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부는 사나이’ 흔적 쫓아 전세계인 방문
-안내판 도시 곳곳 … 야외공연으로 ‘시선’

“1284년 6월 130명의 아이들이 피리부는 사나이와 함께 산 속으로 사라졌다. 코트를 가지러 돌아 온 두 명의 아이들만이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을 알 수 있었지만 한 아이는 앞을 보지 못해 그가 갔던 장소를 보여 줄 수 없었고, 다른 한 아이는 말을 하지 못해 그가 갔던 장소를 설명해 줄 수 없었다. 깊은 산 속 어딘가 굴 속으로 아이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만이 전해져 오고 있다.

인구 6만의 작은 도시인 하멜른(Hameln)은 ‘피리 부는 사나이’의 전설로 유명하다. 기차를 타고 하노버에서 남서쪽으로 45분, 비자 강(Weser River)의 동쪽 연안에 면해있는 하멜른은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루트 중의 하나인 페어리-테일 로드(Fairy-Tale Road)의 중요한 기착점이자 비자 마운틴 지역의 경제, 문화의 중심지다.


그림형제에 의해 19세기에 최초로 수집된 전설인 피리부는 사나이는 전세계 약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 출판되었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나라들에서 학습교재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특별히 어떤 배경에서 이 이야기가 만들어졌는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다만 당시의 지배계급이 프러시아 같은 몇몇 동유럽 국가들을 식민지화하면서 하멜른의 시민들을 새로운 영토에 정착시킬 필요가 있었고 도시의 시민들을 종종 ‘도시의 아이들’로 불렀으며, 하멜른에서 쥐로 인한 전염병이 창궐했다는 사실이 다양하게 결합되면서 이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쥐들의 형상으로 가득 찬 구시가

하멜른의 중심부는 중앙역에서 비자 강을 향해 동서로 뻗어 있는 오스터 거리(Osterstrasse)이다. 오스터 거리는 남북으로 뻗어 있는 베커 거리와 교차하는데 그 중심에 마르크트(Markt, 광장)이 있다.
하멜른의 거리 길 바닥에는 수백마리의 흰색쥐들로 관광객의 동선을 그려 놓은 ‘쥐들의 흔적(Rat Trail)’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Rat Trail’은 관광객을 하멜른의 가장 중요한 관광 포인트로 차례차례 안내하는데 곳곳에 영어로 된 안내판이 있어 관광객의 이해를 돕는다.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는 매주 일요일 정오에 80여명의 배우가 참여하는 피리부는 사나이의 야외 공연을 볼 수 있는데 보통 매회 공연마다 전세계에서 온 3,500여명의 관광객이 관람한다고 한다. 알트슈타트(Altstadt, 구시가) 중심부에 있는 호흐짜이트하우스(Hochzeitschaus) 테라스에서 30분간 하루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공연은 무료이다. 오스터 거리에 있는 하멜른 뮤지엄에서는 피리부는 사나이에 관한 보다 많은 자료를 볼 수 있다.

하멜른에서 여행자들의 관심은 단지 한 가지, 쥐들에게 쏠리기 쉽다. 구시가의 곳곳에는 몸 전체에 무지개 색 꽃잎 장식을 한 흰 쥐, 구멍이 송글송글 나 있는 노란색 쥐, 컬러풀한 손바닥 도장이 몸 전체에 줄지어 찍혀 있는 쥐, 키보드 자판과 마우스를 손에 들고 있는 주황색 쥐, 포스트 모던한 은색 메탈 느낌의 쥐 등 수많은 쥐에 관한 조형물들을 볼 수 있고, 빵집에는 쥐모양의 라우겐 빵을, 각종 상점에는 쥐를 모티브로 한 수없이 많은 ‘쥐상품’들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 년 전 마을에 재앙을 가져왔던 쥐들이 보상이라도 하듯 현재는 수많은 다양한 상품으로 관광객에게 팔리고 있는 곳이다. 이렇게 하멜른의 이미지는 온통 피리부는 사나이와 쥐들이 전부인 듯 싶지만 하멜른의 구시가는 장식적인 비자 르네상스 양식의 많은 아름다운 건물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명성이 높다.

■ 중세의 향기, 비자 르네상스 양식 ‘눈길’

앞서 언급한대로 피리부는 사나이는 하멜른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도시로 만들었지만 사실 하멜른이라는 작은 도시가 이룩한 부는 비자강(Weser River)을 따라 행해진 무역에서 비롯됐다. 비자강의 무역 중심지로서 하멜른의 지형학적인 위치가 도시의 부를 일구어 낸 원동력이 된 것이다.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한 상인들은 부유함의 상징으로서 아름답고 정교한 장식의 집들을 짓기 시작했고 그 결과 하멜른은 비자 르네상스 건축의 보석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석조 치장과 벽에서 불쑥 튀어 나온 퇴창, 기둥의 상층부에 소용돌이와 괴물의 형상 등 각종 마스크, 방패꼴의 문장 장식을 한 화려한 삼각형의 지붕은 비자 르네상스 건축 스타일의 특징이다. 1602년에서 1603년 사이에 지어진 피리부는 사나이의 집, 1607년에 지어진 댐터 하우스(Demter House), 1589년에 지어진 라이스트 하우스(Leist House, 뮤지엄)이 그 대표적 예들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집은 화려한 파사드 장식이 아름답다. 건물 전면 전체는 후기 비자 르네상스 양식을 반영하는 수많은 작은 사이즈의 장식적인 형상으로 뒤덮여 있는데 이렇듯 컬러풀하고 역사적인 건물들 때문에 구시가 전체는 야외 뮤지엄과 닮아 있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집은 현재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가늘게 썬 돼지고기를 쥐꼬리 모양으로 만든 요리가 유명하다고 한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집 옆 뷰겔로자인 거리(Bungelosenstrasse)는 전설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진 거리이다.

타원형의 구시가에는 이같이 모든 중요한 관광 포인트가 몰려 있다. 1969년에서 1993년 사이 대대적으로 재건축되고 복원된 아름다운 구시가지는 필요하다면 한 시간이면 돌아 볼 수도 있다. 조금 더 시간을 들여 16세기에서 18세기 사이 사암과 목조로 지어진 건물들의 시각적 아름다운을 찬찬히 둘러 보며 중세의 향기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날씨가 쾌청하다면 비자강에서 1시간 동안의 크루즈를 즐기는 것도 좋다.

독일 하멜른 글·사진=박준 객원기자tibetian@freechal.com
취재협조=독일 관광청 www.germany-tourism.de
루프트한자독일항공 02-342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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