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의 일이었다. 집에서 사용하던 가전제품이 말썽을 일으켜서 제조사에 애프터서비스를 받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상담원은 친절하게, 그리고 신속하게 몇 가지를 물었고, 곧 A/S 기사의 방문일정을 알려주었다. 기사는 친절하게 애프터서비스를 마치고 갔고, 얼마 후 그 회사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서비스는 만족스러웠는지’, ‘기사는 친절했는지’에 관한 질문에 나는 만족스러웠다는 대답을 해주었다.

소비자 만족에 대해 기업이 왜 이토록 관심을 갖고 있을까?
한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평균 3명의 주변사람에게 이에 관해서 이야기 한다고 한다. 반면, 불만을 느끼는 소비자들은 무려 11명의 주변사람들에게 불만을 토로한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한 조직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은 약 13%에 이르는데, 이들은 약 20명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불만을 이야기 한다고 한다. 즉, 소비자들 사이의 구전에 있어서 만족감보다는 불만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지난 마케팅 사례에서 구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고 있다. 1986년 미국 슈퍼볼(Super Bowl) 중계방송에서 애플컴퓨터가 집행한 ‘1984 광고’는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 광고에서 IBM 시스템은 소설 ‘1984’에서 묘사된 ‘감시자’, ‘정치가’로 묘사되었다. 그리고 기계처럼 일률적으로 사고하는 민중 사이에서 상황을 타파하는 여전사로서 애플 컴퓨터를 표현했다. 이 광고는 단 한번의 공중파 광고를 집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1984 광고’는 제품에 대한 설명이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시청자의 궁금증만을 유발하는 목적의 티저광고(teaser advertising)였다. 이 광고는 시청자들 사이의 구전을 통해서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그 효과는 광고비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느낌을 기업에 알리는데 인색하다. 불만을 갖고 있는 소비자의 4%만이 기업에 이를 알린다. 나머지 96%의 소비자들은 불만을 단지 가슴속에 담아놓고 있을 뿐이다. 즉, 소비자의 불만은 기업에 잘 알려지지 않은 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퍼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들의 불평과 불만을 잘 관리하고 있는 기업의 한 예가 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인 3M사(社)는 신제품 개발단계에서 고객의 의견을 중요시 하고 있다. 신제품 아이디어의 약 3분의 2는 소비자들의 불평불만으로부터 개발된다고 한다. 3M사와 이 기업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과거 기업들의 마케팅은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은 소비자들’에게 ‘다량으로 판매’하는 목표를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관계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의 중요성에 대한 기업의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 관계마케팅의 목표는 신규고객 확보 이후의 관계 강화를 통해 충성고객(loyal customer)을 유지하고 이들로부터의 소비를 강화, 증가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이제 고객을 판매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소비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소비자는 반대급부로 기업의 옹호자로서 더 좋은 구전을 형성하고, 소비를 증가시킬 것이다. 이것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관계마케팅의 핵심이다. 그리고 ‘소비자 만족’은 기업 마케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다.

김경해 kyonghae@commkorea.com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