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지가 고동치는 화산의 섬

하와이 빅아일랜드(Big Island) 공항에 내려 숙소로 향하는 동안 그 황량한 풍경에 모두들 할 말을 잃었다. 녹색과 푸른색만 존재하는 지상의 파라다이스처럼 여겨지는 상상 속 하와이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대지와 잡초만 무성한 허허벌판이 교차하는 풍경이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고속도로위의 차들이 움직이는 유일한 물체다.

마우나 케아, 마우나 로아 등 해발 1만3000m 이상의 높은 산들이 해변까지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퍼져있기 때문에 내가 얼마나 높은 지점에 있는지 둔감해지기 일쑤다. 빅아일랜드는 하와이의 다른 모든 섬(하와이는 8개의 큰 섬과 130여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들의 면적을 합친 것보다 두 배로 더 넓은, 말 그래도 큰 섬이다.

하지만 사람이 거주하거나 개발이 된 지역은 해변의 극히 작은 면적에 불과하다. 서쪽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검게 굳은 용암을 모조리 걷어내어 잔디를 깔고 나무를 심어 녹지로 만드는 공사현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풀 한포기 없는 버려진 땅에 최고의 리조트를 건설하는 미국인, 일본인들의 자본과 스케일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빅아일랜드의 고급 리조트는 서쪽의 카일루아-코나(Kailua-Kona)지역에 밀집돼 있다. 건축물은 물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까지 철저한 계획에 따라 새로 조성한 것이기 때문에 리조트의 내부는 디즈니랜드에 온 듯 별천지다. 비단결 같은 푸른 잔디위에 야자수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꽃으로 치장한 호텔 건물들이 요새처럼 자리잡고 있다.


●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힐튼 와이코로아 빌리지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Hilton Waikoloa Village)는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라 종합박물관과 같다. 눈길이 가 닿는 어디에나 다양한 수집품들이 자리잡고 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1800여점 이상의 예술작품들은 세계적인 수준의 박물관이다. 그림, 조각성, 도자기, 전통의상, 인형 등의 전시작품들은 때에 따라 교체되거나 더해지기도 한다.

예술품들과 함께 어우러진 정원 또한 이곳의 자랑거리다. 총천연색의 열대식물과 꽃 사이에는 백조, 학, 꿩, 플라밍고 등의 조류들이 항상 자리잡고 있으며 아침이면 객실에서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잠을 깬다.

하와이의 상징새이자 보호종인 넨내(Nene)도 이 곳에서 볼 수 있다. 리조트측은 예술품과 식물, 동물에 대해 투숙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별도의 가이드북을 제작했을 정도다.

오션타워, 팔라스 타워, 볼룸이 있는 메인빌딩과 라군 타워로 이루어진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는 건물 사이를 이동할 때 트랩이나 보트를 이용해야 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라군(Lagoon)과 연결된 돌고래 센터에서는 직접 돌고래를 만지고 생태를 배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객실이 돌고래수영장을 향해 있어서 베란다에 나가면 언제나 유유히 헤엄치는 돌고래를 볼 수 있었다.

이 리조트를 천국, 낙원에 비교하는 찬사들이 충분히 이해 될 만큼 힐튼 와이콜로아 빌리지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 3개의 수영장과 라군, 세 개의 타워, 이마리 일식당, 팜 테라스, 도나토니스 등의 레스토랑은 부대시설이 아니라 독립된 시설처럼 느껴지도록 타워와 타워 사이에 위치해 있다. 투숙객들은 대부분 가족단위로 일주일 이상 이 곳에서 머물며 천국을 경험한다.
www.hiltonwaikoloavillage.com


● 살아있는 보물 하와이 화산 국립 공원

빅아일랜드는 5개의 화산이 만들어낸 작품이며 아직도 살아 움직이는 젊은 섬이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의 볼케이노하우스에서 멀리 내려다보는 킬라우에아 칼데라(Kilauea Caldera)는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 화산은 아직도 계속해서 용암을 바다로 흘려보내 해안선을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활화산이기 때문에 아직도 군데군데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것을 멀리서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땅이 살아있다는 느낌은 웬지 섬뜩하고 소름 돋게 하지만 심장 박동이 빨리지는 묘한 흥분으로 연결된다.

가장 안전한 화산이라고는 하지만 금세라도 땅이 갈라지고 용암이 시뻘건 혀를 내밀며 모든 것을 삼킬 것 같은 공포와 긴박감이 생긴다고 하면 ‘오버’일까. 굳어버린 용암지대를 가로질러 칼데라 주위를 둘러싼 도로는 그 자체로 하나의 구경거리다. 하와이 화산은 2000마일이 넘는 곳에 살던 폴리네시안 사람들이 이 곳으로 오게 된 동기라고 추측되고 있다. 화산의 분출로 인해 육지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것이다.

킬라우에아 칼데라의 북동쪽 언저리에 세워진 볼케이노하우스는 관광객들을 위한 간단한 런치 뷔페를 제공하고 있으며 칼데라의 조망장소로도 좋다. 이 곳에는 장기 숙박객들을 위한 분화구 뷰(view)의 숙소가 있으며 방문객센터, 뮤지엄, 볼케이노아트센터 등의 시설이 있기 때문에 화산의 지질학적 중요성 등을 공부할 수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달쯤 이 곳에 머물면서 화산에 대해 공부하고 싶을 만큼 대지밑에 숨겨진 생명력은 커다란 매력이다. 전망대위의 전시관에는 화산에 대한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함께 하와이 사람들이 숭배했던 불의 여신 펠레(Pele)를 표현한 다양한 그림도 감상할 수 있다.

용암을 가장 잘 관찰하는 방법은 야간투어에 참가하는 것이라고 한다. 칼데라 안의 분화구(Crater)를 들여다보면 대지에 붉은 모세혈관을 그리거나 솟구쳐 오르는 용암의 흐름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와이 글·사진〓천소현 기자
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하와이관광청 02-777-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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