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리아나 제도는 우리 나라에서 남동쪽으로 약 3000km떨어진 서태평양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일년 내내 섭씨 27도 정도를 유지하는 천혜의 휴양지다. 크고 작은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 북마리아나 제도에서 사람이 사는 섬은 사이판, 로타, 티니안 3개뿐이다. 제일 큰 섬인 사이판이 우리나라의 거제도만 하고, 티니안과 로타는 사이판보다 작다. 이 중 티니안(Tinian)은 사이판에서 남쪽으로 5km쯤 떨어져 있는데 페리를 타고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티니안에는 대단한 쇼핑센터라든지, 근사한 레스토랑은 없다. 대신 주변의 사이판과 괌에 비해서 티니안은 아직까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유지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관광객을 유혹하는 티니안의 가장 큰 매력. 이에 더해 티니안에는 다른 여느 곳과 다른 특별한 티니안만의 볼거리가 풍성하다.


해변에선 별을 줍고 가슴속엔 꿈을 품고

■자연의 신비 ‘고래구멍바위 분수’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해안의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어 파도가 칠 때마다 구멍으로 바닷물이 솟아올라 절경을 이룬다. 하늘로 치솟아 오른 물줄기는 매번 솟아오를 때마다 그 모양과 높이가 제 각각이다. 특히 공중에 퍼진 물방울 사이로 무지개 빛이 보일 때면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느라, 탄성을 지르느라 여념이 없다. 이어령 교수는 ‘폭포와 분수’에서 “폭포가 자연 그대로의 힘이라면 분수는 거역하는 힘, 인위적인 힘의 산물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티니안의 분수는 전혀 인공적이지 않은 완전한 자연산이다. 그것은 중력을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니다. 오랜 세월 파도의 영향으로 바다 밑 바위부분에 여러 개의 복잡한 구멍이 생겨 바닷물이 밀어 칠 때마다 이 구멍들을 통해 바닷물이 10m 가까이 치솟는다. 역동적인 지구의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인 것이다. 이것이 마치 고래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같다고 하여 “고래구멍바위”라고 부르기도 한다.

■행운이 따른다는 별모래 줍자!

북서쪽 해안가 ‘출루비치’에서는 ‘별모래’를 볼 수 있다. 모랫바닥에 손바닥을 찍었을 때 묻어 나오는 모래모양이 신기하게도 별모양을 하고 있다. 왜 별 모양이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원주민들 사이에서는 손바닥에 별 모양의 모래가 많이 찍힐수록, 또 별 모양의 모래 일곱 개를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따른다는 설이 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온 관광객들도 일단 한번 모랫바닥에 손바닥을 찍어 깨알같이 작은 별모양의 모래를 발견하면 그것들을 주워 담아 별모양 찾기에 빠져들게 된다. 관광객들 사이에는 손가락으로 모래를 콕 찍어서 묻어나는 별 모래 중 가장 큰 별이 묻은 사람이 아들을 낳는다는 소문도 퍼져 있단다. 하지만 모계 사회인 티니안의 풍습으로 미뤄 볼 때 아마도 이는 아들 낳기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 지어낸 소문인 듯.

■거인족이 세운 의문의 ‘타가 하우스’

티니안의 유일한 마을인 산호세 마을에는 직육면체의 돌기둥 위에 주발 모양의 돌을 얹어놓은 타가유적이 있다. 누가 세워놓은 것인지, 언제부터 있었던 것인지, 용도는 또 무엇인지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 의문의 건조물은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하지만 마리아나 연방의 국기 디자인에도 이것이 사용된 것을 보면, 이 지역에서 타가유적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타가유적은 그 기둥높이만 4.1m, 돌의 높이가 1.7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약 3500년 전쯤에 만들어졌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다만 이에 관련된 전설이 하나 있다. 티니안 인근의 얍(Yap)이라는 섬에 거인족이 살았다. 그 거인족의 추장에게는 타가라는 총명하고 힘도 세고 인품도 훌륭한 아들이 있었다. 이렇게 출중한 아들로 인해 추장은 자신의 위치가 위태롭다고 여겨 타가를 죽이려 했고, 타가는 자신의 추종자들과 함께 티니안으로 도망쳐와 부락을 이루고 번성해서 잘 살았단다. 그 때의 거인족이 세운 돌기둥 유적이 바로 이 타가유적이며, 유적의 이름도 타가에서 따온 것이다.

티니안 사진 글〓신중숙 객원기자 poet99@ewhaian.com
취재협조〓북마리아나 관광청 02-752-3189





티니안이 한국과 가까운 이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격전지
사실 티니안은 그저 낭만적인 해변 휴양지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일본의 격전지이자 이곳은 또한 강제 징용으로 수많은 한국인들이 끌려왔던 아픔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 이름도 생경한 섬에 강제로 징용, 징집된 한인들은 식민지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일본인에게는 갖은 수모를 당해야 했고 또 미군에게는 적국의 국민이 돼 전범의 취급을 받는 이중고를 감내해야만 했다. 현재 티니안에는 한국계가 전체 인구의 20%나 차지하는데, 그들이 그곳에 정착하게 된 배경에 대해 알게 된다면 동포로서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 것이다. 1977년에는 이곳에서 죽어간 동포들과 전쟁 당시 죽은 한국동포들을 기리기 위해 한인 위령비가 세워지기도 했다.
또 티니안은 세계 제2차 대전중 B-29기에 의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극비리에 저장됐던 곳이다. 원자폭탄은 한 순간에 8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세계대전의 판세는 미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역전돼 그로 인해 감동의 “대한 독립 만세”를 맞이할 수 있었다. 비록 스스로 이룬 독립이 아니라 원자폭탄 두 발에 의해 어찌 보면 “운 좋게“ 광복을 이뤘다. 하지만 원자폭탄이, 전쟁이, 거칠고 잔혹하게 남기고 간 상처-그 비극 속에 죽어간 희생자와 그들의 후손-를 생각할 때 느껴지는 동포애와 인류애는 따사롭고 눈부신 열대의 아름다운 섬 티니안에 덩그러니 어울리지 않게 남아있는 전쟁의 잔해들을 통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동시에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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