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3대 야경이 빛나는 하코다테

겨울철, 오후 4시가 넘으면 해가 지기 시작하는 곳. 홋카이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지만 고작 29만의 인구를 가진 하코다테의 첫인상은 낮은 건물들과 텅 비어 있는 듯 고즈넉한 거리의 풍경으로 다가왔다.

훗카이도 남서부 쓰가루 해협에 면해있는 하코다테는 삿포로에서 JR특급으로 3시간, 혼슈의 아오모리 현에서는 해저 터널인 세이칸 터널을 통해 2시간이 걸린다. 흩날리는 눈발 속에 기차를 타고 하늘에 묻혀 있는 바다와 백색으로 수북이 눈 덮인 산과 들판을 바라보는 일은 특별하다. 그러나 하코다테는 홋카이도의 다른 도시들과 같이 대자연이란 천혜의 자원을 누리면서도 주변 도시들과는 다른 역사적 자원이란 독특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에도시기 말인 19세기 중반 미국제독 페리는 군함을 이끌고 하코다테에 입항한다. 1858년 일본은 미국 및 러시아, 네덜란드, 영국 등과 통상조약을 맺었다. 이듬해 1859년 하코다테는 요코하마, 나가사키와 함께 일본 최초의 국제무역항으로 개항되어 이곳을 통해 유입되기 시작한 수많은 외국문명과 문물은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 이국의 정서가 배어 있는 곳

엑조틱한 하코다테 거리와 오랜 시간이 배어 있는 건축물들의 흔적은 이 도시의 과거를 말해준다. 개항 시기 노스텔지어 어린 흔적을 찾아다니는 일은 일본의 여느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하코다테가 선사하는 즐거움이다.
하코다테산의 중턱에 위치한 모토마찌 지역은 개항과 함께 일본에 들어 온 외국인의 거주 지역이었다.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10년에 건축된 목조 콜로니얼 양식의 공회당이다. 메이지 시대를 대표하는 서양식 건물로 국가 중요 문화재인 이 건물은 내부의 르네상스풍 장식과 외부의 좌우 대칭형 양식이 특징이다.

공회당 앞에서 하코다테 항만을 바라보며 코블스톤이 깔린 거리를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구영국영사관이 있다. 흰색 벽에 파란 창틀이 인상적인 이곳은 시지정유형문화재로 영국정부의 설계로 지어진 이층 건물이다. 1859년에서 1935년까지 영사관으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개항의 역사를 전하는 기념관으로 공개되고 있다.

공회당 건물을 등지고 오른편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하리스토스 정교회가 있다. 종소리를 표현하는 일본어 ‘강강’에 사원 ‘데라’를 붙여 ‘강강데라’라는 애칭으로 알려져 있는 하리스토스 정교회는 일본 그리스 정교회의 발상지가 되었다.


● 과거를 말해주는 언덕길

모토마찌 지역은 항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 좋은 곳이기도 하다. 벽돌담이 이어지는 모토마찌 지역을 뒤로 하고 산책하듯 언덕길을 걸어 전차가 달리는 큰길을 건너면 워터프론트 지역이다. 메이지 시대 말기, 이국문화의 현관이 된 항구도시 하코다테에 들어 서기 시작한 붉은 벽돌의 창고 지역이었던 이곳은 현재 당시의 외관을 그대로 살린 채 리모델링 되어 쇼핑센터, 레스토랑, 박물관 등 다채로운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1911년 지어진 하코다테 우체국을 개조한 쇼핑센터 메이지칸은 오르골과 유리제품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산책하면서 수면에 비치는 붉은 벽돌 창고건물의 모습을 바라보면 아득한 과거의 시간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홋카이도의 원주민과 북방 민족들에 관련된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 시립북방만족자료관과 북방역사자료관도 주변에 있어 둘러볼 만하다.

하코다테의 전차는 1913년 홋카이도에서 최초로 개통되어 9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전차의 전방과 후방 양쪽에 운전석이 있어 전차가 종점에 도달하면 운전사는 자리를 반대방향으로 옮겨 반대편으로 운행을 재개한다. 전차의 노선을 따라 하코다테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 볼 수도 있다. 하코다테 기차역에서 전차로 30여분 거리에 위치한 유노카와 온천은 360년 전 개발된 홋카이도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의 하나이다. 유노카와 프린스 호텔에서는 방에 있는 개인 온천탕에서 쓰가루 해협의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길 수 있다. 약간의 염기와 투명함이 유노카와 온천의 특징이다.


● 바다를 가르는 별의 운하

해발 334미터 하코다테산에서 내려 보는 하코다테의 야경은 홍콩, 나폴리의 야경과 함께 세계 3대 야경으로 일컬어진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은 연간 170만 명 정도, 152인승의 대형 곤돌라가 3분만에 정상까지 안내한다. 서서히 어둠이 내리면서 바다에 떠 있는 은하수와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1898년 프랑스로부터 파견된 수녀 8명이 세운 여자 수도원인 트라피스티네 수도원은 지금까지도 약 70명의 수녀가 농업과 목축에 종사하고 있다. 내부를 둘러 볼 수는 없으나 자료실의 사진들을 통해 수도원의 생활을 엿볼 수 있다. 수녀들이 직접 구워 파는 비스킷과 사탕 등이 유명하다.

새벽시장도 볼거리. JR 하코다테역의 서쪽에 위치하며 새벽 5시부터 열린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홋카이도의 진미는 ‘게’지만 하코다테에서 가장 손꼽는 음식은 오징어회, 특히 가을에 잡는 오징어를 최고로 꼽는다. 성게회도 인기품목이지만 어획량이 적어 값이 비싸다.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섞은 것에 성게를 넣어 찐 ‘은이토지’라는 음식도 유명하다. 술안주나 반찬으로 애용되는 성게 젓갈도 빼놓을 수 없다.

홋카이도 하코다테 글·사진=박준 객원기자 tibetian@freechal.com
취재협조=하코다테 국제관광컨벤션협회
0138-27-3535



■이노우에 하코다테 시장 기자 간담회

-한국관광객 유치에 적극적 의지 피력


히로시 이노우에 하코다테 시장은 시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관광객 유치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피력했다.
이노우에 시장〈사진 오른쪽〉은 연간 시 일반회계 예산 1,200억엔과 연간 관광매출 1,300억엔(이중 순익 310억)을 예로 들면서 관광객이 창출할 시내 경제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이노우에 시장은 시당국이 경제란에도 불구하고 연간 3억엔을 관광객 유치 사업에 지출하고 있으며 삿포로에 가리어진 하코다테의 지명도 문제를 극복해 국제관광도시로의 발전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노우에 시장은 또 한국-하코다테 구간 직항 정기편이 없어 접근성이 불편한 한국관광객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네다-하코다테 구간에 운행편수가 많고 아오모리에서 오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하했다. 작년 여름 아시아나 항공이 한시적으로 운행했던 직항편으로 하코다테시를 찾은 한국인은 7000여 명으로 한국-하코다테간 직항편 개설이 한국관광객 유치에 최대의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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