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르네오섬의 숨겨진 보물
때묻지 않은 열대 원시림을 즐기다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섬 북서부에 위치한 사라왁(Sarawak). 어디로 눈을 돌리더라도 울창한 정글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말레이시아 13개 연방 중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다.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브룩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 사라왁은 태초에는 부르나이의 영토였는데 1841년 제임스 브룩이 반란군을 진압하고 그 대가로 영토를 얻으면서 세상에 등장하게 됐다. 그 후 영국의 보호령이 되었다가 1963년 말레이시아 연방으로 편입됐다. 아직 때묻지 않은 열대원시림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원시종족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사라왁주의 주도인 쿠칭은 경제, 정치적 중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말레이어로 ‘고양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쿠칭(Kuching)’은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곳으로 모험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최적의 도시이다. 또한 보르네오섬의 정글트레킹을 위한 관문이기도 하다.

1988년에 고양이를 상징으로 삼은 쿠칭 시내 한가운데에는 하얀색 고양이가 서 있어 고양이의 도시임을 실감케 한다. 고양이 포즈를 흉내내고 사진을 한 장 찍어보는 것도 진한 추억을 남기기에 좋을 듯 하다. 이곳이 쿠칭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기까지의 이유에는 몇 가지의 설이 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많이 나는 과일 중 고양이의 눈을 닮은 과일에서 비롯되었다는 설과 이곳에 도착한 제임스 브룩이 지명을 묻자 마침 지나가는 고양이를 묻는 것으로 착각한 원주민의 대답에 의해 쿠칭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어찌됐건 이곳 쿠칭에서는 개를 보기가 힘들다. 대신 한낮 따가운 햇살에 그늘을 찾아 길게 뻗어 낮잠을 청하는 고양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현재 인천에서 이곳 쿠칭으로 가는 직항노선은 없는 상태며 말레이시아 수도 콸라룸프루에서 환승, 약 1시간 50분 정도면 보르네오 섬내 사라왁주의 쿠칭에 도착할 수 있다. 하루에 10여편 이상의 말레이시아 항공이 운항을 하고 있으니 불편함은 없다.

쿠칭시내는 그다지 크지 않아 한나절이면 대략적인 시내관광이 가능하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사라왁강에서는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쿠칭시내 북쪽에는 힐튼, 크라운 프라자, 메르데카 등 주요호텔들과 대부분의 관광위락 시설이 몰려있다. 각각의 호텔들은 리버 뷰와 시티뷰로 나누어져 방을 선택할 수 있다. 말레이어로 독립을 의미하는 메르데카 호텔에는 가족단위 여행자들을 위한 패밀리 스위트가 준비돼 있어 대단위 가족이나 여행자들도 안락하게 머무를 수 있다.

보르네오의 주생산물중 하나인 원목으로 꾸며진 바에서 라이브공연과 함께 시원한 맥주 한잔을 즐기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재미다.

도시의 남쪽으로는 경제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다. 전체 주민의 45% 정도가 중국계인데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상업시설들은 이 중국계들이 주로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곳 원주민인 말레이인들은 주로 공무직에 몸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곳 쿠칭을 돌아보다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시내 중심에 위치한 사라왁 박물관은 1891년에 세워졌으며 사라왁의 역사와 옛 풍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박물관에는 보르네오에서 발견된 호모 사피엔스와 고래 등의 뼈가 원래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말레이시아 특유의 다양한 문화재가 다량 전시되고 있다.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따라 이곳 사라왁의 자연에서부터 원주민의 생활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한 전시물들을 돌아보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깜빡할 정도이다. 특히 원주민들이 실생활에 사용했던 도구들과 모습들을 찍은 사진들은 사라왁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 필수라고 할 정도. 단, 박물관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 야생의 오랑우탄과 함께 하다

쿠칭에서 남쪽으로 32km 정도 떨어진 곳, 스멩고(Semenggoh) 정글에는 오랑우탄 보호구역이 자리잡고 있다. 시내에서 차량으로 45분 정도 이동한 후 밀림속을 따라 15분 가량 걸어가면 보호구역에 다다르게 된다. 말레이어로 오랑은 ‘사람’을 우탄은 ‘숲’을 뜻한다. 즉 ‘숲 속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1920년대에 설립된 이곳 보호구역에서는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정글에서 오랑우탄을 위한 먹이를 주는데 숲에서 놀다가 이곳으로 먹이를 먹으러 오는 오랑우탄의 모습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랑우탄은 다리보다 길고 힘센 팔을 이용하여 주로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잠도 나뭇가지 사이에 새처럼 둥지를 틀어 잠을 잔다. 이곳에는 현재 총 19마리의 오랑우탄이 살고 있다. 하지만 야생에서 생활하는 오랑우탄이기에 먹이시간에 반드시 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관람시 별도의 입장료는 없으며 취식과 흡연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얼마 전에 이곳 시설이 정부소유에서 개인소유로 변경되었으며 추후에 시설과 관리체계 등을 더욱 발전시켜 종합적으로 야생 오랑우탄을 보존하고 지켜나갈 계획이다.


● 쿠칭의 명물 ‘고양이 박물관’

그 이름에 걸맞게 쿠칭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고양이 박물관은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있는 독특한 박물관이다.

세계 곳곳에서 고양이와 관련된 물건과 사진들을 가져다 꾸며 놓은 박물관으로 고양이 박제를 비롯해서 고양이를 모델로 한 각종 스티커, 고양이를 주제로 한 각종 서적, 각 국가에서 만든 고양이 인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양이들을 전시하고 있다. 영화나 만화속에 등장했던 고양이들까지 정말 없는 고양이가 없다.

과연 쿠칭이라는 이름을 얻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박물관 입장료는 없으나 카메라 촬영에는 3링깃, 비디오는 5링깃의 별도차지가 있다.(1링깃은 약 320원 정도)

쿠칭 글·사진=류한상 객원기자 miizii@yahoo.co.kr
취재협조=말레이시아 항공 02-753-6241/2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