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해를 지나 홍해를 만난다

4. 요르단 上 - 사해와 항구도시 아카바

요르단은 시리아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나라다. 시리아의 국경을 넘어 요르단 북부에 접어들면 푸른 나무가 자라는 산 속 드라이브가 펼쳐진다. 요르단 국토의 80%가 사막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로마가 건설한 10개의 위성 도시 중 하나라는 제라쉬(Jerash)가 나온다.

제라쉬는 로마식 개선문을 지나 5000석 규모의 극장과 56개의 기둥이 세워진 원형광장, 열주도로 등 전형적인 로마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꾸준한 복원 공사로 원형을 많이 회복한 제라쉬를 거닐면 그 옛날 요르단 땅까지 권력을 행사한 로마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제라쉬에서 남쪽으로 50km 정도를 더 내려가면 수도 암만이다. 시리아의 다마스커스가 시멘트 벽돌로 지은 회색도시라면 요르단의 수도 암만은 그 위에 정성 들여 색을 입힌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거리는 한결 정돈 돼 있고 다운타운의 건물과 야경도 화려하다. 석기시대부터 7000년을 이어 온 암만에는 2000년 전에 지어진 6000석 규모의 원형극장이 있고 아직도 각종 공연이 열린다.

■ 신기하고 건강한 사해체험

볼거리 많은 요르단 여행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암만에서 1시간30분 가량을 달리면 세계에서 가장 낮고 짠 사해가 있다. 사해하면 흔히 이스라엘을 먼저 떠올리지만 요르단과 이스라엘은 사해를 자연스러운 국경으로 삼고 있다. 이스라엘에 비해 한발 늦게 관광지 개발을 시작한 만큼 요르단은 사해를 새로운 관광지로 알리기 위해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사해 인근에는 특급 호텔도 세워지고 있으며 호수가에는 파라솔과 샤워 시설도 갖추어 놓았다. 사해의 풍부한 미네럴 등은 화장품이나 목욕 용품으로도 만들어 지고 있다. 기준 해수면보다 400m 가량이 깊은 사해(Dead Sea)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염도가 200~300‰로 ‘물 반, 소금 반’인 호수다.

요르단 강이 흘러들기는 하지만 나가는 출구는 없고 건조한 기후라 그만큼 증발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반 바다보다 5배 이상 짜다. 더 이상 바다가 아닌 사해는 워낙 염분이 높아 아무생물도 살지 못하지만 높은 염분 덕분에 사람 몸이 절로 뜨는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다. 또한 사해에 몸을 담근 열 명중 아홉 명이 팔과 다리를 하늘 높이 치켜들고 있는 재미난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사해의 물은 미지근하면서 미끄덩거리는 독특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조심 조심 드러누워 발을 떼면 신기하게 몸이 뜨지만 책을 읽을 정도로 균형을 잡기는 쉽지 않고 물도 무척 무겁다. 사해는 각종 피부 질환에도 효용이 크다고 알려져 있는 데 눈이나 코에 물이 들어가면 상당히 괴롭기 때문에 수영을 할 때는 조심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수영 후 비누칠을 하지 않고 물로 가볍게 씻고나면 다음날 한결 몸이 매끄러워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

■ 푸른 홍해가 있는 도시 아카바

사해의 신비를 체험한 후에는 진짜 바다가 기다리는 아카바(Aqaba)로 향한다. 아카바는 홍해를 마주하고 있는 요르단의 남부 항구도시. 도시 전체가 면세 구역으로 겨울에도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더워 주말에는 암만에서도 많은 사람이 내려오는 휴양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해상무역의 중요성을 일깨운 솔로몬 왕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아카바의 해변에서는 멀리 이집트 땅이 보이며 항구 도시임에도 바다가 정말로 깨끗하다. 플랑크톤이 번창할 때면 바닷물색이 적색을 보인다고 해 홍해라고 불리지만 평상시에는 여느 지중해보다 맑고 푸른 바다가 홍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영화 아라비아 로렌스의 배경 도시로도 친숙한 아카바에 도착했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뜨거운 태양 아래 돌 유적을 거닐며 피곤에 지친 여행객들은 아름다운 홍해를 배경으로 잠시 여독을 풀어보자. 색색의 산호를 관찰할 수 있는 홍해 잠수함 투어는 중동 여행에서는 맛보기 힘든 요르단만의 작은 선물이다. 해안도 깨끗이 조성해 놓아 수영이 가능하고 가까운 해변에서는 제트스키를 즐길 수도 있다. 세계 각지의 다이버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요르단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루프트한자독일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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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블리버블리’를 아세요?

지구촌의 금연 열풍에도 불구하고 중동은 여전히 담배에 관대하다. 특히 노천 카페를 비롯해 식당과 고속도로 휴게소, 시장통 노점상 등 않아서 쉴 수 있는 곳이면 쉽게 볼 수 있는 물 담배는 흡연가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곳 물 담배는 의자에 앉은 사람의 허리 정도까지 오는 촛대 모양의 기다란 관이 유리병과 연결돼 있다. 관 끝에는 간장 종지처럼 작은 담배 담는 통이 있고 그 안에 담배 잎을 채우고 구멍 뚫린 은박지로 막은 후 불 붙은 숯을 올리면 준비 끝. 2/3 정도 물을 채운 물병에 연결된 호스를 빨면 담배 연기가 물을 통과해 입 안으로 들어온다.

물 담배를 이곳 사람들은 ‘나르길레’라고 하는 데 ‘허블리버블리’라고도 한다. 담배를 필 때 마다 유리병의 물이 보글보글 거품을 내는 모습을 본 뜬 이름이다. 필터 담배와 달리 한번 불을 붙이면 숯을 갈아가면서 30분은 기본으로 피기 때문에 호스 끝에 꽂는 각자의 파이프를 갖고 2명이 나눠 피기도 한다.

맛은 담배 잎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지만 과일향이 주를 이루고 연기가 풍부하다. 전체적으로 크게 독하지는 않지만 숯불의 세기에 따라 무척 독한 연기가 올라오기도 하다. 재를 털 필요가 없으니 재떨이도 필요 없다.

담뱃대의 가격은 관광객의 기념품으로나 적당한 5달러짜리부터 카메라 가방 비슷한 철제 가방까지 딸린 100달러가 넘는 것 까지 다양하다. 만약 담뱃대를 구입한다면 고무 패킹을 비롯한 곳곳의 이음새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허술한 곳이 있으면 담배 연기가 새기 때문에 빨리지 않는다. 식당이나 카페 등에서 담배를 시키면 담뱃대와 담배 잎, 숯 등을 모두 제공하며 가격은 3~5달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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