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벽 도로 직접 걸으면서 봄맞이 한창
-14회째 아오모리 핫코다워크 인기만점

3월말, 아오모리 국도 103호 ‘핫코다-도와다 골드라인’이 다시 뚫리면서 아오모리의 겨울은 슬며시 물러난다. 봄의 시작이다. 잠들었던 핫코다 산이 깨어난다. 8.1km에 이르는 핫코다-도와다 골드라인은 겨울에서 봄으로 향하는 통로이다. 계절의 이음매다.

매년 12월경부터 이 도로는 엄청난 적설량으로 통행이 불가능해져 아예 폐쇄된다. 인적과 차량의 진입이 금지된 그 도로위에 오직 새하얀 눈만이 수북하니 쌓인다. 긴긴 겨울 내내. 그렇게 핫코다 산의 겨울은 고요하다. 3월말 겨울의 끝 무렵, 제설차의 묵직한 굉음이 골드라인을 흔들어 깨운다. 새하얀 스케치북 위에 검정색 크레용을 살며시 들이대듯 사라졌던 도로가 서서히 윤곽을 드러낸다. 제설차는 눈밭을 시나브로 헤쳐나가면서 도로 양 옆에 겨울의 백색 흔적을 하염없이 토해낸다. 쌓이고 쌓인 눈은 절벽을 이루고 도로를 에워싼다. 이른바 ‘눈의 회랑’이다. 높은 곳은 그 높이가 10m 안팎에 이른다. 직각으로 솟은 설벽은 마치 칼로 쑥 베어낸 듯 매끄럽고 날카롭다. 8.1km에 이르는 핫코다-도와다 구간의 골드라인이 모두 제 윤곽을 되찾았을 때 비로소 새로운 계절은 시작된다.

골드라인은 매년 4월의 시작과 함께 다시 개통되는데 본격 개통에 앞서 단 3일 동안 차량이 아닌 사람들의 보행로로 공개된다. 바로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핫코다 워크 축제’다. 이 축제는 말 그대로 다시 뚫린 골드라인을 직접 걸으면서 가는 겨울에 대한 아쉬움과 시작되는 봄의 희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한다.

‘경계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핫코다 산의 산악미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일년에 단 한차례, 3일 동안만 허락된 즐거움이니 만큼 인기도 높다. 올해의 경우에는 지난 3월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됐는데 3일 동안 약 1200명이 참가했다. 조난의 위험을 방지하지 위해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최측인 아오모리관광컨벤션협회에 공식적으로 등록해야만 한다. 버스 이동비 등을 포함해 참가비는 5,000엔. 코스는 길이와 난이도에 따라서 4가지로 구분돼 있다. 지난 1954년에 국민온천지 제1호로 지정된 쓰카유온천 부근에서 출발해서 코스별로 골드라인 산행과 온천욕을 즐기기도 하고, 오이라세계류, 네부타의 마을 등 관광명소를 들르기도 하고 도와다 호수 부근에서 숙박을 하기도 한다.

겨울의 끝자락, 봄의 초입이라고는 하지만 핫코다 산의 해발고도가 1585m에 이르는 만큼 축제에 참석할 때는 매서운 칼바람과도 맞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높고도 꼬불꼬불 길게 형성된 설벽이 훌륭한 바람막이가 되어 줄 뿐만 아니라 걷고 있노라면 어느새 등골에 땀도 송골송골해질 정도이니 추위에 대해서는 너무 심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비록 설벽에 가로 막혀 그 너머 경치를 모두 감상할 수는 없지만 사진 속에서나, 영화 속 한 장면에서나 봤던 그 길을 직접 걷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속 시야는 넓기만 하다. 봄꽃과 신록이 농도를 더해갈수록 서서히 몸을 낮추기 시작한 눈 벽은 5월말이나 돼야 봄기운에 완전히 자리를 내준다고 하니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모습은 오히려 축제 이후에 더욱 뚜렷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아오모리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아오모리관광컨벤션협회 81-17-723-7211


♣ 놓치지 말아야할 아오모리 관광명소

● 네부타 마을
네부타 축제는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여름 축제다. 네부타는 한창 전쟁 중인 듯한 무사의 위협적인 모습, 용과 어우러진 신을 표현한 듯한 모습 등을 표현한 거대한 조형물을 일컫는다. 종이와 철골로 만들어져 있으며 안에는 등이 켜져 있어 네부타의 표정과 윤곽을 그대로 보여준다. 매년 8월 첫째 주에 열리는 네부타 축제로 아오모리 시내는 온통 시끌벅적하고 거리는 대형 네부타들과 사람들의 행렬로 가득 찬다. 열기가 후끈하다. 네부타 축제의 참맛을 알기 위해서는 실제 축제에 참가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지만 워낙 유명하다보니 호텔 잡기도 하늘의 별따기고 축제 기간에 일정을 맞추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네부타의 마을’은 간접적으로나마 일년 내내 언제든지 네부타축제의 매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네부타의 마을에는 실제 네부타축제 때 사용한 대형 네부타 8개와 히로사키 네푸타 축제 때 사용된 네푸타 1개 등이 전시돼 있다. 안내원이 네부타의 유래와 축제에 관해 설명을 해주며, 실제 축제 때 사용된 네부타들을 감상할 수 있어 의미 있는 여행코스라고 할 수 있다. www.nebutanosato.go.jp


●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지
아오모리 시내의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지는 일본 조몬시대에 대한 역사관을 바꿔 놓은 대발견이다. 지난 1992년 종합운동장 건설을 위해 이 지역에 대한 매몰문화재 발굴조사를 실시했는데 기존의 조몬시대의 역사관을 뛰어 넘는 출토품이 잇따라 발견돼 1994년 8월에는 건설 중이던 야구장 공사를 중지시키고 이 유적지를 보존하게 됐다.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지에는 약 5500년에서 4000년 전까지의 1500년에 걸친 조몬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일본내 최대 규모다.

약 700동에 이르는 주거터와 220여개의 어른 무덤, 880개의 아이 무덤, 100개 이상의 건물터, 점토채굴터 등이 발견됐다. 현재 건물터와 기둥 흔적 등을 기초로 당시의 주거지가 복원돼 있다. 복원물 중 방문객들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는 것은 6개의 대형 기둥인데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사용용도가 밝혀지지 않은 채 제사용 목적이 컸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2002년 11월에 오픈한 ‘조몬지유관’에서는 산나이마루야마 유적지에서 생활한 조몬인들의 삶을 전시물과 영상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조몬토우나 액세서리 제작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