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이라고 하면 뭐라도 더 고치고 나아보겠다는 의지일게다. 그런면에서 당초 이번 정부의 출범에 거는 기대는 나름대로 컸었다고 기억된다. 그러나 다른 분야는 몰라도 우리 관광분야만큼은 1년이 다되도록 별다른 개혁의 바람이 미치지 못하는 듯 하다.

행정분야로 말하면 요즘은 가히 평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정책과 예산의 집행 후에 이 정책이 잘되었는가 또는 이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가에 대한 평가는 물론 규모와 정책에 따라서는 아이디어 단계의 정책도 평가를 요구받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작금의 관광정책을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총체적 위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국제관광수지라는 지표의 정당성을 떠나서라도 경제 관점의 정책목표가 설정되는 한 현재의 수지 상황은 명백히 정책의 실패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관광의 근본 패러다임 변화라고 하면 우선 정책의 목표와 관점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일단 그런 노력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관광정책의 위기를 논하고 싶은 지점은 이렇게 추상적인 것이 아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관광자원개발의 대표적인 제도인 관광지 지정은 관광지 경계 밖의 특수와 관광지내의 침체와 낙후가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여러 가지 감독과 규제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로 지정되면 영업에 크게 도움이 되리라 믿었던 관광지내의 상가들은 이제 이구동성으로 관광지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 점은 전국의 수많은 관광특구가 다르지 않다.

관광산업은 또 어떤가? 어렵게 여행업을 하기보다는 유학원이나 낚시터, 등산회가 더 낫고 관광호텔을 하는 것보다는 러브호텔이나 일반호텔로 있는게 더 낫다고 하는 것도 사실이다.

관광펜션보다는 그냥 펜션으로 있는게 세금도 안내고 장사도 더 잘된다. 국제회의 관련업 보다는 전시장 관련업이 혜택이 많지 않은가? 사업자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여러 관광업체들이 부담금과 가입혜택 사이에 아직도 결단을 못 내리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계속해서 관광진흥법 상에 관광업을 하기보다 그 밖에 있는 것이 더 이득을 보게 된다면 이는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바른 개혁은 현재의 상황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평가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런 차원에서 우리에게 근본적인 반성이 없었다는 데에 개혁의 한계가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게 암울하다고 체념하기엔 이르다. 특히 최근에 나타나는 몇 가지 변화는 관광부문에서 새로운 희망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상아탑에만 머무르던 관광학자들이 현실정책에 대한 적극적 비판과 참여를 기치로 한국관광학회 내에 정책포럼을 설치하고 성대한 첫 번째 모임을 치루어 냈다.

또한 그간 정부의 암묵적 개입 의혹으로 그들만의 선거로 전락했던 협회장 선거는 사업자 전체의 화합과 단결을 공약으로 한 후보가 한편의 드라마처럼 당선됐다. 여기에 관광부문의 대표적인 시민단체들은 깜짝 놀랄 만큼 국회의원들을 관광현안에 끌어들이는가 하면 관광업계 최초로 중앙회장후보토론회를 개최해냄으로서 본격적인 관광부문 민주화의 서막을 열어냈다. 그야말로 새로운 개혁주체들이 자리를 잡는 순간이다.

개혁에는 뭐니뭐니해도 개혁주체가 먼저 바로 서야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새롭게 부상한 개혁주체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은 현실 정책의 철저한 비판과 걱정에 기반할 수밖에 없을 테고, 그런 면에서 내년 2004년 우리 관광부문의 획기적 발전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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