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을을 연상케하는 파란 하늘과 하양색 물감을 막 짜 놓은 듯 새하얀 구름이 그곳에 있다. 내려다보면 무엇이든 다 비춰낼 듯한 호수에 꼭 같은 하늘이 또 하나 펼쳐져 있고, 더불어 산이 있고 나무가 있고 세상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물빛이 아름다운 호수, 절묘한 풍경을 자랑하는 폭포, 가지각색으로 빛나는 나무들, 고지대여서 더욱 아름다운 설경, 장족문화를 가리켜 구채구 5경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을 한번에 보기 가장 좋은 때는 1년 중 3~4월과 10~11월로, 서로 다른 계절의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하늘과 호수 맞닿은 신비의 영역

구채구에서 제일로 치는 것은 물이다. ‘구채구의 물을 보고 나면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이며, 그 빛이 영롱하고 한 가지 색으로 형용할 수 없다는 비취색에 비교되기도 한다. 구채구 공원은 총 114개의 호수와 17개 폭포로 구성되는데 호수마다 폭포마다 저마다의 빛깔이 있고 그에 맞는 이름을 가졌다. 가장 높은 곳인 장해와 원시림 지구를 따라 내려오면 수정구부터 하나로 만나며 이를 각각 저차, 르저, 수정 세 곳의 관광포인트로 분류할 수 있다.


■ 깊이와 신비함 담은 ‘호수’
장해는 제일 크고 깊은 호수로 길이는 약 8Km이고 수심이 40m에 달한다.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물이 나가는 별도의 통로가 없지만, 여름과 가을에 폭우가 내려도 물이 넘치지 않고 가뭄인 겨울과 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늘 일정하다. 장해는 해발 3100m에 위치해 구채구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는 호수이다. 높은 곳에 있는 만큼 구름과 안개 사이에 어우러져 하늘에 떠있는 듯한 풍경을 연출하며, 하늘의 흰 구름이 가까이 대칭을 이루는 모습이 선명하다.

아래로 내려오다가 2600m 지점에 이르면 작고 아담한 오채지를 만난다. 그 이름처럼 다양한 색을 담고 있다. 흔히 보는 호수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른빛을 띄며, 호수가에 자라는 나무빛이 투영돼 계절에 따라 갖가지 색으로 물든다. 신비로운 점은 구채구 호수 중에서 유일하게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는데 아직까지 아무도 그 이유를 밝히지 못해 신비감을 더한다.

■ 팬더와 설경 그리고 고요한 ‘경해’
관광코스의 오른쪽 줄기를 따라 오르다보면 가장 조용하고 고요한 호수라는 경해를 만날 수 있다. 주위 산이 거울처럼 비친다 해 ‘거울 경’ ‘바다해’ 경해로 이름 붙여진 이 호수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그 사랑이 변치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팬더의 서식지로 유명한 쓰추안(사천)성에서도 팬더가 특히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 이곳 구채구이다. 팬더곰이 나왔다고 하는 팬더해, 팬더곰이 즐겨먹는 죽순이 자라는 죽순해라고 불리우는 호수가 있는데, 팬더들이 이곳에 와서 먹고 노는 것을 좋아해 자연에서 서식하는 팬더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두 호수를 조금 더 지나면 초해, 백조해 등이 나오는데 이 곳부터는 삼림이 울창하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계절에 상관없이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계속 올라가다 보면 원시삼림으로 이름 붙여진 산책로가 나온다. 가장 꼭대기에 이르면 호수는 없지만 눈 덮인 설산에 둘러싸인 운치를 만끽해본다.

■ 계절따라 색깔 변하는 ‘서우해’
산꼭대기부터 흘러내려온 물은 하류 지역에 이르면서 곳곳에 여러 가지 모습을 조각해내며 흘러간다. 여기에 기온이 올라가면서 사방에 계절에 따라 갖가지 색으로 변화하는 나무가 많이 자라기 때문에 물의 푸른빛과 더욱 선명한 대비가 된다. 풀과 나무가 물에서 자라는데 풀색이 변함에 따라 수면 위로 햇살이 반사되면 잎새들이 반짝거리는 모습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해 캐나다의 호수를 연상케 하며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불꽃해는 초목이 물에 비춰진 모습과 햇빛의 반사작용이 더해지면서 수면 위로 무수한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한편 서우해는 구채구에서도 경치의 변화가 제일 많은 곳으로 수면이 매우 넓고 그에 비친 색깔이 어느 곳보다 선명하고 아름답다. 북쪽 가에는 갈대밭이 출렁이고 남쪽에는 은빛 폭포가 있는 것도 볼거리를 더한다.

구채구〓이병기 전무 tktt@traveltimes.co.kr
취재협조〓중국국제항공 02-774-6886


[장족문화 엿보기] 집집마다 세워진 ‘라마기’
깃발 많을 수록 ‘부자’…집안 대소사 기록


구채구는 9개의 장족 마을이 있는 계곡이라는 뜻. 장족에서 ‘장’은 티벳을 가르키는 한자로, 구채구는 티벳색이 강한 지역이기도 하다. 티벳 전통복장을 입은 사람들과 티벳식 주택 그리고 식당에서 먹게 되는 티벳음식 등 자연풍경 감상 외에 티벳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장족 마을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집집마다 세워져 있는 기다란 깃발이다. 라마교를 믿는 장족은 결혼 죽음, 탄생 , 사고 등 집안에서 생기는 일들을 집 앞에 세운 라마기에 기록하고 매일 영혼에 대한 기도 올린다. 멀리서 보면 그저 평범한 깃발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빼곡하게 집안의 대소사가 적혀 있다.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다리에도 이 깃발을 세워 놓는다. 다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하거나 불경을 적어놓기도 한다.

한편 색색의 깃발은 색상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흰색은 구름을, 붉은 색은 태양, 푸른색은 하늘, 황토색은 땅을, 녹색은 나무를 각각 뜻한다. 또 집 앞에 라마기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집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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