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대를 풍미한 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주인공격인 재벌회장은 이사로 재직 중인 처남을 향해 이렇게 욕을 한다. “저게 처남만 아니면....”

모두 눈치 챘겠지만 오늘은 낙하산 인사를 말하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라는 것을 미국에선 엽관제(spoils system)라는 용어로, 일본에선 아마쿠다리라고 하는 걸로 봐서는 가히 전 세계적 보편현상인 듯도 싶다. 또 그 범주에 있어서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정치인이나 퇴직 관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에서 하청업체로, 종합병원에서 병의원으로 우리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관행화됐음도 부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미국에서 “전리품은 승리자의 것”이라고 하는 19세기의 엽관제는 정치적 부패와 행정상의 비효율 때문에 곧 메리트 시스템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국민의 정부 시절 때도 이 문제는 당시 최대의 이슈였는데, 지금 뒤돌아보아도 국민의 정부가 이루어낸 수많은 업적이 저평가되는 이유가 소위 호남싹쓸이론 등 낙하산 인사로부터 비롯됐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관련연구에 의하면 관료 체계에서 낙하산 인사가 지속되는 이유는, 첫째 젊은 나이에 퇴직하는 공무원이 많고, 둘째 낙하산 인사를 규제하는 관련 법령이 느슨하고, 셋째 퇴직공무원의 경제적 환경이 좋지 못하고, 넷째 한두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적 사안으로 관행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만 보아도 왜 우리 사회에 낙하산 논쟁이 계속되는가 하는 것은 대강 짐작이 될 만하다. 공무원 사회의 인사적체는 날로 더욱 악화되고 있고, 공직자윤리법도 너무 높은 기준을 설정함으로서 현실적으로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고, 조기퇴직이다 보니 퇴직 후에도 어린 자식들을 돌보기에는 경제적으로 곤란하고, 또 전부처에서 계속하는 일이라 별다른 문제의식도 느끼기 어렵다고 본다면 이해가 안 될 일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낙하산 인사라는 것도 그렇게 나쁜 것만도 아니다. 지면상의 관계로 모두 소개할 수는 없지만 일본에서 아마쿠다리는 국가정보체계의 효율성을 담보하는 수단으로(humit)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식민시대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사회인적자산이 황폐해졌을 때 군대나 정부의 공무원은 일반기업에서도 업무능력이나 대외협력 상 중요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엘리트였다는 점은 역사적 사실에 가깝다.

세월이 한참이나 지난 지금도 낙하산 인사에 긍정적인 면이 여전이 있다는 점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긍정적인 이익이 없이 낙하산 인사를 본의 아니게 수용하는 일이 생긴다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몸에 밴 보수성으로 개혁의지를 막고, 기존 직원들의 승진 기회를 박탈하거나 중복적으로 쓸데없는 결재행위로 성취욕을 꺾고, 인사의 정통성 부재에 따라 자기를 임명할 곳에 대한 로비에만 의존하려는 행태가 나타난다면 낙하산 인사를 수용한 입장에서는 큰 손해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 취임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낙하산 인사가 한국관광협회중앙회와 한국일반여행업협회에서 또 다시 재연됐다는 본보의 기사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몇 자 적어 보았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나니 배알이 조금 꼬인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피하고 빼버리고 나니 속이 편할 리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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