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국민과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진 듯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가장 중요한 사안은 동북아 경제중심의 추진이다. ‘총리를 지낸 남덕우 씨의 책 ‘동북아로 눈을 돌리자’(삼성경제연구소)’에 의하면 동북아 중심지 구상은 지난 정부 말 정책화하기 훨씬 이전인 1986년 전두환 대통령 시절 인천에서 배태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나서야 정부 정책으로 받아들여졌으나, 곧 이은 정권교체와 명칭과 내용, 실효성 논쟁 등의 내부갈등과 정치 불안, 경제난 등의 외부요인이 더해지면서 최근에는 별다른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애초 이 구상의 배경을 살펴본다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동북아 경제 중심으로 가자는 것은 우리가 더더욱 잘 살아보자는 의도보다는 지금 상태를 유지라도 하기 위해서라는 절박한 생존전략 차원의 인식과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선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현실적 격차, 중국과 아세안의 맹렬한 추격 가운데 낀 우리로서는 특단의 국가전략을 가질 수밖에 없고, 많은 전문가들이 다행히 우리나라가 지정, 지경학적으로나 산업구조 면에서 실현 잠재력이 높다고 한다. 이렇게 동 전략의 정당성과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범정부적인 노력과 국민의 적극적 지지와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이러한 국가적 전략은 적시성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지금의 맥빠진 상황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어쨌든 같은 맥락에서 몇 가지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동북아 경제중심 개념에는 물류와 금융 서비스, IT를 중심으로 한 R&D 클러스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길게 얘기하지 않더라도 이것은 온전한 개념이 아니다. 물론 이들이 모두 예외 없이 중요한 서비스 분야이기는 하지만 하드한 부문임에는 틀림없다. 동북아 경제중심 실현은 앞서의 세 가지 개념에 반드시 문화관광이 네 번째 축이 되어야 한다. 하드한 서비스 부문의 진흥은 어차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깨지면 쉽게 무너져 내리는 반면 문화관광은 밑져야 본전 이상의 효과를 근본특성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관광은 동북아 경제중심 실현에 어떻게 역할을 할 것인가? 먼저 각 단위의 클러스터는 일종의 교역단지 개념으로 반드시 관광호텔과 위락시설은 물론 컨벤션 시설 등을 배후로 가져야 한다. 따라서 클러스터 설계 당시부터 관광배후단지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것을 먼저 지적해 두자.

또 다른 관점에서 관광 자체만으로 보면 동북아 경제 중심성 확보라는 목표의 특징에 맞아야 하고, 상대적으로 실현이 가능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해 보면, 먼저 동지역 내에서 국제관광 부문의 최대 수용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2,000만명(인·아웃바운드 포함)의 국제관광 물량은 소화될 필요가 있다. 아웃바운드는 어차피 1,000만명까지 갈 것이라고 본다면 500만명 수준에 정체된 인바운드를 높이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우리나라에는 관광 관련학과를 개설한 대학이 무척(?) 많다. 어차피 국내시장에서 취업될 수 없다면 이들을 체계적으로 동북아 시장에 배출해 낸다면 여기에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같은 의미로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도 많고 또 30여개에 달하는 관광관련 학회도 있는 만큼 동북아 내 관광관련 R&D 부분을 리드하도록 체계적으로 유도한다면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일 것이다. 이것이 성공한다면 동북아를 비롯한 외국의 많은 학생들이 우리나라로 유학오게 될 것이고, 많은 표준과 메뉴얼을 동북아에 공급함으로써 관광부문의 동북아 중심실현에 크게 다가설 것이다. 어차피 사람이 중요한 자산인 나라가 아닌가?

김상태 stkim@ketpi.re.kr
한국관광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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