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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열차 열전 (九州, 列車 列傳)
끝없는 철길 위로 옛 추억을 따라가네


일본은 철도의 왕국이다. 수많은 노선과 그것을 운영하는 다양한 회사의 철도차량으로 일본열도의 주요도시는 물론 웬만한 소도시들까지도 빠짐없이 연결된다. 일본 규슈의 가고시마로부터 훗카이도의 최북단 도시 왓카나이까지 오직 열차만 타고도 구석구석을 여행할 수 있다.

규슈에도 지난 13일부터 규슈신칸센이 부분 개통됐다. 최고속도 260Km까지 달릴 수 있는 이 새로운 열차는 규슈여행에 새로운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기차여행이라면 완행열차를 즐기는 사람도 있는 법. 신칸센과 비교하면 속도는 딸릴지 몰라도 높은 경사도 문제없이 오르는 키하31열차, 특급열차의 자랑인 소닉호 등 규슈의 다양한 열차들을 만나봤다.


● 규슈는 츠바메 개통에 열광

규슈신칸센에 투입된 츠바메는 두상은 갸름하고 매끈하다. 어찌보면 뾰족해 보이기까지 한 츠바메의 머리 부분은 아무리 세찬 공기저항이라고 거뜬히 뚫을 수 있을 만큼 강하고 날렵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츠바메의 외부보다 실내디자인에 더욱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열차 디자인은 JR큐슈의 디자이너인 미토오카씨가 담당했다. 이전 700계 신칸센의 기본구조를 따르면서도 내부의 세밀한 시설물들은 모두 일본의 전통이 물씬 느껴지는 아이템들로 곳곳에 배치했다.

그린샤(특실)가 없지만 지정석, 자유석 모두 양쪽에 2열의 좌석배치로 탑승자가 공간을 널찍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좌석은 원목과 일본 전통색을 가미한 견직물시트를 채택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문과 창문의 블라인드 역시 녹나무, 벚나무 등의 원목소재로 친자연적이며, 세면실에는 지역 특산품이기도 한 야츠시로 풀로 만든 발이 쳐져있어 고풍스럽다.

규슈신칸센은 총 127.6km 중에서 터널이 무려 88km로 69%를 차지한다. 열차는 신미나마타, 이즈미, 센다이의 3개 역을 통과하는데 이즈미~센다이역 사이에는 제3시비산터널이 있다. 이 터널은 길이가 무려 10km로 현존하는 신칸센 터널 중 가장 길다. 하지만 이곳을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단지 2분20초가 걸린다.
신칸센의 열차요금은 비행기표에 견줄 만큼 비싸지만 규슈 레일패스를 이용하면 5일 동안 16000엔으로 마음껏 규슈 신칸센을 이용할 수 있다.


● 보통열차만의 색다른 재미

키하31형 근교형 디젤동차는 1987년 정식으로 운행됐다. 최고시속 95km/h의 보통 완행열차로 히토요시(오전10:14에 출발)에서 요시마츠(11:16에 도착)를 오가며, 총 운행 거리는 35km.
이 열차는 출발하고 얼마되지 않아 바로 산을 올라가게 된다. 계속 오르막길을 올라 일본에서 유일한 “루프선 구간 중의 스위치백”으로 유명한 오코바역에 도착한다. 루프란 급경사를 오르기 위해 산을 빙글빙글 나선형으로 돌아 올라가는 것이다. 스위치백은 급경사를 오르기 위해 전진과 후진을 반복해서 Z형으로 열차를 운전해 높은 지대로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키하31차량은 양쪽에 운전대가 있는데, 오코바역에 도착하면 기관사는 뒤쪽 운전석으로 간다. 그리고 스위치백선을 따라 열차는 뒤로 후진하기 시작한다. 약 1~2분이 지나면 열차는 다시 멈추고, 다시 기관사가 앞쪽 운전대에서 전진을 시작한다. 마침내 오코바역을 지나면서 루프선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산의 루프선을 빙글빙글 돌아 무수히 많은 터널을 통과하면 해발 539.6미터로 에비노고원의 최정상에 있는 야타케역에 도착.

야타케~마사키간의 노선에서 보는 경치는 일본 3대 차창풍경 중의 최고로 꼽히기도 한다. 좌우로 구름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히토요시의 시가지와 활화산인 사쿠라지마가 장난감마을, 장난감 산처럼 보인다. 날이 좋을 때 이 풍경을 본다면 절로 행운이라는 생각마저 들 것이다.


● JR규슈의 자랑 ‘시로이 소닉’

L특급 소닉은 2000년 3월, 하카다~나가사키간 특급 카모메에 투입돼 공전의 히트를 치게 된다. 2001년 3월 인기특급 소닉이 이용객이 많아 증비차가 필요해지자, JR큐슈는 시로이소닉을 추가 운행하기 시작했다.

시로이는 일본어로 하얗다는 뜻. 시로이소닉이라는 이름처럼, 차량의 내외부가 온통 하얀색으로 심플하고 고급스럽게 디자인됐다. 의자는 가죽시트로 중후함을 강화했으며, 앞좌석 뒷부분에 승차권 홀더를 비치해 차장이 표를 검사할 때 승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다.

1호차의 반을 차지하는 그린샤(특실)의 수요는 한정돼 있기 때문에 JR큐슈는 경영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열차의 반을 경계로 반은 그린샤, 나머지는 보통차로 만들었다. 그린샤의 정원은 고작 12명. 오직 이 12명을 위해 원목소재의 바닥, 붉은 가죽 시트, 나무테이블, 슬리퍼 서비스, 그리고 엄청난 리클라이닝 각도(좌석이 뒤로 젖히는 정도)까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글·사진=신중숙 객원기자 poet99@ewhaian.com
취재협조=한국고속해운 02-730-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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