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의 유럽, 그 향기에 취해

-아프리카의 유럽이라 불리는 케이프타운
-남아공의 ‘관광수도’로서도 손색이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시들 중 가장 친숙한 곳은 역시 요하네스버그(Johan nesburg)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조하네스버그’라고 부르기도 하고 이도 귀찮아서인지 아예 ‘조벅’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 것도 친숙함의 결과물일게다. 그래서인지 으레 남아공의 수도도 요하네스버그이겠거니 단정 짓는 경향이 있지만 잘못된 추정이다. 요하네스버그는 세계적인 금 생산량을 바탕으로 일궈진 경제상업의 중심도시일 뿐 행정적 의미의 수도는 아니다. 남아공의 수도는 행정, 사법, 입법의 3개로 구분돼 있다. 행정수도는 프레토리아(Pretoria), 사법수도는 블룸폰테인(Bloemfontein), 입법수도는 케이프타운(Cape Town)이다. 이와는 별도로 요하네스버그를 남아공의 ‘경제수도’로 본다면 입법수도인 케이프타운에는 ‘관광수도’라는 타이틀을 추가해야 공정하다.

케이프타운은 여러모로 남아공의 관광수도로서의 자질을 갖췄다. 무엇보다 아프리카의 이미지를 단숨에 뒤엎어버리고도 남을 강한 유럽풍의 분위기가 여행객들을 압도한다. ‘아프리카의 유럽’이라고 불릴 정도다. 또 공식 언어만 11개에 이를 정도의 다양성이 남아공 앞에 ‘무지개의 나라’라는 수식어를 안겨 주었듯이 케이프타운 또한 일곱 빛깔 보다 더 넓은 매력의 스펙트럼이 넓기에 ‘관광수도’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 테이블의 진수성찬, 테이블마운틴

케이프타운 스펙트럼의 첫 번째 층은 단연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이다. 데블스 피크, 라이언스 헤드, 시그널스 힐과 함께 케이프타운을 감싸고 있는데 그중 가장 높고 으뜸이어서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관념에서 대놓고 산이라고 하기에는 좀 뭣하다. ‘우뚝 솟아있다’거나 ‘하늘을 찌를 듯 하다’는 등의 표현은 절대 어울리지 않는 묘한 산이다. 허리 윗부분이 싹둑 잘려 나간 듯해 뾰족해야 할 산 정상은 너르기만 하다.

그 모양이 마치 테이블 같다 해서 이름도 테이블마운틴이란다. 그렇다고 산악미마저 잘려나간 것은 아니다. 높이도 1087m로 제법 ‘고봉’ 축에 들고 정상에서는 자연과 도시, 바다와 육지, 하늘과 땅이 어우러진 케이프타운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산 중턱까지 자동차로 오른 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를 수 있는데 케이블카는 정상에 이르는 5분 이내의 시간 동안 360도로 회전하면서 승객들에게 파노라마 영상을 선사한다. 아찔하면서도 잔잔하다. 평평한 정상은 온통 바위로 이뤄져 있는데 밖에서 봤을 때보다 넓은 면적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풍광에 다시 한 번 감탄한다.

산책로를 따라서 정상고원을 탐방하다보면 항구도시 케이프타운의 위용을 간직한 테이블베이와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저 멀리 바다 한 가운데에는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18년 동안이나 수감됐던 로빈아일랜드(Robben Island)가 가마아득하다.

또 다른 쪽으로 돌려보면 테이블 마운틴에서 이어진 고봉준령들의 어깨를 새하얀 구름들이 마치 폭포수처럼 흐물흐물 흘러내리는 비경과 맞닥뜨린다. 시선을 발밑으로 돌리면 절벽이 바짝 날을 세운 칼날보다 아찔하다. 작달막한 잡목과 덤불이 자라고 있는데 가끔 그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뚱뚱한 다람쥐 같은 ‘다찌’라는 동물도 앙증맞다. 넉넉잡고 1시간이면 되겠지 했다가는 약속시각에 늦고 말 정도로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한다. 한마디로 남아공 관광수도의 상징물답게 전후좌우, 상하원근 전방위 시선 돌리는 곳마다 켜켜이 쌓인 매력을 발산한다.

■ 신발 맡기고 마시는 12도 맥주

테이블마운틴은 시내 대부분의 곳에서 볼 수 있지만 가장 낭만적인 포인트는 역시 워터프론트(Water Front)이다. 이곳은 바닷가에 마련된 대규모 쇼핑위락단지로 각종 쇼핑시설은 물론 레스토랑과 위락시설들이 밀집해 있어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한가로이 떠 있는 요트와 갈매기들은 광장에서 울리는 흥겨운 아프리칸 공연음악소리에 하늘거리고, 사람들은 한 없이 느긋하고 한가롭게 맥주를 들이킨다. 그 뒤로 테이블마운틴이 그 명칭의 유래를 직접 보여주려고 하는 듯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허니문여행지로도 제격이지 싶다.

이색적인 레스토랑과 바들도 부지기수인데 그 중 ‘Den Anker’라는 벨기에 레스토랑은 ‘추천 이색 맛집’이다. 알콜도수 12도인 소주 같은 맥주를 맛볼 수는 있을 뿐만 아니라 8도인 ‘콱(Kwak)’이라는 맥주를 마실 때는 왼쪽 신발을 가게에 맡기고 마시는 등의 이색문화를 체험해볼 수 있기 때문. 비싼 맥주잔에 술이 제공되었기 때문에 도난방지를 위해 신발을 맡긴 데서 이 전통이 유래했다고 한다. 유쾌한 경험이자 못 잊을 추억이 된다.

■ 케이프반도 일주, 여기가 낙원

케이프타운은 드라이브의 낙원이다. 케이프타운 시내에서 출발해 케이프반도 해안도로를 일주하는 ‘가든루트(Garden Route)’라는 드라이브 코스가 있을 정도. 국제사이클링대회 등도 빈번하게 개최된다. 드라이브 코스는 시내지역에서 시작해 케이프반도를 일주하게 된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그랬을까 싶지만은 과거 백인통치 기간동안에는 흑인들의 출입을 금지했다는 클립프턴 비치(Clipton Beach)를 비롯해 케이프타운의 가장 비싼 지역이라는 ‘캠프스 베이(Camps Bay)’ 등 수많은 해변과 식물원과 와이너리 등의 관광명소들을 거친다. 또 희망봉을 오르고 물개와 펭귄을 만나고, 카이 패러글라이딩과 같은 이색 해상 스포츠와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 차창 너머로만 감상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절경들이 너무 많아 중간 중간 차를 세워달라고 아우성이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된다.

하우트 베이(Hout Bay)에서는 아예 차에서 내려 배를 타고 5000마리의 물개들을 만나러 간다. 약 15분 가량 배를 타고 가면 3000~5000마리의 물개들이 집단 서식하고 있는 바위섬이 나오는데 거친 파도 속에서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 먼 바다로 나가면 고래들과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지 전용선박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 등과 함께 한국어로도 안내방송이 나온다.

케이프반도의 최하단인 희망봉을 기점으로 방향을 다시 위로 돌리면 볼더스 비치(Boulders Beach)가 있는데 이곳은 약 3000마리의 자카드 펭귄들의 보금자리다. 아프리카와 펭귄은 언뜻 어울리지 않지만 한 낮에는 그늘이나 굴속에서 더위를 피하고 가끔 바닷물에 뛰어드는 녀석들의 몸짓이 앙증맞기만 하다. 1982년에 4마리의 펭귄이 우연히 이곳에 떠내려 온 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이곳저곳에서 정성스레 알을 품고 있는 녀석들을 보면 기하급수적 인구증가도 이해가 되지만 그보다는 펭귄 보호에 대한 현지인들의 지극정성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남아프리카항공사 02-775-4697,
남아프리카관광청 www.southafric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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