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기부터 12세기에 걸쳐 전 인도차이나반도를 호령하던 크메르왕국은 1431년 태국의 씨암족 침략으로 멸망할 때까지 사원건축을 위한 대규모 공사를 끊임없이 진행했다. 캄보디아 전역에 걸쳐 1000여개의 사원이 세워졌으며, 씨엠립에는 반경 20km내에 100여개의 사원이 밀집해 있다.

1. 용의 신전 하롱베이
2. 제국의 영광 앙코르왓

천년을 거슬러 하루를 머물다

■ 옛 제국의 역사 앙코르톰
자이아바르만7세 때 설립된 앙코르 톰(Angkor Thom)은 앙코르왕조의 마지막 수도이자 5개의 성문을 갖고 있는 도성이다. 보존이 잘된 남문으로의 입성이 일반적인 코스다.

앙코르톰의 관광은 머리가 7개 달린 코브라신 ‘나가(Naga)’상에서부터 시작된다. 나가는 부처가 보리수 아래에서 명상할 때 그 주변을 지켰다고 해 ‘수호’의 의미를 지닌다. 성문까지를 잇는 다리의 양 난간에는 이 나가상의 몸통을 움켜진 54명의 선신과 악신이 좌우를 차지하고 있다. 얼굴만 봐도 어느쪽이 악신인지 금세 알 수 있다.

앙코르유적 중 유일한 불교건축물이기도 한 앙코르톰은 사면불상으로 만들어져있다. 이는 부처님의 얼굴을 통해 득도에 다가가는 대승불교의 흔적. 불교전파를 위해 스스로를 부처와 동일시 한 자이아바르만 7세 본인의 얼굴이라는 설도 있다.

앙코르유적을 보다보면 불교와 힌두교의 잔해가 혼재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건축물의 설립당시 종교관에 따른 것인데, 정중앙의 최고신은 시대에 따라 변화했다. 앙코르톰 역시 사면불과 함께 시대에 따라 힌두교의 여러 신들을 볼 수 있다.

남문을 지나 제일 처음 도착한 곳은 앙코르톰 정중앙에 위치한 바이욘(Bayon)사원이다. 전사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곳이라는 설이 가장 유력한데, 남문 입구에서 봤던 사면불이 54개의 탑에서 사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 불상들은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미소를 보인다고 한다.

햇살아래 모습을 드러낸 탑 위 200여개의 바이욘 상들을 보고 있으면 인간세상이 아닌 다른 공간에 와 있는 기괴함이 느껴진다. 특히 앙코르왓과는 달리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 신비감을 부추긴다.

3층으로 이뤄진 바이욘 사원의 긴 벽면에는 당시 생활상이 빼곡히 조각돼 있는데 화두는 역시 전쟁. 코끼리를 탄 장군과 군사들의 모습이 한 벽을 가득 메우고, 기둥에서는 힌두교의 선녀‘압사라’의 반라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기둥과 벽면을 가득 채운 조각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진행됐다. 완성됐다해도 끊이없이 손을 봐 공간을 채웠다. 벽과 기둥에는 생뚱맞게 뚫린 구멍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는데, 이는 금판이 붙어있던 자리로 당시 금판 위에는 온갖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한다. 지금은 물론 남아있지 않다.


■ 인간이 빚은 신들의 휴식처
프랑스에 의해 한창 복원공사가 진행중인 바프온(Baphuon)사원을 지나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하늘의 문’이라 불리는 ‘피미아나가스(Phimeanakas)’사원을 볼 수 있다. 이곳은 달의 여신과 코브라의 왕이 결혼해 낳은 소마공주의 왕궁이다. 낮에는 뱀이나 밤에는 사람의 모습을 하는 소마공주는 매일 밤 크메르의 왕과 동침했으며, 왕이 이를 어길시에는 큰 재앙을 내렸다고 한다. 그만큼 중요한 사원으로 왕들의 입전이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광장에서 북쪽으로 올라오다보면 유명한 ‘코끼리테라스’와 ‘문둥왕테라스‘가 나란히 닿아있다. 코끼리 테라스는 좌우 벽면에 실제크기의 코끼리 행진이 조각돼 웅장함을 더한다.

코끼리테라스와 연결돼 있는 문둥왕테라스는 지상과 지하 이중벽 구조로 돼 있다. 문둥왕으로 알려진 좌상에는 ‘염라대왕의 심판’이라는 글자가 남아있어 최근에는 문둥왕이 아닌 ‘죽음의 신’이라는 의견이 많다. 원본은 프놈펜 국립박물관에 있다.


■ 최고의 예술품에 읍소
수리야바르만2세가 설립한 앙코르왓은 여러 사원들 중 가장 큰 규모인데다 보존도가 높고 아름다워 앙코르유적의 백미로 칭송돼왔다. 힌두교 최고신인 비슈누(Vishnu)를 주신으로 설립됐으나 불교와 힌두교간의 세력다툼 속에 현재는 부처가 모셔져 있다. 다른 사원과 달리 출입문이 서쪽을 향해 있어 왕의 장례식 사원으로 건립됐다고 알려져 있다.

앙코르의 다른 사원과 마찬가지로 앙코르왓의 중앙에도 연꽃을 형상화한 탑이 5개 솟아있다. 크메르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메루산’을 의미하는 이 봉우리들은 사원 오른쪽으로 돌면 탑의 수가 5-4-3-4-5개로 바뀌어 보인다.

3층 규모로 이루어진 사원의 1층은 수많은 기둥이 받치고 있는 내부 회랑을 갖추고 있다. 사면의 벽면 가득히 조각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인도의 대표적인 서사시인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내용이라 한다. 일부 벽면은 사람의 손때가 묻어 번들거리는데, 최근에는 사람이 만질 수 없도록 벽면 1m쯤 앞으로 경계선을 만들어놓았다.

이들 벽화에는 라마와 시타의 사랑부터 전쟁, 죽음 등 신화에 근거한 다양한 얘깃거리가 펼쳐진다. 벽화를 이해하려면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의 내용을 미리 알고가면 좋다. 가장 유명한 벽화는 동쪽회랑에 새겨진 ‘천지창조’. 선신과 악신의 힘이 대등할 때 불사의 약을 차지하기 위한 양쪽의 싸움을 그린 벽화다.

유액(우유라 표현한다)을 천년동안 저으면 나오는 암레타(불사의 약)를 차지하기 위해 양쪽신들은 비슈누의 신판하에 줄다리기를 한다. 힘에 의해 만들어진 소용돌이 안에서는 온갖 생명체들이 탄행한다.

그러나 점점 거세어진 소용돌이는 선신과 악신을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을 삼켜버리고 심판을 보던 비슈누 신도 우유의 바다안으로 들어가 잠을 잔다. 그때 비슈누의 배꼽 위 연꽃에서 탄생한 창조의 신 브라마가 다시 악신과 선신을 만들고, 그 신들은 다시 싸움을 벌인다는 순환의 고리. 벽면 가득한 줄다리기 장면이 압권이다.

2층을 지나 중앙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가파르다 못해 기다시피 올라가야 한다. 왕과 승려들만이 출입했던 신들의 장소였던만큼 자신을 낮춰 올라오라는 의미이리라. 3층에는 멀리 보이던 5개의 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상으로부터 55m나 되는 중앙탑은 또 하나의 예술품으로 불리며 앙코르왓 최상부를 차지하고 있다.


■ 돌과 나무의 완벽한 공존
어쩌면 앙코르왓보다 더 인상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이아바르만7세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위해 건립한‘따쁘롬(Ta Prhom)사원’은 발견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미복원 사원이다. 영화 툼레이더의 촬영지이기도 한데 ‘나무사원’이라는 애칭답게 수령 500~600년의 나무들이 사원과 함께 나이를 먹고 있다.

돌 틈을 비집고 뻗어나간 나무들은 이제 거대한 몸집으로 사원을 휘감으며 건물의 붕괴를 막는다. 나무 때문에 사원이 더 빨리 파괴되지만 이제 그 나무를 치우면 사원이 붕괴돼 버리는 그야말로 ‘돌과 사원의 완벽한 공존’을 보여주는 셈이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방치된 돌무더기와 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빼곡한 정글 속 앙코르왓을 처음 발견했을 프랑스의 탐험가 앙리무어의 가슴 두근거림을 조금은 느낄 수 있다.


■ 작은 킬링필드 ‘왓트마이’
1975년4월 프놈펜에 입성한 크메루 루즈정권은 살육적인 피의 숙청을 시작한다. 전 정권에서의 ‘가진자’는 물론 안경을 썼다든가 손에 굳은살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다. 씨엠립의 ‘왓트마이’는 작은 킬링필드로 불리는 위령탑으로 내전당시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아이의 순진한 웃음과 희생자들의 유골이 교차되는 곳. 1년에 한번 위령제가 있다.

앙코르왓 글·사진=박은경 기자 eunkyung@traveltimes.co.kr
취재협조=대한항공, 베트남항공

+++ 플러스 α +++

▲앙코르유적지의 입장료는 일일 이용권이 20달러, 3일권은 40달러, 7일권은 60달러다. 입장권은 점표원들이 수시로 확인하기 때문에 관광이 끝날 때까지 잘 보관해야 한다. 내국인 입장료는 무료. 코끼리를 타고 앙코르톰 사원을 구경하는 투어는 1인당 20달러다.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로는 2성급의 노코르 프놈 호텔부터 3성급의 캐마라앙코르호텔, 4성급의 압사라 앙코르호텔, 5성급의 소피텔 로얄 앙코르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마련돼 있다. 호텔 내 칫솔과 치약, 슬리퍼 등은 다 마련돼 있으나 2성급의 경우 드라이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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