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베트남에 도착했다. 흔히 베트남하면 아직도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떠올릴 만큼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자유주의의 물결을 받아들인 베트남의 모습은 상상 속의 베트남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기고 있었다.
비행 끝에 내린 호치민 탄손낫(Than son Nhat) 공항은 일단 ‘덥다’는 느낌이다. 몸을 감싸고드는 후끈한 열기가 낯설기는 하지만, 왠지 모를 정겹고 포근한 느낌이 더위와 함께 밀려들고 있었다.

보통 베트남하면 떠올리는 것이 수도인 하노이와 모 항공사 광고로 잘 알려진 하롱베이 정도다. 하지만 베트남 제일의 상경제 도시이자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바로 호치민(구 사이공)이다. 1976년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으로의 통일 이후 20년만에 개방정책을 도입한 호치민은 사회주의적인 분위기보다 자본주의적인 냄새가 강렬하게 느껴진다.


● 오토바이위의 연인들

베트남에 도착해서 시내로 가는 동안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모습은 오토바이로 거리를 달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주된 교통수단이 오토바이라서 그런지 인파 속을 비집고 다녀야 하는 서울 번화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다. 해가 지고 한낮의 더위가 식을 무렵부터는 마땅한 놀거리가 없는 젊은이들의 오토바이 데이트가 시작된다. 보통 운전은 남자가 하는데 뒤에 앉아 허리를 감고 앉은 여성의 폼이 익숙해 보인다. 시원한 바람이 좋은 사이공 강변이나 공원 주변은 더욱 야릇한 광경이 펼쳐진다. 작은 체구라 그런지 편안하게 오토바이 위에 걸터앉은 연인들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키스하는 장면은 이제 더 이상 호치민에서 어색한 광경이 아니었다.

● 아오자이를 휘날리며...

베트남의 전통의상은 ‘긴 옷’이라는 뜻의 아오자이. 그 중에서도 하얀색 아오자이는 베트남 여학생들의 교복으로 입혀지고 있다. 학교가 파할 무렵 거리를 가득 메운 아오자이의 물결은 보는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물론, 햇빛을 피하기 위해 모자와 마스크, 팔을 다 덮는 긴 장갑으로 완전무장했지만 말이다. 아마도 새하얀 피부를 미의 최고 가치로 여기는 이들의 관념 때문이리라.

이러한 모습들도 걷기보다는 오토바이 또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광경이 대부분이다. 헐렁한 바지를 감싸는 상의는 몸에 딱 밀착되어 몸의 굴곡이 그대로 드러난다. 거리를 걷다가 그리고 차를 타고 가다가 아오자이를 입고 오토바이나 자전거 위에 올라타고 지나는 여학생들을 보노라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를 들이밀게 된다.

더불어서 햇볕을 가리기 위한 원뿔형의 모자인 논(Non)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상징이다. 여행기념으로 하나쯤 장만해서 여행 중에 쓰면 햇볕을 가리거나 약한 비가 내릴 때 간이우산으로도 그만이다. 시장에서 4000~5000동(한화 400~500원 정도) 면 구입이 가능하다. 물론 그림이 새겨지거나 좀더 잘 만들어진 것은 더 비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 벤탄 시장속으로

여행자들의 거리인 팜 응우 라우와 호치민의 중심거리인 동커이의 중간쯤 위치한 곳에 벤탄 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커다란 1층 건물을 가득 메우고 있는 이 시장에는 베트남에서 나오는 온갖 것들이 다 판매된다. 의류, 식품, 생선, 약품 등 베트남 재래시장 중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시장 안을 따라 이것저것에 한눈을 팔며 구경을 마치고 나면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다. 호치민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티셔츠를 처음 부른 가격 8만동에서 흥정한 끝에 4만동(한화 3,500원 정도)에 사서 입으니, 어느새 베트남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다.

그 자리에서 직접 갈아주는 베트남산 원두는 종류에 따라 다양한데, 보통 100그람에 1만~2만동 정도면 살 수 있다. 물론 흥정하기 나름이며 커피를 거르는 알루미늄 필터는 말하기에 따라 공짜로 얻을 수도 있다. 베트남은 커피의 산지이다. 베트남에서 웬 커피가 나오냐는 질문을 하고 싶다면 거리에 있는 아무 찻집에서 진한 커피 한잔을 마셔본 후로 미루는 것이 좋겠다. 후덥지근한 더위에 아무래도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한잔 먹어보자는 마음에 주문을 하자 유리컵에 연유가 담겨있고 재미있게 생긴 알루미늄(또는 스테인레스) 필터가 함께 얹어져 나왔다. 방울 방울 떨어지는 커피의 색깔이 진하다. 다 걸러진 커피와 연유를 수저로 저은 후, 커다란 얼음이 가득한 유리잔에 붓고 저으니, 아이스 커피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커피와는 그 진하기가 천지차이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연유 덕분인지 진한 듯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 일품이다. 보통 한잔에 5,000~1만5,000동 정도다.

베트남 호치민 글·사진=류한상 객원기자 miizii@yahoo.co.kr
취재협조=리조트 인더 월드 02-733-1400

+++ 플러스 α +++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두 장의 서류를 받게 된다. 먼저 세관신고서는 앞뒤로 같은 내용이 인쇄되어 있다. 한 면만 작성하여 비행기에서 내린 후 제출하면 된다. 문제는 입국신고서다. 두 장으로 이루어진 입국신고서는 먹지가 들어간 영수증처럼 한번만 작성하면 두 장 모두 다 써지는데 입국시 한 장을 가져가고 남은 한 장을 돌려주는데 이것이 바로 출국신고서다. 분실실시에는 출국시 절차가 복잡해지므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자.
하나 더, 베트남의 호텔에서는 외국인이 투숙시 여권을 요구하며 체크아웃시에 여권을 돌려준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여 사본을 하나 지니고 다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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