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새 옷을 입었다. 뉴 아시아(New Asia)가 소개됐던 1996년 이후 8년 만이다. 거리에 내걸린 플랭카드와 모든 홍보물에도 유니클리 싱가포르라는 새로운 로고가 새겨졌다. 유니클리 싱가포르는 단순히 관광 슬로건의 변화가 아니다. ‘유니크’라는 단어가 뜻하는 그대로 ‘유일하고 독특하고 특별한’ 싱가포르로의 변신 의지를 담고 있다.

싱가포르를 ‘유니크’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사람에서 나온다. 전체 면적이 서울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인구의 20%인 80만 명이 외국인이며 나머지 320만명도 중국계와 말레이시아계, 인도계 등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있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 음식 등이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문화는 싱가포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음식은 다양한 민족의 전통 음식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면서 국경을 초월한 거부감 없는 맛을 만들어 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의 혼합 문화를 뜻하는 ‘페라나칸’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성업을 하고 있을 정도. 스리랑카산 게로 만든 달콤하고 매콤한 칠리크랩을 먹고나면 싱가포르 음식의 매력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싱가포르 관광청이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10가지 음식을 선정하고 6월까지 렛츠 마칸(Let’s Makan!)이라는 행사를 통해 로컬 음식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나선 것도 엄한 발상이 아니다. ‘마칸’이란 먹는다는 뜻의 말레이시아어로 행사 기간동안 관광객들이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맛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마칸 사파리(www.makansutra.com). 싱가포르의 맛 집을 찾아 싱가포르 곳곳을 순례하는 맛 여행 프로그램이다. 사파리라고는 하지만 고생스럽게 식당을 찾아가 선 뜻 손이 가지 않는 기괴한 음식을 맛보는 광경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문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싱가포르 사람들이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을 제대로 요리해 내는 식당에서 직접 맛보는 군침 도는 여행이다.

마칸 사파리는 에피타이저부터 시작해서 메인 음식과 디저트를 서로 다른 식당에서 먹기 때문에 대략 3시간 가량이 소요되고 5가지 정도의 음식을 맛보게 된다. 가격은 오후 6시에 시작하는 디너 투어가 65싱가포르 달러.

마칸 수트라처럼 차를 타고 식당을 찾아 다니지 않고도 여러 음식을 맛보려면 호커 센터(Hawker Center)를 찾으면 된다. 작은 매점 형태의 식당들이 모여 있는 푸드 코트를 생각하면 되는 데 중국식, 말레이시아식, 인도식은 물론 한국식 음식도 맛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며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한다. 차이나 타운 내의 맥스웰 푸드 센터는 가장 오래된 호커 센터 중의 하나로 맛도 뛰어나다.

우리네 청담동이나 압구정동과 비슷한 홀랜드 빌리지(Holland Village)에 가도 미니 맛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이태리 식당인 미켈란젤로와 지중해식 음식을 내놓는 오리지날 씬, 피자와 파스타를 잘하는 씨스티나 등 3개의 레스토랑이 길 가에 나란히 있는 데 주인이 모두 같은 이 3곳의 식당을 돌아가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가격은 1인당 68 싱가포르 달러. 홀랜드 빌리지에는 이밖에도 회전 초밥부터 멕시칸, 중동, 독일 소시지 등 세계 각국 음식점이 들어서 있어 국제적인 맛을 두루 맛볼 수 있다.


♣ 케이블카 타고 둘 만의 저녁 만찬

-싱가포르만의 독특한 식사장소

음식은 맛으로만 먹는 게 아니다. 보기도 좋아야 하고 분위기도 중요하다. 싱가포르에서는 맛있는 음식은 물론 색다른 식사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우선 ‘케이블카 다이닝’ ‘말 그대로 둘만의 만찬이 움직이는 케이블카 안에서 그것도 코스로 제공된다. 유니클리 싱가포르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는 이색적인 시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이면 저녁 6시30분부터 이 특별한 만찬이 벌어진다.

식사 과정은 단순하다. 싱가포르와 센토사 섬을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한 번 회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0분. 처음 출발할 때 에피타이저와 칵테일이 제공되고 30분 후 제자리로 돌아오면 메인 식사와 와인이 나온다. 다시 30분 동안 식사를 하고 나면 디저트가 나오고 마지막 한 바퀴를 돌면서 총 1시간30분의 저녁 식사를 마무리 하게 된다.

바다 위에 떠서 해지는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최고의 스카이 라운지가 따로 없다. 둘만을 위해 마련된 케이블카에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는 로맨틱한 분위기는 신혼부부나 연인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약속한다. 한 커플 기준으로 가격은 100 싱가포르 달러(한화 약 7만원).

친구들과 여럿이 함께라면 공포를 테마로 한 이고어(Igor’s)도 추천할 만하다. 당장이라도 귀신이 뛰쳐나올 것 같은 괴기스러운 인테리어와 괴물 분장을 한 종업원들덕에 범상치 않은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식사 도중에는 흥겨운 공연도 곁들여지기 때문에 웃고 소리 지르다보면 절로 소화가 된다. 차분한 아침도 있다. 주롱 새공원에서는 플라밍고 호수가 내려 보이는 테라스에서 새들의 지저귐과 팰리컨 쇼를 보며 아침식사를 할 수도 있다.

싱가포르=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취재협조=싱가포르관광청 02-399-5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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