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고사기와 일본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 당시 일본에서 아라다와께와 가무나기와께를 백제에 보내어 학자를 구하니 임금의 명령으로 왕인이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 갔는 바 그의 해박한 경서의 지식으로 일본 국왕의 신임을 얻고 태자의 스승이 되었으며 이후 일본의 학문의 원조로 숭상되었다…”


이렇게 왕인은 백제의 대학자로 일본 국왕의 초청을 받아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을 전해 주었으며 이후 일본 학문의 시조로서 추앙을 받고 있는 위대한 역사적 인물이다. 오사카에 있는 왕인의 묘는 1938년 5월 오사카 사적지 제13호로 지정되었으며 오사카 히라카타시에서는 음력 9월9일 왕인추모제와 함께 왕인축제인 ‘왕인 마쯔리’가 열린다.

왕인 박사의 위패와 영정이 있는 영암의 왕인 묘에서는 매년 4월 추모제인 춘향대제를 봉행하는데 이때 일본에서 일본인들도 찾아와 합동 추모제를 올린다. 왕인박사의 영암 성기동 집터에는 백제시대부터 존재해온 바위 두 개가 있어 오랜 시간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집터 오른쪽에는 시내가 흐르고 왕인 박사가 마셨다는 전설이 전해 오는 우물인 성천이 있으며 왕인 박사가 공부했던 서당터로 알려져 있는 양사재와 문산재는 이전 신구림마을이 형성되기 전 구구림마을터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주변에는 당나무가 많이 서식한다.

이곳에서 3분 정도 더 산기슭을 오르면 왕인 석상이 있다. 두 손을 소매 안에 넣은 모습의 왕인 석상은 높이 2.75m로 왕인의 제자들이 일본으로 떠나간 스승을 그리워하며 만들어 세웠다고 전해진다. 석상은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떠났던 돌정고개와 상대포를 내려다보고 있다.

왕인 석상 옆에는 서재로 사용되었다 해 책굴이라 불리는 자연동굴이 있다. 사람 하나 겨우 드나들만한 입구에 네다섯 평 정도의 면적을 가진 이 천연동굴은 들어갈 때는 좁지만 그 안은 제법 넓다.


● 2200년 시간의 흔적 ‘구림마을’

영암군 군서면 구림리 일대는 장천지 선사 주거지가 말해주듯 최소한 삼한시대부터 백성들의 삶터였다. 중국, 일본과 교역하던 고대 무역항으로서의 입지조건과 함께 2200년이란 마을의 역사는 구림이 얼마나 사람 살기에 좋은 곳인지를 말해준다.

혼사 때 ‘구림 대동 계원이면 내력을 묻지 말라’는 말이 전해 오는 구림마을에는 아직도 향약적 성격의 주민자치 조직인 대동계가 오백년이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4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고택인 조씨종택, 1681년에 창건된 죽정서원과 옛 정자들인 상대정, 호은정, 회사정과 같은 많은 문화유산이 구림마을처럼 한 마을에 즐비한 곳도 드물다.

월출산의 동쪽, 1999년 폐교를 개조한 도기문화센터에는 1200년 전에 대규모로 토기를 제작하던 구림도기 가마터 유적이 있다. 1987년과 1996년 이대 박물관의 발굴로 모습을 드러낸 이곳 가마터는 1km에 걸쳐 10여개의 가마가 분포되어 있다. 당시 발굴된 도기에서 서역문화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는 것도 이곳에 인접한 고대 국제무역항으로서의 상대포의 모습을 증명해준다.

이곳에 있는 영암요는 2003년 3월에 축조된 전통 오름식 5칸 가마이며 전체길이는 약 11m이다. 1년에 3-4회 정도 소나무 장작을 이용한 1250도의 온도에서 소성하며 주로 도기문화센터의 자체 브랜드인 돌샘 다기류와 구림 가마터 출토 구림도기 등 수공예 명품만을 생산하고 있다.

영암땅의 30.8%를 차지한다는 황토의 입자를 조절하여 거칠면서도 투박한 자연미가 살아 있는 것이 영암도기의 특징이다. 도기문화센터에서는 직접 도기를 만들어 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도기문화센터의 진열품은 모두 복제품이고 진품은 모두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조용히 거닐고 싶은 곳 ‘도갑사’

도갑사로 오르는 길은 아름드리 벚나무가 가득하다. 봄날 월출산과 어우러지는 벚꽃에는 인간의 삶과 같은 찰나의 매혹이 묻어 있다. 대웅보전 앞 5층 석탑은 고려 초기에 조성된 것으로 진신사리가 봉안되어 있다. 남도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 남쪽 도갑봉을 등지고 주지봉을 바라보는 넓은 산자락에 자리 잡은 도갑사는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맑은 공기가 흐르고 있다.
영암 갈낙탕은 전라도 한우와 개펄에서 잡히는 낙지가 엮는 갈비와 낙지의 탕이라는 뜻으로 영암별미 중 제일로 꼽힌다. 독천마을은 낙지골목으로 유명한데 청하식당(061473-6993)은 갖가지 젓갈과 함께 갈낙탕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노천온천을 갖추고 있는 월출산 온천도 빼먹어서는 안 될 여정이다.

영암 글·사진〓박준 객원기자 tibetian@freechal.com
취재협조〓영암군 문화개발과(061-470-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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