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 두학기 동안 ‘현대사회와 여가’라는 과목을 강의한 적이 있다.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꼬박 50~60명 정도의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하는데 그 이유를 들어보면 학점이 잘 나올 것 같아서라거나 뭔가 재미있는 것을 가르쳐 줄것 같아서 등 해괴한 소리들을 하는 것 아닌가. 아마 무슨 레크레이션 강습쯤으로 이해한 듯 싶었다.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이 강의는 고참 교수들이 기피하는 과목으로 신출내기 교수나 외부강사가 진행하는 정도의 대접을 받는 과목이기는 했다. 관광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라면 골치가 아플 과목이 바로 여가학이다. 철학과 사회학, 심리학에 대한 사전적 이해가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솔직히 교수도 긴지 민지 모를 듯한 소리를 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교양과목을 그렇게 진행할 수도 없고 해서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도 사보고 이런 저런 고민도 많았던 것이 그 즈음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강의를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스물네 시간중의 여덟 시간이 여가시간인데 여기에 주40시간근무제 도입으로 휴가는 사회적으로 크게 늘어났다. 더구나 점차 빨라지는 조기 퇴직화 풍토와 싫어도 늘어나는 평균수명 사이에 끼인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있음을 새삼 실체로 느끼게 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엔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을 못하고 있는 청년실업자군 등이 합세하면 우리 사회엔 이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의건 타의건 일자리가 없는 이른바 강제된 여가 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소속감이 희박해지면서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감이 오게 된다는 여러 연구결과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에겐 아직 그런 통계가 있다고 들어보지 못했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퇴직직후 남성 자살률은 다른 계층에 비해 4배나 많다는 집계가 있다. 뭐 그렇게까지 숫자를 통하지 않더라도 정년단축이 돼서 집안의 걱정거리(?)가 되는 일은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정년 단축된 교사, IMF때 실직한 사람, 최근 경제난에 손놔버린 자영업자등 한사람만 건너도 만날 수 있는 게 요즘 실정이다. 이렇게 볼 때 규모와 심각성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일은 개인적 차원을 떠나 사회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인식과 대응은 턱없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 많은 사람들이 소위 강제된 여가에 처해져 있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 것일까. 꼭 이들만이 아니라도 우리 사회엔 너무나 경쟁적이고 불필요할 정도의 긴장에 노출된 사람들이 많다고 보여진다.

이러다 보니 거창하게 개혁피로증을 말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 아닌가. 너무 추상적 질문이기는 하지만 요즘 누구를 잡고 물어도 왜 사느냐라는 말에 시원하거나 현명한 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사회가 되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 본다. 적어도 우리 국민들이 삶의 궁극적 지향이 행복이란 것을 이해하고 행복에 이르는 길이 여가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인식과 그것을 올바르고 건강하게 대하고 활용하는 여러 가지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줘야 된다고 믿는다. 그러한 방법이 여가교육을 초등학교부터 평생교육으로까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으로 이는 매우 시급한 국가 아젠더라고 본다.

관광은 그러한 목표에 이르게 하는 유효한 방법이고 수단이다. 관광이 이 시대에 새로운 역할과 기능으로 주목받아야할 이유가 또 여기에 있다. 그러나 관광 쪽에는 아직까지 너무나 준비가 부족하다. 이러다가는 여기 저기에 여가, 관광의 앞마당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 내주게 생겼다. 벌써 듣는 사람에 따라 이 말이 사실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거다. 최근에 개인적으로 이와 같은 일로 뼈아픈 일을 겪었다. 여기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앞으로는 더 크게 후회 할일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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