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jslee@naeiltour.co.kr
(주)내일여행 대표이사

트래블과 트러블, 차이는 전문화

‘트래블은 트러블(Travel is Trouble)’
집을 떠나 새로운 세상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고통을 의미할 수 있다. 낯선 곳에 홀로 던져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하여 한번쯤 생각해보자.

오지 트렉킹만을 전문적으로 경험한 사람들, 미술, 건축, 환경 혹은 고고학 분야 등 특정 분야에 매니아 수준까지 이른 여행자들을 우리는 여행 전문인이라고 부른다. 여행업계인들은 여행 전문인이기에 앞서 여행자들에게 여행을 만들어주는 ‘트래블 메이커(Travel Maker)’이다. 낯선 환경속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여행업계인들은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사란 조직의 일원이다. 만약 수익 창출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여행 동아리 활동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비전문가집단이 고객들에게 여행을 만들어 준다면 장님이 장님의 손을 이끌고 대로를 활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여행사가 만든 여행 상품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순간 소비자들은 그 상품이 전문가 집단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운영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당연히 이윤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비전문가 집단이 만든 여행형태에 소비자들이 참가했다면 여행이 오히려 고통이 될 수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고통의 시간을 구입한 셈이다.

얼마 전 관광업계 한 강연회에서 들은 내용이 슬프게 한다. “여행업은 저임금을 기초로 한 노동 집약적인 산업이다. 현재 여행사에서 겪고 있는 적자경영의 여러 가지 원인 중 가장 큰 요인은 과당 경쟁으로 인한 덤핑 상품 판매로 수익 감소와 최근 4~5년동안 급격히 상승한 종업원 임금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에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여행업계 인들은 전문가 집단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로 인하여 부가적으로 따라오는 저임금 노동 구조는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우수한 인력자원이 유입되는 길을 막는 악순환이 됐다.

얼마 전 문화관광부 지도 감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지도 점검을 받는 도중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상담 메뉴얼에서 업무 흐름에 따른 부분별 메뉴얼북을 제시하자 지도 점검반은 타 회사에서 실시하고 있지 않은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여행업에 입문한 후 어떻게 업무를 습득했는지 거꾸로 반문해 본다. 대부분의 경우 선배들로부터 구전을 통하여 업무를 습득하거나 귀동냥 눈동냥으로 업무를 배우게 된다. 선배들이 축척해 놓은 많은 노하우들이 단지 입으로만 전해지고 있는 현실이 매우 슬프다.

로마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듯이 전문가 집단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수많은 시간, 사람들의 경험과 지식들이 축적되고 한곳으로 모아져 매뉴얼북을 만들고 교육을 통해 후배들에게 다시 전달되고 후배들이 다시 이것을 진화시킨다면 전문가집단으로 당당히 자리 잡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올 수 있지 않을까?

여행사인들이 소비자들에게 ‘트러블 메이커’라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좋은 여행을 만들어 주는 ‘트래블 메이커’ 전문가로 제대로 대접 받는 날이 하루라도 빨리 찾아 오기를 바란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 변화가 나부터 비롯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시작하자.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