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봄의 초입. 일본 큐슈에서 자연의 두 상반된 모습을 본다.
하카타 항에 내리자마자 이상기후 때문인지 3월초임에도 불구하고 눈발이 날렸다. 아무렇게나 큼지막히 찢어놓은 하얀 솜같은 눈은 눈부신 햇살 속 높고 파아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치 벚꽃처럼 흩날린다. 거짓말처럼 따뜻한 볕속에 차가운 눈이 나리는가 싶더니 금세 눈발이 잦아든다. 일단 이런 이상기후는 차치하고 일반적으로 규슈지방은 일본에서도 가장 먼저 벚꽃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아직까지는 “봄꽃”들이 만개하진 않았지만 벚꽃길로 유명한 구마모토성 안에 파스텔처럼 번져있는 개나리색, 진달래색, 벚꽃색이 올해도 어김없이 시작되는 봄에 대한 기대에 부풀게 한다.


● 일본 3대 명성중 하나, 구마모토 성

연중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구마모토성은 일본 3대 명성중 하나로 손꼽힌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함께 조선을 침략했던 가토 기요마사가 1601년부터 7년에 걸쳐 쌓은 성으로 가토일가의 유물이 성안에 전시돼 있다. 닌자의 침입과 외적의 침입을 방지하기위해 만들어진 무샤가에시가 유명하며 주변 둘레 12km에 이르는 광대한 부지에는 하천을 끌어들여 만든 천연 해자와 웅장한 장벽 그리고 근사한 석축들이 남아있다.

구마모토성은 19세기 말 전쟁으로 거의 소실됐지만 1960년대 재건했다. 7년여에 걸쳐 성 안의 천수각 2개, 탑 49개, 누각 18개, 성문 29개, 우물 120여개 등 어마어마한 규모로 복원됐다. 천수각은 성의 중심으로 구마모토 안에는 대소 두 개의 천수각이 있고 그 내부는 구마모토성과 구마모토의 역사를 담은 자료 등을 진열해 놓았다. 구마모토성은 5천여 그루의 벚나무가 있으며 일본 최대를 자랑하는 히로사키 성과 함께 일본 최고의 벚꽃 성으로 꼽힌다. 3월 중순께에 이르면 성내의 벚꽃이 절정을 이루며 3월말에 벚꽃이 지는 광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 팜므파탈적 아름다움 사쿠라지마

규슈의 최남단에 자리 잡고 있는 가고시마현은 기후가 따뜻하고 아름다운 푸른 바다와 짙은 녹음, 열대야자수의 조경 등으로 동양의 하와이라 불리는 곳이다. 고대로부터 일본과 해외와의 교류의 창구로 큰 역할을 했고 견당사를 비롯하여 중국문화의 섭취창구이기도 했다. 일본의 근대화추진 거점의 하나인 가고시마는 에도막부 말기에 기독교나 총포 등 유럽문화를 최초로 일본에 받아들인 곳이기도 하다.

또 가고시마현은 아직도 활발한 화산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사쿠라지마를 위시하여 7개의 활화산을 가졌다. 사쿠라지마와 가고시마 사이는 페리로 이동하면 15분정도 시간이 소요된다. 주변의 푸른 바다와 사쿠라지마의 주변 전망을 구경하며 간다면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다.

사쿠라지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벚꽃섬인 이곳은 위험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름답고 특이한 자연환경을 가진 묘한 매력이 공존하는 곳이다. 55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가진 대도시와 겨우 4km 떨어진 곳에 전과 30범의 무시무시한 활화산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이 진귀한 광경이다. 1914년의 폭발 때는 대량의 용암(30억 톤)이 흘러내려 당시 섬이었던 사쿠라지마와 오시미반도 사이의 해협을 메워 현재와 같이 육지로 이어지게 됐다. 아직도 화산폭발의 위험이 있어 일부 등산로는 금지돼 있고 90년 전 대폭발의 흔적이었던 집과 농가는 일부가 보존되어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상상할 수 있다. 사쿠라지마의 기슭에 있는 넓은 용암 그라운드에는 격렬한 분화 시에 생긴 여러 가지 모양의 용암이 있다. 이 곳에 서면 지구의 생명력과 에너지, 자연의 위대한 힘을 실감할 수 있다.


● 벳부의 야경 보며 노천탕에서 신선놀음

온천으로 유명한 벳부는 온 도시 전체가 온천으로 이뤄진 듯하다. 땅의 어디를 파도 온천수가 펑펑 터져 나온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거리 곳곳에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매캐한 유황가스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하얀색 수증기 자욱한 도시의 신비로운 모습은 NHK가 선정한 ‘21세기에도 남기고 싶은 일본의 모습 10선’에서 후지산에 이어 2위를 차지했을 정도.

지옥순례는 벳부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온천의 원천수가 지하 250~300m에서 섭씨100도에 가까운 열탕과 온천 증기로 분출되는 모습이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장 인기가 있고 규모가 큰 곳은 우미지옥으로 유산철 성분이 많아 아름다운 코발트 블루색의 열탕으로 마치 바다를 연상케 한다. 분출한 점토가 쌓여서 산모양을 이루고 있어 산지옥이라 불리는 야마지옥은 온천 열을 이용해 사육하는 열대동물들과 열대지방 희귀식물들을 구경할 수 있다.

귀산(鬼山)이라는 지명에서 유래한 오니야마 지옥은 일명 악어지옥으로도 유명하다. 1923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온천열을 이용해 악어사육을 시작했으며 현재 150마리의 악어를 사육하고 있다. 분고풍토기에 적탕천이라고 기록된 일본최대의 천연지옥인 피지옥은 펄펄 끓어오르는 점토의 연기마저도 붉다. 이곳의 빨간 점토로 피부병에 잘 듣는 “치노이케 연고”를 만들고 있는데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한다.

8개 지옥을 모두 둘러봤다면 여행 때문에 쌓인 피로를 온천욕으로 푸는것은 벳부 관광의 필수코스다. 일본 관광객 중 스기노이 팔레스를 보기위해 관광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스기노이의 온천욕은 유명하다. 특히 넓고 시설 좋은 노천탕은 밤에 즐기는 것이 일품이다. 총총히 떠있는 별을 헤아리면서 아래로는 벳부시가 화려하게 펼쳐진 야경을 보며 따뜻한 온천탕에 몸을 담그고 있노라면 지상낙원에 와 있는 것만 같다.

일본 규슈 글·사진=신중숙 객원기자
poet99@ewha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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