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그를 ‘희망봉’이라 부른다!

“테이블마운틴이 좋으세요, 희망봉이 좋으세요?”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가이드가 묻는다. 둘 다 자웅을 겨루는 케이프타운의 관광명소이고 동시에 남아프리카의 상징적 장소 중 하나이다보니 선뜻 대답하기가 어렵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못지않은 고민스런 질문임에 틀림없지만 잠시 동안의 주저 끝에 희망봉을 선택했다. 희망봉이 갖는 세계사적 가치에 더 점수를 둔 셈이다. 그렇다고 서양 중심의, 강자 중심의 세계관에 절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 케이프타운 여행의 하이라이트

희망봉은 1488년 포르투갈의 항해가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holomeu Deaz)가 최초로 발견하고 ‘폭풍의 곶’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후 1497년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이곳을 통과해 인도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 것을 계기로 ‘희망봉(Cape of Good Hope)’이라는 현재의 명칭으로 개칭되었다. 희망봉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지식이다.

희망봉 발견이나 항로개척이 당시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변화를 주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는 알지 못하더라도 희망봉은 세계적으로 친숙한 단어임에 틀림없다.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으며, 세계인의 여행욕구를 자극하는 여행목적지로 우뚝 솟아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제독들이 디아스보다 60년 먼저 희망봉을 항해했으며, 쿡 선장보다 300년 먼저 호주를 탐사했고, 콜럼버스보다 70여년 앞서 아메리카 대륙을 탐사했다’는 주장<1421 :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개빈 멘지스 저)>이 제기되었을 정도로 유럽 근대역사의 ‘지리상 발견’이라는 독점포획물의 위치도 이곳저곳에서 큰 도전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의 제독이 먼저 발견했든 디아스가 최초로 발을 디뎠든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점은 ‘희망봉’이라는 그 이름을 얻은 뒤로 현재의 역사적 가치를 지니게 됐다는 점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내게로 와서 꽃이 된 것’처럼 말이다.

대서양과 인도양의 경계가 되고 아프리카 대륙의 최남단 지점은 희망봉에서 남동쪽으로 160km 가량 더 내려간 ‘케이프 아굴하스(Cape Agulhas)’인데도 희망봉을 그 지점으로 알고 있거나, 그 지점이길 바라는 양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것도 이미 고착된 희망봉의 역사적 의미에 지리적 가치를 더 보태고 싶어 하는 심리의 발현일수도 있다.

■ 그 자체로도 희망이 된다

아무튼 희망봉은 역사적 사실과 함께 할 때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실제 가 보면 알 수 있겠지만 그 자체만 두고 봤을 때는 바닷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바다를 향해 불쑥 튀어 나온 평범한 곶에 지나지 않는다. ‘Cape of Good Hope : The most south-western point of the African Continent’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으니 망정이지 그거라도 없다면 기껏해야 높이 30~40m 정도인 바위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이 이곳을 찾고 푯말 앞에서 갖가지 포즈를 취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곳을 희망봉이라고 불러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역사적 사실을 빼면 희망봉이 ‘시체’에 불과한 것은 아니다. 사실 주변 경치도 훌륭하고 산책이나 트레킹, 휴식장소로도 부족함이 없다. 이곳 일대는 지난 1938년부터 자연보호지구로 지정됐으며 1998년부터는 케이프반도 국립공원으로서 보호받고 있다. 7750ha에 이르는 공원 내에는 하이킹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여행객들이 활기를 더하며, 1100여 종류에 이르는 식물과 250여 종류의 새, 수많은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해안길이도 40km에 이르며 수면에서 최고 200m의 높이로 솟아올라 있는 케이프포인트(Cape Point), 케이프 맥클리어(Cape Maclear), 희망봉 등의 절벽이 아찔하면서도 호쾌한 풍광을 선사한다.

특히 희망봉의 전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케이프 포인트는 지중해 등대를 연상시키는 전망대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어 여행객들이 빼놓지 않고 오른다. 희망봉에서 산책로를 통해 걸어서 등반할 수도 있고 전망대 입구에서 정상까지 운항하는 퓨니쿨러(Funicular)를 타고서 쉽게 오르내릴 수도 있다.

정상에 오르면 사방 360도로 바다와 공원과 하늘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장관이 파노라마 영상처럼 펼쳐진다. 호쾌하고 시원하다. 아래로는 희망봉의 전경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눈을 돌리면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고 헤어지는 ‘경계의 바다’가 아득하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는 흐려질 대로 흐려지고 무너져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부터 하늘인지 분간할 수 없는 몽롱한 풍광을 선사한다. 전망대 중앙에는 하얀 등대와 함께 남극과 리오데자네이루, 베이징, 뉴델리, 암스테르담, 뉴욕 등 세계 주요 도시의 방향과 거리를 표시한 푯말이 세워져 있는데, 그 옛날 유럽과 아시아를 오갔던 많은 선박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던 희망봉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공 케이프타운 글·사진
=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남아프리카항공사 02-775-4697,
남아프리카관광청 www.southafrica.net


★ ‘무지개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영국 등 강대국의 지배를 받다가 지난 1961년 영국연방에서 탈퇴해 공화국을 세웠다. 서쪽으로는 대서양, 동쪽으로는 인도양이 펼쳐지며 모잠비크, 짐바브웨, 나미비아 등과 인접해 있다. 면적은 121만㎢로 한국의 12배에 달하며, 인구는 약 4400만명이다.

1992년 인종차별 정책이 폐지되고 1994년 인권대통령 넬슨 만델라의 취임으로 민주주의 역사를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남아공 민주주의 개시 10주년이 되는 해여서 사회 전반적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최근에는 2010년 올림픽축구대회 개최지로 선정돼 온통 축제 분위기에 싸여있기도 하다. 관광산업의 경우에도 ‘South Africa : A 10/10 Destination’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탄생시키고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무지개의 나라’라고 표현될 정도로 인종과 언어, 문화, 역사에서 다양성을 보이고 있어 남아프리카에서 세계를 만날 수 있다고도 강조한다.

기후는 한국과 정반대로 4월부터 8월까지는 가을과 겨울이며, 9월부터 3월까지가 봄과 여름이다. 시차는 한국보다 7시간 늦으며 화폐단위는 랜드(Rand, 1랜드=약 170원)다. 한국에서는 홍콩을 거쳐 요하네스버그로 향하는 게 일반적인 방법이다. 남아프리카항공사는 홍콩-요하네스버그 구간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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