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쿠버 자연서의짧은 여정

-독수리 찾아 떠나는 한겨울 래프팅 ‘짜릿’
-‘그라우스’에서 보는 평화로운 벤쿠버시
-110년 역사 잇는 ‘카필라노 현수교’

치카무스(Cheakamus)강은 해마다 수천마리의 독수리들이 겨울을 나는 곳이다. 노란 보트 두개가 흘러내려가는 겨울강은 갈수록 넓어지고 깊어지고, 더 짙어진다. 수십미터 높이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좌우로 보초를 서고 동쪽으로는 다가가도 다가가도 여전히 까마득한 8700피트의 가리발디산(Mount Garibaldi) 정상이 시야를 하얗게 가른다. 하얀눈과 색이 구별되지 않는 트럼피터 스완(야생 백조의 일종)들 사이에 애써 모습을 감추어 보지만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의 까만 몸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수백미터 거리의 물체도 가늠한다는 독수리들에게 우리의 노란 보트와 붉은 구명조끼는 또 얼마나 도드라지는 낯섬일까.

해마다 점점 많은 독수리들이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떨어진 브렉큰델리(Brackendale) 지역을 찾는 이유는 상(上)편에서 소개한 연어들과 관계가 있다. 이곳에서 태어나 대해로 떠났던 많은 연어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산란을 하고 그 수명을 마치기 때문이다. 옅은 비린내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팔뚝만큼 긴 연어들이 모로 누워 떠내려가고 있다. 사냥이 어려워지는 겨울에도 영양분을 계속 섭취해야 하는 독수리들에게 자연사하는 연어는 매일 매일 훌륭한 진수성찬이다.

머리위를 멋지게 선회하는 녀석, 나뭇가지에 잔뜩 웅크리고 앉아 사나운 눈을 치켜뜨는 녀석, 연어 뜯기에 여념이 없는 녀석까지 정말 독수리 소굴로 들어와 있는 것 같다. 해마다 그 숫자가 늘어 5000마리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독수리들이 인근의 강줄기를 따라 겨울을 난다.

1시간 정도 이어지는 래프팅은 제왕의 새, 독수리를 만나러 가는 여정이다. 썬 울프(Sun Wolf) 아웃도어 센터에서는 봄,여름,가을에 거센 물살을 헤치는 모험 래프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12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철에는 독수리관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래프팅이 끝난 후 벽난로에 젖은 장갑을 널어놓고 즐기는 구수한 빵과 걸쭉한 수프는 온 몸을 녹여주는 진수성찬이다. 독수리관찰래프팅의 요금은 1인당 89캐나다달러(미화 55달러)로 점심이 포함된 요금이다. www.sunwolf.net

종종 걸음을 쳤지만 아무래도 설피를 신은 발은 제 속력을 내지 못한다. 내리막길에서는 꼬꾸라질 듯, 눈 위를 걷는다는 것이 쉽지 않다. 어두워지는 하늘대신 불을 밝히는 것은 도시의 가로등. 밴쿠버 최고봉인 그라우스 마운틴(Grouse Mountain)에서 내려다보는 밴쿠버시는 고요하고 평화롭다. 스탠리파크와 밴쿠버 다운타운, 그리고 리치몬드를 위 아래로 가르며 흐르는 프레이저 리버(Faser River)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스노우슈잉(Snowshoing)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신발을 신을 일이라더니 기술보다는 체력이 필요한 일이지 싶다. 일단 신발위에 설피를 고정시키기만 하면 그 다음은 약간의 요령을 더해 걷는 일이 남았을 뿐이다. 앞 사람의 발자국에서 벗어나 나만의 발자국을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다. 1시간 동안 종종 걸음으로 산책한 그라우스 마우틴은 다운타운에서 불과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우리로 말하면 도시의 산, 남산과 같은 존재다. 지척에 놓인 북미 최대의 스키장 휘슬러에 명성에 가려 있지만 밴쿠버 사람들에게는 가장 가깝고 친근한 전천후 휴양지다.

겨울 리조트로 스키, 스노우보딩, 스케이팅, 스노우슈잉 등을 할 수 있으며 여름에는 산악자전거타기, 산책, 하이킹, 패러글라이딩 등 다양한 활동을 할수 있다. 정상의 전망 좋은 레스토랑과 극장까지 데이트 장소로도 훌륭하다. www.grousemountain.com

다리는 길고 높다. 자유의 여신상 가슴 높이와 맞먹는 70m 높이의 공중에 매달린 카필라노 현수교(Capilano Suspension Bridge)는 길이가 35m 이상이다. 다리의 반대편은 아예 어두운 숲속으로 빨려들어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다리를 조심스럽게 걸어가던 사람들은 꼭 한번씩, 다리의 중앙에 서서 밑을 내려다본다.
눈에 맺히는 것은 저 아래 카필라노 리버의 풍경이 아니라 아찔한 순간에 저절로 떠오르는 저마다의 소중한 사람과 추억들이다.

110년전 이 곳의 아름다운 풍경에 반한 조지 그랜트 맥케이라는 사람이 부인과 함께 만든 줄다리가 지금은 1300명 이상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으며 매년 80만 명이상이 방문하는 유명한 현수교로 발전했다. 스토리센터, 기념품점, 토템 폴(Totem Pole), 정원 등 여러 가지 공간들도 덧붙여졌다.

새롭게 선보일 공중 산책로는 카필라노와 가장 잘 어울리는 시설이다. 10m 이상 공중에서 나무들을 서로 연결한 것이지만 몸통 주위로 공간을 띄우고 버팀대를 설치해 실제로 나무의 성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게 설계됐다. 땅 위를 걷는 산림욕도 좋겠지만 마치 새가 된 것처럼 꼭대기에 집중된 나무들의 잔가지와 잎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다. www.capbridge.com

캐나다 밴쿠버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밴쿠버 코스트&마운틴 관광청 www.vc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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