때문에 들어갈 때 나눠주는 번호표에 따라 순서를 기다려 극장과 메모리얼 건축물을 관람할 수 있다. USS 아리조나 메모리얼에서는 바다밑에 가라앉아 있는 아리조나 전함을 볼 수 있으며 영안실에는 아리조나 전함에서 전사한 사람들의 이름이 대리석 벽에 새겨져 있다. 무료로 개방되며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 비숍박물관
하와이 민속생활사의 보고

비숍박물관(Bishop Museum)은 태평양지역의 자연·문화·역사·민속 연구에 있어서 미국내에서도 손꼽히게 중요한 박물관이다. 하와이 어린이 교육에 헌신한 파우아히 공주가 어린 나이에 죽자 그의 남편 찰스 리드 비숍이 1889년 이 박물관을 건립했다. 하와이 왕국의 왕위 계승자였지만 이를 거절하고 자신을 선택한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박물관은 원래 공주가 상속 받았던 하와이 민속공예품과 후에 수집한 태평양 제도의 자료들이 더해져 200만점이 넘는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8만~10만 마리의 새를 희생해 200년에 걸쳐 만들었다는 하와이 왕족들의 깃털 망토라든가 왕족을 상징하는 거대한 깃대 등이 이채롭다.

특히 비숍 박물관은 하와이 전통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체험과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이드와 함께 하는 가이드 투어와 훌라 댄스 배우기, 전통 악기 강습, 레이 목걸이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패키지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라 점심식사도 포함되어 있으며 오전 11시와 오후 2시에는 전통 하와이 훌라 쇼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비숍 박물관의 유일한 한국인 안내원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리디아 김씨는 “하와이 역사를 공부하면 강대국이 약소국을 얼마나 교묘한 방식으로 차츰 차츰 잠식해 나가는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하와이 전통 문화는 전략적으로 계승되고 상품화되고 있지만 1700년대 말 서양인들이 침범하기 시작하면서 선교사들이 훌라춤을 금지하는 등 하와이 원주민들이 겪었던 고초가 만만치 않았다.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안내원으로 봉사하는 김씨는 한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장하며 입장료는 성인 14.95달러다. www.bishopmuseum.org

하와이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하와이관광청 02-777-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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