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0년전 화려한 문명을 꽃피운 인류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피라미드쇼 볼만
-파피루스, 문명 매개체이자 대표적인 기념품
-사카라, 귀족 무덤 통해 반만년전 인류와 교감
-멤피스, 고왕국 시대 수도 람세스 2세 거상 전시

대피라미드를 둘러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대부분 차로 이동해 입구에서 코푸왕의 피라미드를 올려다보고 전망대로 이동해 세 개의 피라미드를 내려보고 스핑크스를 둘러보는 것이 일반적인 수순. 하지만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 주변 사막을 한바퀴 도는 것도 고대 이집트 세계로 빠져들기에는 그만이다.

새까맣게 그을린 피부에 주름진 얼굴, 늘어진 수염 등을 한 낙타몰이꾼들의 얼굴에서 옛 이집트인들의 모습을 추측해본다. 낙타에 올라타기 전 흥정은 필수! 성비수기, 사람들이 많고 적음, 흥정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니 염두해두는 것이 좋다. 한바퀴 돌기에 시간에 여의치 않으면 타고서 사진찍기만 할 수 있다. 가격은 1달러.

일몰 후 대피라미드 지역은 다시 한번 빛과 소리로 옷을 갈아입는다. 매일 한시간 동안 세 개의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배경으로 고대 이집트 역사와 주요 왕의 연대기를 조명과 극적인 음향을 곁들이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일명 ‘빛과 소리의 향연(Sound and Light 쇼)’으로 불린다.

공연 시작 시간은 일몰 시간에 따라 다소 달라지며 설명하는 언어도 아랍어 또는 영어 등으로 매일 다르다. 비록 영어이더라도 미리 가이드의 설명을 대강 들어둔다면 공연을 감상하기에 어려움이 없다. 검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세 개의 피라미드가 그려내는 빛의 조화를 감상할 만 하다.

일반적인 관광코스에서는 이 공연 시간을 맞추기 위해 파피루스 상점에 들르기도 한다. 파피루스는 상형문자와 함께 고대 이집트 문명을 전달하고 근대에 와서 비밀을 풀 수 있도록 한 대표적인 도구다. 상점에서는 파피루스가 종이로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데 의외로 쉬워보인다. 파피루스 또한 나일강이 준 천혜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이집트를 상징하는 각종 그림 등이 그려진 파피루스는 대표적인 쇼핑 품목이자 선물 리스트이기도 하다. 잘 만들어진 파피루스에 꼼꼼히 그려지고 채색되어진 그림을 보면 한 장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고대 이집트의 고왕국 시대를 좀 더 만나기 위해서는 최초 계단식 피라미드가 있는 사카라(Saqqara)와 멤피스(Memphis)를 돌아볼 수 있다. 멤피스는 고왕국시대의 수도였고 사카라는 왕과 귀족 등을 묘지를 갖고 있던 지역이었다.

사카라에는 당시의 귀족들의 무덤들이 많이 남아있다. 일부는 관광객과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 분묘 석실 형태의 귀족 무덤은 아름다운 벽화와 부조가 눈길을 끈다. 특히 당시 풍족했던 이집트의 일반 서민들의 생활상을 생생히 볼 수 있어 놀랍다. 하마, 악어 물고기, 개구리 등이 등장하고 4300년전의 댄스 교실과 춤추는 장면, 벌레잡이, 낚시, 배만드는 모습, 새나 물고기 잡는 장면, 농사짓는 모습 등이 생생하고 세부적으로 그려져 있다. 당시 시대상을 연구하는 주요 자료이기도 하다.

이집트 고대 문명이 남긴 자취의 위력은 거대한 피라미드나 파라오의 석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런 곳에 있는 것 같다. 벽화와 부조들이 오늘날에도 살아 꿈틀거리는 것같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한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멤피스는 고대 왕조의 수도로서의 영광을 뒤로한 조그만 마을이다. 작은 공원 규모의 장소에서는 작은 스핑크스 상과 파라오 석상 등이 전시돼 있다. 한켠에 위치한 전시관에는 누워있는 람세스 2세의 거상을 볼 수 있다. 일찍이 소설로도 나와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파라오인 람세스 2세는 신왕국시대 67년간 통치하며 많은 신전과 업적 등을 남긴 파라오로 유명하다.

이 왕의 거상은 비록 다리와 팔 한쪽이 부서진 형태로 누워있지만 파라오를 완벽한 인간으로 묘사하고자 했던 당시의 의지를 느끼기에는 손색이 없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물 흐르듯 유려한 몸매를 가진 그의 모습에서 과거 찬란했던 문명의 흔적을 짐작해 볼 뿐이다.

이집트 글·사진=김남경 기자 nkkim@traveltimes.co.kr



+++ 플러스 α +++

시차, 기후에 대비해야

-책과 자료 준비하면 더욱 알차게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까지는 대한항공이 매주 2회(월 금요일)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인천공항 출발시간은 오후 9시30분. 카이로 출발은 같은 요일 오전 11시30분이다. 갈 때는 12시간정도, 돌아올 때는 10시간 정도 소요된다. 특히 귀국시 인천공항 도착시간이 오전 5시이기 때문에 당일 일을 해야 하거나 주요 약속이 있다면 시차 조절을 잘해야 한다. 오전에 카이로에서 출발해 다시 이른 아침에 도착하기 때문에 기내에서 잠을 청하기 쉽지 않다.

이집트의 날씨는 의외로 덥지 않다.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만 생각한다면 7~8월 날씨는 가히 살인적이지만 건조한 반 사막기후라 그늘에만 들어가도 금방 시원해진다. 밤과 낮의 일교차도 크다. 특히 12~1월엔 해는 쨍쨍해도 바람이 차 두꺼운 잠바나 코트가 필수적이다. 관광하기 좋은 시기는 2~4월, 10~11월로 낮에는 쉐타나 가벼운 잠바, 티셔츠 등을 걸치고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이집트 여행을 계획했다면 미리 자료나 책등을 읽어보고 가는 것이 좋다. 물론 현지 가이드 말을 꼼꼼히 챙겨들어도 무방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안다면 이집트 여행이 훨씬 즐겁다. 부조나 벽화의 뒷 얘기까지 재미있는 이집트에서 가이드없이 여행한다는 것은 마치 앙코빠진 찐빵과 같다.

참고로 기자가 이집트 출장을 준비하면서 마련한 자료를 밝히면 이집트 관광청에서 준 이집트 지도와 브로셔, 시공 디스커버리가 펴낸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 시아출판의 크리스티앙 자크(람세스의 작가) 역사 에세이 ‘파라오 제국의 파노라마’, 효형출판의 ‘신비의 이집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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