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익근 ickoh@kmu.ac.kr
계명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고속철도와 관광수요

고속철도 개통으로 국내 항공노선이 상당히 줄어들고 지방의 관광수요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과연 관광수요가 늘어날 것인가와 관광의 어느 분야가 영향을 받을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된다. 고속철도 정차역을 끼고 있는 지자체에서도 관광객 유치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고속철도가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분야에 걸쳐서 관광수요를 대폭 증가시킬 것이라는 예측은 무리다. 그러나 고속철도가 정차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해당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 수는 차이가 많이 날 것이며, 인지도가 높은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정차역 인근지역일수록 관광객이 늘어날 전망이다.

고속철도의 매력은 항공요금의 70%선이라는 가격경쟁력과 이동시간 절약에 있다. 대구나 부산 도심에서 서울로 갈 때 항공기를 이용할 경우 공항에 도달하는 시간, 출발 30분 전 도착,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이동시간 등을 감안하면 서울도심지로 곧바로 진입하는 고속철도가 항공에 비해 유리한 위치에 있다. 국토연구원은 국내 항공수요의 65% 정도가 고속철도로 전환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대구 노선의 수요는 70~80% 이상 감소하고, 서울-부산도 40~50% 이상 감소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렇듯 항공수요가 철도수요로 상당 부분 바뀌게 된다.

고속철도 개통으로 국내여행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고속철도를 이용한 순수관광의 수요는 현재보다 그리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자가용을 이용한 국내여행이 60~70%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고속철도 이용으로 여행시간이 단축되는 이점이 있겠지만 고속도로 건설로 접근성이 높아진데다 목적지와 스케줄 변경이 자유로운 자동차 여행의 매력을 뛰어넘기는 힘들다. 또한 고속철도역에서 관광목적지까지의 택시나 버스 등 연계교통수단에 대한 불편함이 예상돼 자동차 여행은 지속적으로 선호될 것이다.

하지만 고속철도 개통으로 여행시간이 크게 단축돼 집안행사 참석이나 친구나 친지 방문 등 하루만에 끝낼 수 있는 당일 성격의 여행은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으로 당일치기 성격의 비즈니스여행도 증가될 것이다. 대전, 대구, 부산, 광주 등 고속철도 정차도시는 여행시간 단축과 저렴한 호텔비용으로 컨벤션이나 전시회 유치에도 한결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특히 인천공항-서울(용산)역-정차도시간의 승객 및 수하물 연계수송이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면 컨벤션 유치와 국제관광 수요도 증대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프랑스 TGV와 에어프랑스가 티켓을 연계판매하여 시너지효과를 낳았다는 사례는 우리에게 자못 큰 시사점을 준다.

고속철도 시대를 맞이하여 지자체에서 경쟁력 있는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홍보활동에 힘쓰며, 인근 관광지를 연계하는 상품개발에 진력하고 있다. 대폭적인 수요변화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고속철도는 지역을 방문하는 외래관광객 수를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방문객의 불편이 없도록 목적지를 연결하는 택시나 버스, 카렌탈 서비스 등 원활한 수송대책과 관광안내시스템의 완비도 관광객 유치에 일조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