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쿵♪짝짝 왈츠의도시 비엔나로

● Shall we waltz?
하나-두울-세엣, 하나-두울-세엣, 처음엔 박자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한 발을 앞으로 내딛고 다음엔 다른쪽 발을 내딛는 동시에 반대편 발을 끌어당겨 모으는 동작이 왈츠의 기본 스텝이다. 발동작에 계속 신경을 쓰고 있으면 뒤엉키기 일쑤. 적당히 리듬을 타고 있다고 생각이 되면 상체를 세울 것, 파트너의 손을 가볍게 맞잡을 것. 그리고 시선은 정면을 살짝 비껴 대각선을 바라볼 것 등 매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음악에 맞춰 스텝을 시작하면 동작이 한결 자연스러워지고 어느덧 ‘즐기는’ 여유까지 생긴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항상 제자리걸음만 할 것인가? 기본 스텝을 유지하면서 파트너와 함께 천천히 시계방향으로 회전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왈츠 강의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끝이다. 다른 커플들과 대열을 맞춰 큰 원을 그리면서 돌거나 한 방향을 향해 이동하는 턴이 다음 순서다. 커다란 볼룸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향을 맞춰 춤을 추지 않는다면 서로 어깨를 부딪쳐 도저히 춤을 출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 하지만 여기까지는 아무래도 두어 시간의 강의로 탐을 낼 부분이 아닌 것 같다. 엉키는 스텝과 호흡이 맞지 않는 보폭에 ‘쿵’하고 엉덩방아는 찢는 사람도 있고, 서로 엇갈리는 방향에 옆 커플과 어깨를 계속 부딪친다.

비엔나에서의 왈츠 강의는 기본을 맛보는 것에서 끝났지만 이 밖에도 여러 가지 복잡한 응용동작과 스텝이 있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춤바람’이 나지 않는 이상 초보자에게는 무리라 여겨지지만 아름다운 무도곡에 맞춰 우아한 드레스를 차려입고 멋진 파트너와 정식으로 왈츠를 쳐 보고 싶은 열망이 모두의 가슴에 자리를 잡았다. 낯간지러운 서양의 문화라고 여겼던 왈츠에 대한 선입견이 잠시 동안의 체험으로 즐거운 추억, 도전하고 싶은 취미생활로 바뀌어 버렸다.

강의가 끝나고 차와 커피, 애플파이와 함께 땀을 식히는 담소에서도 도무지 왈츠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관광으로만 끝나는 오스트리아 여행이 아니라 요한 스트라우스의 왈츠곡에 맞춰 배워보는 왈츠 강습은 상품의 가치도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을 돌려보며 자신의 모습을 열심히 찾기도 하고, 상품 개발은 물론 개인적으로 아내, 혹은 남편과 한번 춰 보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비엔나에서의 왈츠강습은 비엔나에서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댄스스쿨 헤르날(Hernals)에서 진행됐다. 여행 중인 처지라 편안 복장으로 방문했지만 연습공간인 볼룸은 120여년 전에 세워진 곳으로 노란색 벽에 화려한 은색으로 장식된 유서깊은 곳이다.

댄스스쿨 헤르날은 관광객들을 위해 영어로 댄스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5월부터는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7월부터는 매주 목요일과 일요일에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두 차례 강습이 진행된다. 차 혹은 커피와 케이크로 이뤄진 간식을 포함해 두 시간 강습료는 1인당 30유로다.


● 비에니즈 왈츠 Viennese Waltz

-가장행렬 대신 번성한 왈츠 무도회
-전 세계로 생중계 되는 ‘오페라 볼’
-‘노숙자 볼’‘사냥꾼 볼’ 등 이색행사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히 비엔나에서 왈츠가 부흥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엄격한 어머니 역할을 했던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1717~1780)은 카니발 기간 동안 가장 행렬을 비롯한 요란한 행사를 금지했고 귀족들에 한해서만 궁전에서 가면무도회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녀의 사후 ‘백성의 황제’로 불렸던 아들 조세프 2세는 모든 백성들에게 화려한 카니발행사를 허락했고 무도회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었다. 때문에 지금까지도 오스트리아에는 가장 퍼레이드로 진행되는 요란한 카니발 행사가 드물고 1~2월이 되면 볼 시즌(Ball Season)을 맞아 거의 매일 무도회가 개최된다.

하지만 당시의 무도회는 신체의 접촉이 거의 없는 폴로네이즈, 양식화된 미뉴엣 등의 춤이 주 무대를 이루는 차분한 자리였다. 그래서 왈츠가 무도회에 등장한 초창기에는 남녀가 가까이 몸을 당겨서 추는 이 춤이 매우 부도덕하게 여겨졌다. 그것이 얼마나 센세이셔널한 광경이었으면 한 공작은 “왈츠는 추는 여자와는 절대로 결혼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할 정도였다.

그런 반발과 상관없이 왈츠는 대중화를 거듭해 1837년 합법성을 인정받았으며 오늘날까지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무도회의 댄스가 되고 있다. 메인 홀 외에 부속실에서는 왈츠가 아닌 모던음악, 탱고, 디스코, 하우스 비트에 맞춘 댄스판이 벌어지는 등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가 많았지만 오늘날에도 변하지 않는 전통은 오프닝으로 처음 무도회에 참가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데뷔무대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무도회가 상류층에서 사교계의 정식 데뷔무대였던 전통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많은 무도회 중에서도 비엔나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되는 비엔나 ‘오페라 볼’은 전 세계 수십 만명의 시청자에게 생중계되는 비엔나 최고의 이벤트이다. 오스트리아 정부 관료와 해외의 유명인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5000여명의 시민들이 그에 지지 않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나선다.

수천명의 인원이 완벽하게 정장을 갖춘 장관을 볼 수 있는 기회로, 이에 대한 비엔나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오는 2월19일에 개최될 오페라 볼은 물론이고 내년 행사의 박스(Box)는 이미 예매가 모두 끝난 상태, 지금 예약하면 2006년의 오페라 볼에나 박스를 예약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비용도 9,000~36,000유로에 달하는 고가이기 때문에 오페라 볼에 참가하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 평생의 꿈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페라 볼이 아니더라도 비엔나의 볼은 다양하다. 전통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사냥꾼들의 볼’, 노숙자들을 위한 ‘홈리스 볼’, 형편없는 음악에 볼썽사나운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나쁜 취향의 볼’ 등 각가지 주제의 다양한 볼이 진행되고 있다. 무도회를 사랑하는 비엔나 사람들은 새벽 2~3시까지 , 5시까지도 춤을 춘다. 그렇다고 춤만 출 수 있는가. 볼 시즌 동안 이른 새벽에 길을 나서면 멋지게 차려입는 젊은 남녀들이 가판대 앞에서 게걸스럽게 핫도그를 먹어 치우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비엔나관광청 02-773-6422 www.vienna.inf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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