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master@webtour.comr
내일여행 대표


“여행사는 봉이야”

인기 있는 개그맨이라면 전국민이 공통으로 웃을 수 있는 유행어를 하나쯤은 만들어야 대접받는 시대가 있었다. 그 때 그 시절 요즈음까지 인기 있는 최양락씨가 “나는 봉이야”라는 유행어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최고의 시사 풍자 코미디물이 있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요즈음 배꼽 잡으며 웃었던 이 코너의 중심에 우리 여행업이 있지는 않은지 반문 해보게 된다. 먼저, 여행사가 봉이 될 수 밖에 없는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여행의 중대한 하자로 인하여 해지된 경우 귀환 운송 시 추가비용 전부를 여행사가 부담토록” 민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부담하는 비용범위와 여행자의 고의적인 계약해지로 인한 악용 방지의 어려움에 있어 한국일반여행업협회(KATA)는 관련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법무부에 제출했다고 한다.
물론 수천번 박수 받고도 모자라는 마땅한 이의제기다. 더 나아가 기존의 표준약관 제14조(손해배상) 2항의 “여행업자는 항공기, 기차, 선박 등 교통기관의 연·발착 또는 교통체증 등으로 인해 여행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단, 여행업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입증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합니다”라는 조항도 단연히 수정될 수 있도록 우리 업계의 힘을 한곳으로 모아 주어야한다.

도대체 어떻게 과실 없음을 입증하란 말인가? 관련 교통수단이 파업 할 때 여행사에 사전 통지라도 한단 말인가? 교통체증이 사전에 예고하고 발생하는가? 연간 수 백건씩 발생하는 자동차 급발진 사건의 처리 경우를 살펴보면 관련 사고 발생시 소비자가 자동차 급발진이라는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면 자동차 회사에게는 면책이 주어진다. 자동차 사고는 소비자지만 교통수단 연발착 사고는 여행사가 관련 혐의 사실을 입증해야한다.

두 업종간의 힘의 균형 차이가 만인에게 평등한 법률 조항에서까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은 우리가 “봉”이기 때문은 아닐까? 사회 통념에 따른 도적적인 책임은 당연히 여행사가 지겠지만 관련 교통수단의 연 발착과 교통체증에 대한 손해배상에서는 고객의 안전과 서비스 유지이외의 부분에서 여행사의 책임은 당연히 언급되지 말아야한다.

여행사가 봉인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 정부에서는 기업이 투명한 매출자료를 유지하고 이를 기초로 더욱 많은 세금을 거두기 위해 전국민을 상대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솔직히 이로 인해 요즈음 대부분의 고객은 카드로 여행 경비를 결재하고 있다. 높은 도덕적 사고를 요구하는 세무행정에 여행사도 참여해 투명한 세원 확보에 협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며 적극 환영할만한 조치이다.

그러나 카드수수료에 대한 여행사의 불이익을 들여다보면 일순간 심장이 멈출 만큼 시체말로 열불(?)나게 한다. 소비자가 여행경비를 카드로 결재하면 여행사는 결재금액의 3.5~4%를 신용카드회사에 수수료를 지불해야한다. 카드사에서 밝히는 평균수수료 2.25%와 비교해도 이 너무 억울하기 짝이 없다.

여행 상품의 비용은 크게 항공료와 지상비 그리고 여행사 알선수수료로 나누어지게 된다. 소비자는 이것을 묶어서 한번에 결재하게 되며 카드사는 자신들의 경상비와 영업 이익 그리고 결손처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요율의 수수료를 기업에 부가한다. 그런데 동일한 소비자가 결재한 카드금액에 대해 항공사에서 결재하면 1%대의 수수료를 부가하고 여행사에게는 3.4~4%의 수수료를 부가한다. 동일한 소비자가 동일한 상품을 결재한 것이 나누어서 결재되는 순간 수수료가 다르다는 것이 이상한 것은 아닌가? 동일한 소비자인데 여행사에 결재하면 결손처리 비용이 증가하는가?

여행사들의 카드결재 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단위 여행사별 매출이 작다면 국가나 신용카드사에서 여행사 전체를 위한 공동 결재 창구를 만들 줄 수는 없는가? 이런 것이 관광진흥자금 지원보다 좀더 절박한 여행사 지원 정책은 아닐까?

솔직히 여행사의 판매 마진이 패키지사들의 경우 요즘 연평균 6% 내외라고 한다. 이 가운데 4%면 전체 수익의 60~70%를 차지하게 되는데 차 떼고 포 떼고 장기 두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문화사업자로서 대접받는 시대가 올 수 없다면 가뜩이나 영세한 여행사들에게 최소한 불이익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워낙 짧은 지면이라 여행사가 봉인 이유를 일일이 열거하지 못해 아쉽지만 우리 여행인들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힘을 모아 다른 업종처럼 집단의 이익을 취하지는 못하더라도 내 밥그릇까지 깰 수야 있겠는가. 여행사는 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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