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 관광업계가 불황을 거듭하고 있다. 올 최초 사스로 인한 ‘반짝’ 특수를 누리긴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제주 관광업계는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해 입도 관광객 500만 명이라는 최고 기록을 앞두고 있지만 오히려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특히 호텔업계는 날이 갈수록 투숙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상황이 심각한 편이다. 비록 올 상반기 사스 특수로 허니문 고객들을 많이 유치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 격이 많다. 허니문들은 주로 주말에 집중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볼 때 오히려 전년보다 못하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9월 이후 비수기로 접어들면서 호텔마다 객실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해 현재 관광객 유치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업계 관계자들은 호텔들이 고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최근 몇 년새 급격하게 불어난 ‘펜션’을 손꼽고 있지만, 이들 업체들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보이며 점점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바닷가에 위치하거나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업체들을 제외한 나머지 펜션들은 현재 도태되거나 점차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이다. 반면 또 다른 한 쪽에서는 펜션이나 대규모 콘도 건립이 끊이지 않고 있어 이러한 악순환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호텔 등 숙박업체 불황 심해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 무엇보다 순수 관광객 외 국내 수학여행 및 저가 패키지 단체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추세로 볼 때 고등학생을 비롯해 중학교 수학여행 단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은 가장 객단가가 낮은 단체”라고 밝혔다.

또한 저가 패키지를 이용한 알뜰 여행객이 증가함에 따라 순수 관광객들을 잡기 위한 업체간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12월 한달간 ‘2003 그랜드 세일’을 개최, 비수기 시즌 관광객 유치와 이를 통한 업계 활성화를 꾀하고 있지만 이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이렇다할 성과도 없이 벌써 행사 기간이 절반을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조차 별다른 기대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

● 제주 그랜드 세일 효과 미비

한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사에서 특정 시간대 할인이라는 허울만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 관광객들이 그랜드 세일이라고 해서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겠느냐”고 단지 명분뿐인 실속없는 행사라고 꼬집었다.

내년 4월 PATA(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 총회를 앞두고 있는 제주도이지만 해가 바뀐다고 해서 이러한 업계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를 계기로 오히려 현 제주 관광의 문제점과 관광객 유인책 등에 대해 재점검하는 시간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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