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강 물결위에 소망 흘러라

고성이 있는 도시는 대개 전쟁이라는 상흔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지만, 성곽을 따라 거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낭만과 운치를 느끼게 한다.

임진왜란의 3대 대첩 중 하나인 진주성 전투가 있었던 진주 역시 그렇다. 이순신 장군과 마찬가지로 ‘충무공’이라는 시호를 하사받은 김시민 장군이 12만 왜군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해가 그의 나이 서른여덟, 조선을 떠받칠 젊은 인재를 너무 빨리 보내야했다. 이 뿐이랴. 그와 함께 귀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진주성 내의 군인과 민간인의 수가 7만 명. 또 그들의 복수를 위해 왜장을 끓어 안고 강물에 몸을 던진 것으로 유명한 논개. 이 모든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며 푸른 남강물결 위에 가득 유등을 띄어본다.



- 진주성곽 따라 ‘운치 있는 산책’
- 왜란박물관 등 가족나들이 적격
- 색색의 유등과 풍등 낭만 넘쳐


■ 새로이 변모한 남강 유등축제

진주는 축제의 고장이라고 해도 좋은 만큼 다양한 축제가 발달한 도시다. 대표적인 것은 역시 전국적으로 유명한 개천예술축제와 논개축제, 실크축제 등이다.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열린 2003진주남강유등축제는 본래 개천예술축제 기간 중에 열리던 이벤트 중 하나였던 것을 특색 있고 볼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에 별도의 축제로 진행하게 됐다.

남강유등축제의 장소는 진주성이 이어지고 논개로 유명해진 촉석루와 의암이 위치한 남강 둔치와 남강 위에서 펼쳐진다. 갖가지 색등이 둔치 위와 강 위로 설치돼 있어 낮에 가도 유원지처럼 느껴질 만큼 아름답다. 물론 유등축제가 가장 화려하게 빛나는 것은 밤이다. 진주성과 의암 앞으로 고층 빌딩이나 지나치게 밝은 조명 시설들 없이 시커먼 강물이 흐르고, 희미하게 퍼지는 달빛 아래 색색으로 반짝이는 등불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번 축제에서 단연 눈에 띄는 등은 만여명이 참여해 만들어낸 소망등. 강변을 따라 진주성곽 모양을 형상화한 만개의 소망등에는 ‘건강을 기원합니다’ ‘행복을 빕니다’ 등 사람들의 소중한 소원이 빼곡히 적혀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따뜻하게 했다. 이외에도 이번 행사에는 연꽃, 잉어, 용, 도깨비, 호랑이, 봉황 등 진주에서 마련한 등을 비롯해 세계 7개국에서 함께 참가해 약 173개의 아름다운 등을 선보여 볼거리를 제공했다.

강에 띄우는 연꽃모양의 유등만 해도 수천개. 이리저리 떠다니는 모습이 색다른 광경을 연출한다. 또 하나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면 풍등이다. 따뜻해진 공기가 가벼워지면서 하늘로 날아가는 열기구와 같은 원리를 이용한 풍등은 종이와 얇은 철사로 이뤄져잇는데, 중앙부위에 기름먹은 심지에 불은 붙이면 금새 부풀어 오르며 하늘로 날아간다. 원리를 알아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 수백 수천개를 동시에 날릴 때면 저절로 탄성을 자아낸다.


■ 등불 축제의 의미

등불은 세계 어느 곳을 가나 오래 전 밤에 불을 켜기 위한 것, 그리고 전기가 발명되고 훨씬 더 밝은 전기등과 갖가지 네온싸인으로 반짝이는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단지 낭만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는 추세다. 하지만 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축제를 진행하는 곳들이 있다.

등축제가 발달한 나라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연원은 강물에 몸을 던져 자결한 애국시인 굴원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단오절이 되면 강물이나 호수 등에 유등을 띄워 굴원의 영혼을 위로한다. 유등은 한자로 ‘흐를 류(流)’와 ‘등불 등(燈)’으로 물에 띄우는 등을 말한다.

대만이나 싱가폴 등지에서도 여름에 강 위에 갖가지 모양의 등배를 띄우고 이에 불을 붙여 멀리까지 떠나보내며 바다에 빠져 죽은 영혼 등을 위로하는 축제가 있다. 멕시코에서는 죽은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집안과 무덤 주위에 촛불을 켜놓기도 한다.

한편 바람을 타고 하늘에 띄어 보낸다고 해 ‘풍등’이라고 부르는 등은 삼국지로 알려진 제갈공명이 군사용으로 처음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호를 보내거나 하늘의 별자리를 잘못 관측하게 하는 등의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하며, ‘공명등’이라고도 부른다.

진주에서 남강유등축제가 개최되게 된 유래는 역시 진주성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임진왜란 때는 진주성에 있는 군사들이 외부의 의병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사용했던 풍등은 띄어 올리는 개수에 따라 그 의미가 달랐다. 또 강을 따라 성곽이 있기 때문에 한밤중에 강을 타고 기습하는 적을 막기 위해 강물에 유등을 띄우기도 했고, 성안에 있는 군사들이 자신들의 가족들에게 생사여부와 소식을 알리기 위해 띄우기도 했다.

진주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진주시관광홍보실 055-749-2055
진주남강유등축제위원회 055-755-9111


+++ 플러스 α +++

다채로운 축제 외에도 진주에는 가족들이 함께 찾아볼 만한 볼거리가 풍부하다. 진주성은 오래된 고성인 만큼 이끼와 담쟁이넝쿨 등이 자라고 있어 성곽을 따라 산책하기에 좋다. 가파르거나 걷기 힘들지 않은 코스인 동시에 주변에 잔디밭 등 쉴 수 있는 곳이 있어 소풍간 기분으로 가족들이 함께 도시락 먹기도 좋다.

또 성곽을 따라 바라볼 수 있는 시가지와 남강의 풍경도 멋스럽다. 성곽 주위에 촉석루, 의암, 형평사 유적 등이 있어 도보만으로도 주요한 관광지를 돌아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진주국립박물관은 왜란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왜란에 관련된 자료물과 화포 등의 유물들을 볼 수 있는데, 박물관의 내부 인테리어가 독특해서 단순히 통유리 안의 유물만 관찰하는게 아닌 그 자체만으로도 편안하고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진주박물관 외에도 산림박물관과 물홍보관 등도 아이들과 함께 가보면 좋은 곳이다. 과학에 대한 이해와 재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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