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에서의 생선회 파티 … 시골 마을 같은 팔라우 시내

팔라우에서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다이빙이나 스노클링이 전부가 아니다. 직접 물에 들어가도 좋지만 모처럼의 바다낚시에 도전해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팔라우에서 관광객들이 부담없이 즐기는 낚시로는 줄낚시가 가장 흔하다. 특별한 낚시 도구를 준비하거나 오랜 시간 배울 필요도 없기 때문에 아빠, 엄마를 따라 나선 꼬마 강태공도 어렵사리 시도해 볼 수 있다.

줄낚시는 밤 시간을 많이 이용한다. 락 아일랜드 투어 때와 마찬가지의 보트를 타고 한참을 나가야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보트에 작은 백열 전구 하나를 메단다. 칠흙같이 어두운 밤, 보트가 바다로 나가기 시작하면 잠시 두려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경쾌하게 물살을 가르는 모터 소리와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면 이내 기대감이 높아진다.

선장이 배를 세우면 본격적인 낚시의 시작이다. 바다 속으로 연을 날리 듯 오징어가 메달린 낚시 바늘과 추를 바다에 던져 놓으면 낚시 줄은 10m이상 하염없이 내려가 바닥에 닿는다. 이때부터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줄을 살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손가락 사이로 작은 떨림이 온다. 물었다 싶으면 순간적으로 낚시 줄을 챘다가 재빨리 걷어 올려야 한다. 오징어만 냉큼 물고 가는 영리한 놈도 있지만 느낌만 정확했다면 크든 작든 화려한 색깔의 물고기가 파닥거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아무 생각없이 낚시 줄을 감아 올렸는 데 물고기가 달려 있는 경우도 있다. 팔라우에서 줄낚시로 잡히는 어종은 도미 류가 많다지만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일이 구별해 내기는 힘들다.

사방에서 “잡았다”라는 환성과 함께 고기가 올라오면 적막했던 배안은 금새 분주해 진다. 현지 여행사에서 소주와 초장 등을 챙겨가는 데다 숙달된 솜씨의 현지 직원이 동승하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북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즉석 생선회 파티.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웬만큼 마신 술에는 취기도 올라오지 않는다.

물고기가 잡히는 않는다고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다.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선장이 알아서 포인트를 옮기는 데다 밤낚시의 만족도는 단순히 잡은 물고기 숫자에 비례하지 않는다. 술 한잔 걸치고 초롱초롱한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낚시 줄을 드리우고 있으면 잔잔한 평화로움이 밀려오기 마련. 일상에서의 완벽한 탈출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팔라우에서의 밤낚시 매력은 충분하다.

■ 올망졸망한 시내 나들이

팔라우라고 육지에서의 활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단하게나마 시내 관광도 있다. 시내 관광은 팔라우 아쿠아리움에서부터 시작한다. 직접 바다에 나가는 것만큼은 아니지만 팔라우에 대해 대략적인 윤곽은 잡을 수 있다. 다만 일반적인 아쿠아리움의 규모와 너무 차이가 난다고 너무 실망하지 말 것. 15분 정도면 충분히 돌아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시작인가 싶은 데 어느새 끝이다.

이밖에 팔라우 국립 박물관과 마을 회관이라고 할 수 있는 바이(Bai) 등도 관광코스. 처음에는 작은 기념품 점으로 오인할 수도 있는 국립 박물관은 2층 규모로 글자를 대신해 새겨놓은 원주민들의 스토리 보드 등이 전시돼 있다.

팔라우의 소박함(?)은 시골 면사무소를 닮은 국회의사당과 교육부 등 차창 밖의 거리 풍경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우리네 청와대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 집무실 앞에 서면 작은 나라 팔라우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집무실 앞은 경비도 없어 누구나 출입이 가능하고 마당에는 동네 꼬마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들어와 사진 촬영 등을 하곤 한다.

이밖에 팔라우는 과거 태평양전쟁 시절 한국인들의 아픈 상처가 새겨진 섬이기도 하다. 징용당한 한국인들이 저녁마다 ‘아이고’를 외치며 고생 끝에 지은 ‘아이고 다리’가 지금도 섬과 섬을 연결하는 주요 다리로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 가장 큰 바벨다옵섬에도 탱크와 공장 등 태평양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을 정도. 모 탤런트가 정신대를 주제로 한 누드 화보집을 촬영해 혼쭐이 난 곳도 팔라우다.

■ 팔라우 여행 이모저모

대만 관광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다 보니 의외로 마사지 서비스가 발달해 있다. 특히 하루 종일 태양에 피부가 노출된 여성들은 저녁 식사 후 객실에서 오일 마사지 등을 받으며 피로를 풀어도 좋다. 바다는 좋지만 한식은 꼭 먹어야 한다는 남성에게도 반가운 소식. 교민이 채 100명이 되지 않는 팔라우지만 그래도 시내에는 ‘아리랑’과 ‘궁전’ 등 2곳의 한식당이 운영 중이다. 하나투어(02-1577-1212)와 모아투어(02-7777-994)에서 판매 중인 팔라우 전세기는 아쉽지만 6월30일까지만 운영된다. 전세기가 끝나면 괌이나 대만을 경유해야 하는데 비용이 직항 전세기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다.

★ 팔라우에서의 숙소

팔라우 퍼시픽 리조트(Palau Pacific Resort)

팔라우에서 허니무너에게 추천할 만한 리조트. 줄여서 PPR이라고 부른다. PPR은 아담한 전용 해변을 가지고 있어 팔라우에서는 유일하게 동남아시아의 리조트 분위기를 낸다. 리조트 내에는 아담한 수영장도 꾸며져 있고 해변에는 파라솔도 마련돼 있다. 해변 분위기는 세부 샹그릴라 호텔 뒤편의 백사장과 비슷하지만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크다는 점이 단점. 리조트에 선착장이 있어서 ‘락 아일랜드’로 바로 출발할 수 있다. 객실 건물은 2층으로 이뤄져 있으며 객실 내부는 아담한 화장실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팔라시아 호텔(Palasia Hotel Palau)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비즈니스 호텔이다. 팔라우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 중의 하나로 널찍한 로비를 갖추고 있으며 일본과 대만 관광객도 많이 이용한다. 동남아시아의 초특급 호텔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냉방시설을 비롯해 특급 호텔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직원들도 친절하다. 모든 객실이 발코니를 갖추고 있으며 발코니에서 바다가 내려 보인다. 1층 로비에 DFS 면세점이 위치해 있다.

팔라우 글·사진=김기남 기자 gab@traveltimes.co.kr
"
저작권자 © 여행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