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jslee@naeiltour.co.kr
(주)내일여행 대표이사

입술과 이의 관계처럼 결코 끊어서는 안 되는 관계를 가리켜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고사에서는 전하고 있다.
눈을 돌려 우리 관광업계의 현실을 살펴보자. 여행업도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업종이 순망치한의 관계로 얽혀져 있다.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들이 상호 보안적 관계를 유지하며 각각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행사는 항공사와 랜드사로부터 여행상품의 원천이 되는 여행의 구성요소(항공권, 호텔, 가이드, 전용차량, 기차패스 등)를 구입하고 상품을 기획 가공하여 소비자들에게 공급해주는 유통시장 역할을 담당한다. 항공사는 이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을 랜드사들은 여행지에서 여행자들에게 제공되는 여행 서비스 부분을 생산해 여행사들에게 공급해 주는 생산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과거 항공사, 랜드사, 여행사들은 복잡하지만 사람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혈액처럼 상호 유기적 관계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이런 순망치한의 유기적 관계가 곳곳에서 파괴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변화의 원천에는 IMF 경제난 이후 각 기업의 재정난과 인터넷 같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유통환경의 변화,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른 조직 구성원의 직업관, 인생관 같은 가치관 변화가 주된 이유라 할 수 있다.

상호 유기적 협력관계에 있던 각 기업들은 IMF이후 경영악화로 인하여 먹이 사슬이라는 자연의 법칙에 따라 오직 자기 기업만 살아 남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글속의 생존 법칙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경쟁력 향상을 위한 유통구조의 단순화라는 그럴듯한 비즈니스 용어로 혹은 ‘갑 과 을’이라는 계약관계에 의한 힘의 논리로 이러한 생존 법칙은 점점 치열해져만 간다.

항공사는 비어 있는 항공 좌석을 채우기 위하여 혹은 수익성 있는 미래의 황금 노선확보를 위한 현재의 마케팅 방법에 따라 여행사와 혹은 경쟁 항공사와의 우호적인 관계가 파괴되고, 여행사들은 자사의 경영악화에 따른 자금난을 우호적인 채무라는 이상한 말로 포장하여 자사의 채무를 한시적으로 정지 시켜놓는 일들이 업계의 관행처럼 이어져 오고 있다.

여행사들은 여행상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저가의 지상비를 요구하고, 랜드사들은 고객들에게 상품 원가와 기업의 이윤을 보전하기 위하여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현지에서 상품을 운영하여 매스컴에 마치 여행업이 비리의 온상 같은 집단으로 비추어 지기도 한다. 이런 파괴적인 유통질서는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들의 정상적인 상호 유기적 협조체계가 파괴되어 이들 업종의 미래를 불안하게 만든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자연의 평범한 진리를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자. 과연 이렇게 파괴되어 가는 유통질서는 미래에 우리 목을 조르는 부메랑으로 돌아 올 수 있다는 자연의 평범한 진리를 우리 모두 생각해보자. 먹이사슬의 맨 아래 단계에 있는 플랑크톤이 만약 지구상에 사라진다면 환경파괴로 인하여 지구는 멸망할 것이라 환경론자들은 말한다.

최근 몇 년간 순망치한 관계에 있던 우리 업계의 상호 관계 파괴로 인하여 우리 업계는 얼마나 황폐화되고 있는가? 여행사, 랜드사 중에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정말 제대로 된 기업이 과연 이 나라에 과연 몇 개가 있는지 우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자. 최근 몇 년 사이 경쟁력있는 랜드사들은 모두 문을 닫아 이제 구멍가게 수준의 랜드사들만이 업계에 남아있다.

그렇다고 여행자유화 된지 십 수년 동안 과연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여행사는 몇 개가 살아 남아 있는지 헤아려보자. 적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기업 윤리 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항공사, 여행사, 랜드사들이 각각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여 준다면 한국에서도 일본의 JTB같은 여행사가 나타나지 않을까?

인터넷이라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각 항공사의 홈페이지에는 여행사보다 경쟁력 있는 항공권이 고객들에게 판매되고 있고 랜드사들은 항공사와 직접 여행프로그램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유통시키고, 여행사는 전세기를 이용하여 항공 가격을 직접 결정하거나, 외국 항공사의 한국 판매대리점을 운영하기 시작하고, 일부 여행사들은 랜드사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한다.

현재는 미래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기존 유통 질서의 파괴가 곳곳에서 일어나기 시작하는 변화의 시대이다. 과거의 유통 질서가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변화의 시대에 뒤쳐지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먹이사슬 구조에서 어느 일방이 사라지면 나머지 생태계도 파괴된다. 변화의 시대에 순망치한의 동업자 정신이 절박하게 필요한 이유를 평범한 자연의 이치에서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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