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jslee@naeiltour.co.kr
(주)내일여행 대표이사

실리콘밸리 소재 한국 IT산업 전진기지 I-PARK에서 연수받을 기회가 생겼다. 엉뚱하게도 여행업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어 보이는 ‘실리콘밸리에서 한국 IT기업 생존전략’이라는 세미나를 참석했다. 분야가 다르다보니 다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연수에서 머리 쥐(?)나는 일이 발생한다. 한국의 IT산업과 여행업이 처한 현실이 너무나 비슷하지 않은가? 한국 IT산업을 원초적인 부분부터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I-PARK 원장의 특별 강좌에서 한국 여행업이 처한 현실이 보이는 것은 동병상련의 아픔인가?

1만1000여 개의 한국 IT기업 가운데 실리콘 밸리에서 생존 할 수 있는 기업은 아무리 양보해도 50개 미만이라고 전문가들은 판단한다.
한국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폼나게 표현하면 은근과 끈기의 민족 정신, 현실 감각으로 표현하면 실낱같은 희망 속에 남아 있는 대박 환상에 무작정 버티는 기업이 많아 생존율이 미국보다 약간은 높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기업들을 실리콘밸리라는 세계무대로 옮겨 놓으면 생존가능성은 약 0.5%정도다. 세계 최첨단의 기술을 자랑하는 IT강국의 수준이 이 정도인 것이다.

IT강국 한국의 기업들이 실패하는 여러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다음단계(Next Step) 에 대한 비전(Vision) 결핍이라고 한다. 빌게이츠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자 역할이지, 첨단 기술자가 아니라고 한다. 어쩌면 한낱 몽상가일지 모르지만 그의 천재성은 기업의 운명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하여 세계를 변화시켰다.

하지만 한국 IT산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삼성, SK, 한국통신 등 몇 개의 대기업에서 기술을 습득하고, 신기술을 개발하여 대박을 꿈꾸며 창업을 한다. 이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또다시 과거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슷비슷한 아이템으로 또다시 창업을 한다. 이렇게 창업의 뿌리가 몇 개의 나무 가지에서 파종되다보니 기업의 내부 사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모두 다 비슷비슷하다. 비전을 현실화 시켜줄 수 있는 Next Step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절벽 사이 틈새(The Chasm)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빠져버린다는 것이다.

눈을 돌려 우리 여행업의 현실을 살펴보자. 한국의 여행업에는 마케팅이 없다. 경쟁사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Competitive Analysis), 차별성(Differentiators), 틈새시장 공략(Identifying Penetration Segment), 제품 포지셔닝(Product Positioning). 가격정책(Market Driving Pricing), 교육(Training of Sales and Support Team), 고객과 직원에 대한 보상(Incentive Management)시스템 등 과학적인 시장 공략이 한국의 여행업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여행사들의 뿌리를 보면 과거 몇 개의 대형여행사에서 업무를 배워 창업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배웠던 지식 그대로 후배들을 가르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여행사에서 과학적인 마케팅은 존재하지 않고 덤핑위주의 신문 광고로 몇 개 일간지에 막대한 공헌을 한다. 선배들에게 배운 “값이 싸면 통한다”라는 유일무이한 전략으로 대박을 꿈꾸며 무작정 신문 광고 전쟁에 덤벼든다. 그러다 부도가 나면 비슷비슷한 형태의 또 다른 회사가 생겨나고 이들은 다시 과거의 수법으로 고객을 유인한다.

매일매일 신문광고라는 마약을 먹고산다는 업계 선배의 말씀이 생각난다. 과연 한국의 여행업계에 빌게이츠가 나타날 수는 없는가? 여행업에 비전은 무엇인가? 누가 ‘Next Step’의 문을 열 것인가? 한국의 여행업계에 삼성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여행사가 탄생할 수 없을까? 그대 아직 꿈꾸고 있다면 이 문을 여는 열쇠의 주인공이 될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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