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jslee@naeiltour.co.kr
내일여행 대표이사

소비자들이 여행상품을 비교검색 한 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그 밥에 그 나물’이란 표현이다. 수 백개 여행사들의 상품에 차별화가 없다는 의미이다. 대부분의 여행사들은 저마다 자기 상품의 특별함을 자랑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노 팁-노 옵션, 특식 제공, 00항공사 이용 같은 1차원적인 서비스 차별화 정도이다.

이렇게 상품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여행사들은 저가 정책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월요일자 신문 광고를 통해 모집된 참가자들이 화요일자 신문의 더욱 저렴한 경쟁사의 동일 상품으로 대거 이동하는 사례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여행사들은 덤핑 위주의 가격 정책으로 생존의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나아가 그동안 많은 패키지 여행사들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여행업이 지적 재산권의 보호를 받고 있지 못한 사실에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본다. 전문 여행사들이 ‘괜찮은’ 상품을 개발하면 대형 패키지 업체나 경쟁사들이 다음날 복제해 가격만 낮추어 시장에 출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싼 것만 찾는 소비자를 탓할 수도 없다. 상품의 뚜껑을 열어 살펴보면 내용물들이 모두 다 비슷비슷한데 굳이 비싼 상품을 선택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런 모순 속에서 비용을 들여 상품을 개발하는 업체만 바보가 돼 버리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현재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받아 들여지고 있는 지적 재산권은 여행업에서는 상표권정도이다. 소위 브랜드가 잘 알려진 1군 업체만이 덜 알려진 2군 여행사와 비교해 상표권을 인정받아 약간 비싼 가격으로 상품을 시장에 출시할 수 있다. 2군 여행사에서 좋은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면 1군 여행사들이 동일 상품을 출시하고, 1군 여행사들이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면 2군 여행사들은 가격만 낮추어 시장에 곧바로 출시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지적 재산권의 한 분야인 비즈니스 모델로 해결해보는 것은 어떨까 제안해본다. 현재 이와 비슷한 제도로 업계에서 시행하고 있는 ‘우수상품인증제’로는 업체별 지적 재산권을 보호해줄 장치가 없다. 우수상품으로 인증된 상품 또한 그렇지 않은 상품과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그 제도가 업계 내부나 시장에 잘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정부나 협회에서 비즈니스 모델로 인정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만들고 이 범주 안에 들어가는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면 적어도 향후 몇 년 정도는 독점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그렇다면 굳이 적은 수익 깎아가며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도 하는 저가 상품을 시중에 내놓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조차도 여행업에 접목시키면 새로 개발된 여행 상품은 지적재산권을 보호 받을 수 없고 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들(Internet Reservation solution Program, 업체 혹은 고객과의 통신망 구축 시스템 등)은 법에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정작 중요한 상품 자체로는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존 산업사회의 지적 재산권에서도 여행업은 상품을 유통시키거나 표현하는 방법(저작권, 상표권 등)에만 지적 재산권이 존재하고 상품 자체에는 보호 장치가 없다.

이제 여행업도 당당히 산업으로 인정받으며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시대이다. 외향적으로는 이 여행업이 좀도 성숙한 모습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내부적으로는 우리 여행업 종사자들이 직업의 세계에서 소수자가 아닌 다수자로서 조금 더 당당하게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제도적 법적 장치를 이제부터라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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