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은 페트라를 가졌다.”
바알벡과 팔미라가 레바논과 시리아의 보물이라면 페트라는 중동의 보물이다. 중동을 여행한다면 반드시 요르단을 가야 한다. 페트라가 있기 때문이다. 페트라를 빼고는 중동을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다. 페트라는 어쩜 신의 세계를 엿볼 수 있도록 허락된 마지막 공간인지도 모른다. 혹자들은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배경이 되면서 페트라가 유명해 졌다고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페트라를 스크린에 담을 수 있었던 제작진이야말로 행운이 아니었을까?



신의 세계를 닮은 장밋빛 계곡의 기적

5. 요르단 下 - 페트라와 와디름 사막투어


■ 자연과 인간이 만든 최고의 걸작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260km떨어진 페트라는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사이의 국제교역로를 장악하고 세금과 무역으로 부를 축적했던 고대 도시다. 기원전 2세기 경 나바테안족은 사막 한 가운데에 있던 붉은 사암 계곡을 통째로 깍아 이 거대한 도시를 만들었다. 그리스인들이 이 곳을 ‘바위’라는 뜻의 페트라라 부른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서기 106년 로마에게 점령당할 때까지 그들만의 제국을 이끌어 온 페트라는 이후 국제 무역의 중심을 팔미라로 넘겨주며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갔다. 페트라는 1812년 스위스 탐험가에게 발견되기 전까지 소수 베드윈들만의 공간이었다.

영화와 유네스코에 의해 유명해진 페트라는 중동이 평화로울 때는 하루 3000명이 찾는 유명 관광지가 되기도 했지만 최근의 불안한 정세 탓에 다소 잠잠한 모습이다. 단체 관광객이 오면 페트라는 분주해진다. 바람의 후예답게 말에 올라 탄 날쌘 베드윈 청년과 소년들은 관광객을 태우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다.

베드윈들은 페트라의 참 모습이 시작되는 협곡입구까지 5분 가량 말을 태워주는 일로 생계를 꾸려간다. 치열한 호객행위 끝에 관광객을 태우고 말 고삐를 잡은 베드윈들은 여행객 1인당 왕복 3달러를 받는다. 더위가 부담되거나 말 타기가 위험한 사람을 태우고 페트라 안까지 마차를 모는 사람도 있다. 계곡까지 가는 길은 뜨거운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내리막 길을 가야 한다. 내리막길 주위에는 과거 나바테인들의 무덤이 있고 길 한편에는 베드윈들의 발과 마차가 관광객을 부지런히 실어 나른다.

마차 한대가 지나갈 정도의 틈이 고작인 붉은 협곡은 하늘을 가리는 거대한 위용을 과시하며 서서히 서서히 아래로 이어져 있다. 협곡 아래 부분에는 외부의 샘물과 빗물을 도시 안으로 끌어들이는 수로가 정교하게 만들어져 보는 이를 감탄케 하는데 로마는 이 수로와 연결되는 외부 샘물을 막아 천하의 요새인 페트라를 차지했다.


■ 인류의 보물 창고 알 카즈네

워낙 무른 돌이라 협곡에 세워져 있는 많은 조각들이 무서 지고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지만 간간히 남은 조각들은 페트라의 융성함을 짐작케 한다. 협곡 입구에서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장관을 감탄하며 내려가기를 1.5km. 기다렸던 페트라 최대의 경관과 마주하는 순간 모두가 제자리에 멈춰서곤 만다.

협곡 안에 들어서면서 조심스레 장관을 기대했지만 붉은 협곡 틈 사이로 나타난 붉은 ‘알 카즈네’(Al Khazneh·보물창고)는 상상을 초월한다. 45m 높이의 바위산 전체를 조각해 놓은 이 어마어마한 신전과의 만남은 신비한 기적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사진으로는 결코 실물의 감동을 흉내 낼 수 없는 이 신전은 2층 형태로 6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고 창문과 발코니를 갖춘 바로크식으로 조각돼 있다.

너비 3m가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협곡을 지날 때는 협곡 끝에 있다는 도시의 규모가 그려지지 않지만 알카즈네를 보고 나면 페트라는 한결 가까워진다. 학자들은 전성기의 팔미라에 2만5000명에서 3만명 정도, 페트라에는 1만7000에서 2만명 정도가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좁고 끝이 없어 보였던 협곡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자리에는 넓은 광장이 나타나고 바위를 깍고 조각해 만든 무덤과 6000명 가량이 들어갈 수 있는 로마식 원형극장도 있다. 극장 왼쪽에는 열주대로가 뻗어 있는 전형적인 로마 시대의 시가지 유적이 있다. 사람의 집과 창고 등 모든 건축물은 돌과 일체를 이루고 있다.

페트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체험하려면 하루가 부족하지만 지는 석양을 받아 도시 전체가 붉게 물드는 광경을 볼 수 있다면 페트라의 매력을 어느정도 만끽했다고 할 수 있다. 해질 녘 페트라는 보는 방향과 햇빛의 각도에 따라 붉은색과 분홍빛이 뒤엉켜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한다.

요르단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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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비아의 로렌스 ‘와디룸’

페트라와 짝을 이루는 또 다른 볼거리로 와디룸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도 소개된 와디룸은 아람과 오스만 터키 전쟁 때 영국의 로렌스 장군이 아랍군을 이끌고 활약을 벌인 곳. 유명한 유적이 아닌 황량한 사막의 메마름을 체험할 수 있다. 페트라와 비슷한 사암이 연출하는 각가지 모양의 형상을 볼 수 있으며 사막용 지프차를 타고 머리 속에 그려온 모래 사장을 직접 달려 볼 수 있다.

배낭 여행객들에게는 하루 밤 별 빛을 벗삼아 야영을 즐기는 곳으로도 유명한 와디룸에는 ‘리틀 페트라’라는 이름의 작은 협곡도 있다. 모래 바람이 심하게 불기 때문에 카메라나 캠코더 같은 가전 제품은 사용후 반드시 꼼꼼하게 청소를 해줘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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