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해 kyonghae@commkorea.com
커뮤니케이션즈 코리아 대표

요즘 ‘CEO형 총리’라는 말이 자주 신문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기업을 움직이는 최고경영자 즉 CEO (Chief Executive Officer). 누구나 한번 올라보고 싶어 하는 자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 자리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힘든 과정을 겪고 그 과정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사람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이다. 국가도 이제 원활한 국가경영을 위해 CEO가 필요하고 그의 폭넓은 경륜이 국가의 방향을 바로 잡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CEO형 총리가 거론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누가 가장 적합한 CEO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검토가 있어야 겠다.

필자가 만난 탁월한 CEO 한 사람과 그의 혁혁한 업적을 소개하고자 한다. 2000년 초 한국에 부임한 제일은행의 행장 윌프레드 호리에씨는 뉴브리지 캐피탈(New Bridge Capital)이 51% 투자한 제일 은행의 초대 외국인 행장이 되었다. 그의 취임 후 제일은행은 언론의 비판적인 기사에 시달리고 있었다. 호리에 행장의 취임 초기에 한 외국인 컨설턴트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롯데호텔 커피숍에서 차 한잔 하자’고 해서 나가보니 뜻밖에도 그 자리에는 호리에 행장도 함께 나와 있었다. 그 자리에서 호리에 행장은 행장으로서의 계획과 앞으로 역점을 두고 진행할 사업, 그리고 몇몇 언론들이 외국자본에 대해 비우호적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면서 제일은행을 위한 PR전략수립을 부탁했다. 그 후 계약이 급속히 진행되어 호리에 행장옆에서 호리에 행장을 도와주게 되었다.

두 번째 만남은 호리에 행장의 사무실에서 이루어졌으며, 배석자 없이 단둘이 만나게 되었다. 그는 만나자 마자 제일은행 달력이 걸려있는 곳으로 필자를 안내했다. 일반적으로 달력에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을 사용하는데 놀랍게도 제일은행의 달력에는 초등학생들이 그린 것 같은 그림이 실려 있었다.

호리에 행장은 “김 사장, 내가 부임 초기에 한국에서 은행용 달력을 제작하는 일반 관례에 대해 들어보니, 달력 제작을 위해 유명화가들에게 비싼 돈을 주고서 그림을 그리게 해서 그 그림을 구입한다고 들었소. 게다가 그 그림들을 정부 같은 곳에 선물한다는 얘기를 듣고는 잘못된 관행이라고 생각했소. 그래서 어느 날 직원들의 자녀들 중 그림에 재주가 있는 아이들을 모아서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 중 전문가가 심사해서 뽑은 12개의 그림으로 이렇게 달력을 만든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놀라운 일이었다. 호리에 행장은 화가에게 지불해야 할 많은 돈을 절약했을 뿐 아니라 정부 등에게 그림을 일종의 뇌물로 바치는 부패의 고리를 차단했고, 또 직원들의 자녀들이 그린 그림을 은행의 달력에 실음으로써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였다.

그 조치들은 돈으로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고차원적인 사원 커뮤니케이션(Employee Communication)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우리 PR인들도 쉽게 생각하지 못한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기법이었다.
호리에 행장과 관련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는 2001년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 때였다. 이 마라톤 대회에 단체로 참가한 제일은행 직원들은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를 한편의 감동적인 드라마에 비유했다. 제일 은행이 많은 문제를 안고 외국에 팔렸기 때문에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와중에 한가롭고 사치스럽게 18명이나 해외 마라톤 대회에 참가시킨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호리에 행장은 과감하게 참여를 결정했다. 그리고 호놀룰루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직원들의 후원자 역할을 했다. 그는 대회 중에는 주로 32km지점에서 오렌지를 썰면서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호리에 행장은 연봉 34억원의 사나이였다. 연봉 34억원은 물론 큰 액수이다. 그러나 그가 CEO로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은행의 이미지를 개선한 것을 돈으로 평가한다면 34억원보다 훨씬 큰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리에. 그는 직원들을 감동시켜 사내 문제를 해결한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최고 전문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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