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하남)성에는 정저우(정주), 카이펑, 뤄양(낙양)과 같은 중국의 대표적인 고도들이 위치한다. 이는 허난성이 중국에서 말하는 소위 중원지역으로 유구한 역사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 데에는 배경에는 전적으로 여전히 유유히 이곳을 흐르고 있는 황하의 존재가 자리한다.

잦은 범람으로 유명한 황하는 그들에게 홍수와 같은 재난도 안겨 줬지만 한편으로 비옥한 토지와 치수를 위한 협동의 필요성 등 이곳 중원 사람들에게 일찍부터 유목민족들에게서 볼 수 없는 공동체 생활과 문명의 발생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 강의 하상이 높아 잦은 홍수 범람

정저우는 황하 하류가 시작되는 지점의 남쪽 기슭에 자리한다. 화북의 베이징과 화남의 광저우를 잇는 경광철도의 주요 경유지로써 유리한 입지를 점한 이곳은 허난성의 성도이다. 이곳에 황하치수박물관이 있고, 수륙양용선을 타고 직접 황하에 가볼 수 있는 황하유람선이 운항되고 있다.

황하유역 부근은 나무가 없는 황토고원지대로도 불린다. 흙을 붙잡아 놓을 수 없는 이러한 지리적인 특성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토사가 물과 함께 흘러 내려간다. 이렇게 쌓인 흙은 해마다 10㎝이상씩 황하의 하상을 높게 하며 어느 순간에 이르면 강바닥이 황하 양안의 땅보다 높아지면서 강물은 여지없이 범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곳은 사실 강수량이 풍부한 곳은 아니어서 다우 지역의 연간 강수량이 800mm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수시로 물은 유로에서 벗어나 평야를 덮친다.

겨울에서 봄이 될 무렵이면 기후적인 특성으로 상류가 물이 먼저 해빙된다. 하류는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아 물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까닭에 흐르던 물이 넘쳐 버린다. 황하의 홍수는 단순히 강수량만의 문제가 아닌 흐름과 관계가 깊으며, 강바닥이 주위보다 높아지게 되는 지리적 원인 또한 크다.

‘강의 바닥이 주위보다 높다’ 얼핏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정저우에서 운항되고 있는 황하유람선을 타고 직접 황하로 나가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위가 온통 진흙으로 얼핏 보아서는 어느 것이 땅인지 어느 것이 황하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진흙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에 걸쳐 깎일 것도 없이 큰물이 한번 훑고 지나가면, 그 흐름마저 달라지겠다 싶다. 실제로 황하는 여러 차례 홍수와 범람을 겪으며 이미 26번이나 그 물길이 달라졌다고 한다.

항상 토사를 가득 품고 있는 황하물은 특별하다. 일찍이 4대 문명의 배경이 됐던 다른 강들이 신성시 되고 그 물로 죄를 정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지는데 반해 중국인들은 황하물을 가리켜 ‘황하물에 들어갔다가 나와도 누명이 벗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 중국문명의 시작, 우임금의 황하 치수

중국에서 태평성대를 가리켜 요순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그 요임금와 순임금 때의 일이다.
대홍수가 발생해 황하가 범람하자 요임금은 신하들의 추천을 받아 곤에게 치수 사업을 맡겼다. 곤은 물이 넘칠 곳은 미리 제방을 쌓고 침수될 곳에는 미리 흙을 메우는 방법을 취했다. 하지만 거대한 물길의 힘은 그에게 쓰디쓴 실패를 안겨준다. 요임금은 그 죄를 물어 곤의 다리를 자르는 가혹한 중벌을 내렸다. 요임금에 이어 왕이 된 순임금은 곤의 아들 우가 훌륭하다는 얘기를 듣고 그에게 다시 황하 치수사업을 맡겼다. 우는 아버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물을 잘 흐르도록 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로써 황하는 사람들의 마을을 덮치지 않게 됐고 이 공로를 인정받아 우는 순임금 다음으로 왕이 됐다. 우임금은 중국 최초의 왕조로 전해지는 하나라의 시조이다. 그로부터 왕위의 세습제가 시작됐으니, 결과적으로 치수와 같은 대규모 사업으로 인해 왕제도가 본격화된 셈이다.

이 이야기는 중국의 대표적인 역사서로 꼽히는 사기에 기록된 내용이다. 한편 중국의 기이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을 기록해 놓은 산해경이라는 책에는 이들의 이야기가 신화로 새롭게 태어난다.
곤은 천신의 일족이자 황제(黃帝)의 손자로 기록돼 있다. 그는 둑을 쌓는 것만이 황하 치수의 관건이라고 믿었는데, 튼튼한 둑을 쌓을 만큼의 충분한 흙을 얻기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조금만 뿌려도 순식간에 흙이 산처럼 쌓인다는 천제의 보물 ‘식양’이었다. 하지만 천제가 이를 사용케 할리 만무했고, 곤은 이를 몰래 훔쳐다가 치수사업에 이용했다. 결국 천제는 크게 노하고 곤은 불의 신인 축융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기묘하게도 곤의 시체는 그 후로 3년이 지나도록 썩지 않았다. 이에 천제는 다시 천신에게 오도라는 칼로 곤의 시체를 베도록 했는데, 곤의 배를 가른 순간 그 안에서 외뿔 달린 용이 튀어나왔다. 그 용이 후에 사람으로 변한 것이 우이다. 우는 황하의 신인 하백이 전해준 물길이 그려져 있는 푸른색 돌과 복희가 준 하늘과 땅을 측량할 수 있는 대나무처럼 생긴 옥간을 이용해 마침내 황하 치수에 성공하게 된다.

중국 글·사진〓이지혜 기자 imari@traveltimes.co.kr
취재협조〓LNC차이나 02-6365-8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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