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속 와인한잔의 유혹 부르겐란드

-신선한 햇 포도주 가득한 호이리게
-토양·기온·땀이 이룬 와인의 천국

오스트리아를 한번이라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호이리게(Heuriger)의 유혹을 떨쳐버리기 힘들었을 것이다. 호이리게는 맥주가 아니라 와인을 파는 오스트리아식 선술집으로 알려져 있다. 생산된지 1년이 넘지 않은 신선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밤마다 유쾌한 소란이 벌어진다.

호이리게의 역사는 합스부르크왕조의 특별한 두 황제로 거슬러 간다. 30년 전쟁 등 중세의 혼란속에서 와인생산이 침체되자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는 세금과 행정규제를 완화해 주었고 그 아들 요셉 2세는 와인농가에서 치즈, 소세지 등 직접 요리한 음식과 와인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었다. 와인농가에서는 대문앞에 솔가지를 내걸어 ‘영업 중’임을 표시했고 이것이 호이리게의 시작이 됐다. 비엔나 인근에만 180여곳의 호이리게가 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에는 호이리게가 제공하는 풋풋한 와인외에도 다양한 종류와 품질의 와인이 있다. 레드와인 쯔바이겔트(Zwiegelt), 블라우프랑키쉬(Blaufrankisch)나 디저트 와인 루스트 오스브루치(Ruster Ausbruch) 등은 엄격한 품질관리아래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 와인이다. 오스트리아의 와인 생산량은 전 세계 와인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적은 양이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와인여행은 그 희귀성으로 인해 가치가 더 높다.

오스트리아 와인의 고향 부르겐란드(Burgenland)주를 방문하는 데는 많은 욕심이 필요 없다. 비엔나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 정도만 차로 달려가면 오스트리아 와인의 고향 ‘부르겐란드’주에 도착한다. 유럽 최대 넓이의 스텝(Steppe) 호수인 ‘노이지에들러(Neusiedler See)’를 끼고 있는 부르겐란드는 와인 생산을 위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가볍고 모래같은 흙부터 무겁고 찰흙같은 흙까지 다양한 토질이 분포해 있는데다가 스텝 호수의 영향을 받은 미세한 기후로 지역마다 개성있는 와인을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봄이 일찍 찾아오고 덥고 습한 여름을 지나 온화한 가을까지, 포도송이에 잎이 붙어있는 날짜가 연간 200일이 넘는 다는 것은 그 만큼 포도가 잘 익는다는 뜻이다. 겨울에는 포도가 적절한 기온으로 얼어야만 가능한 아이스 와인도 생산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와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단 두 시간만 투자하면 된다. 오스트리아 와인 아카데미의 본산이 이 곳 부르겐란드의 작은 마을 ‘루스트(Lust)’에 위치해 있다. 노이지호수의 서부 연안에 위치한 루스트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마을이다. 와인생산으로 풍족한 수입을 얻었기 때문에 전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황제 레오폴드 1세에게 세금과 와인을 공납함으로써 ‘자유촌’으로서의 특권을 누리기도 했었다.

14살 때부터 와인전문가로 진로를 결정했다는 루스트 와인 아카데미의 선생 크리스찬씨는 오스트리아와인의 등급과 이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종류에 대해 개괄적인 설명을 했다. 좋은 와인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생산지와 빈티지, 고유의 승인번호와 당분함량까지 표시된 와인 라벨을 읽을 수 있어야 하다. 달콤한 유혹의 스위트 와인은 인공적인 당분첨가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수확 전후의 신고와 검사를 통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또 생산량도 엄격히 제한해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1헥타아르당 9000kg 이상의 와인을 생산할 수 없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목을 빼고 기다렸던 와인 시음 순서. 찬물로 입을 씻어 가며 창백한 노란색의 화이트와인부터 시작해 쯔바이겔트 와인과 달콤한 아이스와인까지 여러 가지 와인을 맛보는 동안 모두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다. 시간이 갈수록 질문이 많아지고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는 것이 지적만족인지 와인의 오묘한 작용인지가 헷갈릴 지경이다.

간단한 강의로 부족하다면 와인 제조 과정을 실제로 체험할 수도 있다. 루스트 북쪽의 또 다른 와인마을인 푸바흐(Purbach)에서는 포도수확부터 원액추출 등 와인생산 과정을 직접 체험해보고 100병의 와인을 가져가는 하루코스의 패키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첨언을 좀 하자면 부르겐란드는 와인의 명성 못지않게 아름다운 가족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여름이면 아름다운 날씨와 평화로운 호수를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매우 붐빈다. 물론 오스트리아인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지만 이웃나라 독일에도 매우 잘 알려져 있다. 맛있는 가정식 요리와 함께 와인을 즐기는 호이리게, 낚시와 수영,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팅 등의 다양한 레포츠, 스파, 와인 등의 웰빙 여행까지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오스트리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비엔나관광청 02-773-6422
www.vienna.info 부르겐란드관광청


♣ 하이든의 영혼이 숨쉬는 에스터하지성

부르겐란드주의 주도 ‘에이젠슈타트(Eisenstadt)’는 요셉 하이든이 30년이나 거주하면서 창작활동을 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에게는 ‘와인’이 아니라 음악성지순례의 코스로 알려진 지역이다.

요셉 하이든은 1761년 헝가리의 명문가 에스터하지(Esterhazy) 가의 부악장으로 이 곳 에이젠슈타트에 자리를 잡았다. 부르겐란드는 1921년 이전까지 오스트리아가 아닌 헝가리의 영토였고 에스터하지 가문의 본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에스터하지 가의 보금자리였던 에스터하지성에는 하이든이 거의 매일 공연을 하고 창작활동을 했던 콘서트 홀 하이든 잘(Haydn-Saal)이 아직도 그 아룸다움을 뽐내고 있다.

성을 안내하던 가이드는 햇볕이 잘 드는 중세의 콘서트홀에 앉아 라이브 실황을 녹음한 하이든의 곡을 잠시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하이든 잘은 매년 개최되는 하이든 음악 페스티벌의 공연장 중 하나이며 베토벤과 리스트도 여기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고 한다.

부악장에서 악장으로 승진한 하이든은 성 인근에 정원이 달린 집을 마련해 1778년까지 소유했고 지금 그 곳은 하이든 박물관이 되어 있다. 하이든의 유해는 에스터하지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베르크키르헤 마리아 하임주슝(Bergkirche Mariae Heimsuchung)이라는 교회에 위치해 있다. 골고타 언덕의 모습을 본 딴 특이한 모습이 인상적인 이 교회는 1700년대 초에 세워진 것이다.

에스터하지 가는 1809년에 비엔나에서 죽은 하이든의 시신을 1820년에 이 곳으로 이장했다. 하지만 골상학을 연구하던 사람들에 의해 도둑맞았던 하이든의 두개골은 130년이 훌쩍 넘은 1954년에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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