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호 aq@aq.co.kr
여행웹진 아쿠아(www.aq.co.kr)운영자

KATA(한국일반여행업협회) 홈페이지(www.kata.or.kr)에서는 여행사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한 소비자들이 불편했던 점이나 불만을 신고하는 여행불편신고 코너가 있다. KATA는 해당여행사와 소비자를 중재하고 그 결과를 게시판에 싣는다.

소비자의 불만은 제각각이겠지만 KATA의 중재결과를 알리는 글에서 반복되는 내용은 여행사와 소비자의 서로 다른 시각에 대한 것이다. 소비자는 여행사가 원래 조건과 달리 자신들을 홀대했다고 주장하고 여행사는 소비자가 여행의 조건을 잘못 이해했다고 말한다. 두 주장은 그 골이 너무도 깊어서 마치 양쪽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처럼 이질감이 느껴지고 제 3자가 보았을 때도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소비자와 여행사는 ‘해외여행’이라는 공통분모로 만났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이다. 하지만 정작 여행에 관한 한 다른 꿈을 꾼다 - 이것이 문제의 근원지이다. 소비자의 꿈이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행을 누리는 것이다. 여행사는 그 꿈을 이루는 수단이다. 여행사의 꿈은 무엇인가. 소비자에게 멋진 서비스와 여행의 추억을 제공하는 것 - 여행사의 사훈에 이런 이야기는 한 구절씩 들어있겠지만 - 이전에 ‘이윤추구’라는 회사의 설립 목적이 있다. 즉, 여행사는 고객의 행복한 여행을 돕는 일을 하는 동시에 이윤추구를 하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자인 것이다.

이렇다보니 여행을 이루는 요소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정상 현지에서 호텔이 바뀌었을 때 소비자와 여행사는 사태를 다르게 본다. 소비자는 대체로 기분이 나쁜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여행사가 밉고 원래 가려했던 호텔에 대한 아쉬움이 지워지지 않게 된다. 반면 여행사는 호텔에 대한 소비자의 집착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정표보다 더 좋은 호텔로 바뀌었으면 그만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여행사는 여행이 끝날 때까지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와 이익을 창출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그것은 여행사의 존망과도 관련돼 있다. 그래서 여행사는 소비자에게 안전과 단체생활에 따르는 절제를 요구한다. 하지만 소비자의 생각은 다르다. 안전만 생각했다면 여행을 떠나지도 않았고 여행사의 이익은 여행자 입장에선 배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소비자는 여행사와 부딪히고 통제에서 벗어나려 한다.

여행사와 소비자와의 동상이몽은 이상할 게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다만 양측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여행일정이나 조건에서 모호한 부분을 줄여나간다면 그 간극은 좁혀질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 한 가지, 여행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의 차이 때문에 두 개의 시각을 완전히 하나로 모을 수는 없다. 서로의 다른 시각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것이 소비자와 여행사 모두에게 절실한 작업이다.

여행사는 소비자가 가지는 여행에 대한 환상을 모두 실현시켜줄 의무는 없다. 오히려 여행 시작 전에 여행상품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소비자의 기대수준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비자는 여행사가 자선사업단체가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100% 이해해야 한다. 여행이 가진 변수와 불확실성을 이해하고 여행사를 무조건 의심하거나 매도해서는 안될 일이다. 서로 상대방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마땅하다. 어쨋든, 한 이불을 덮고 있는 사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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