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관광계의 지인과 이번 호 칼럼주제에 대해 논의하는데 불쑥 관광공사에 대해 한번 써보지 않겠냐고 물어왔다.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망설인 끝에 한번 써보겠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내 후회를 하게 됐다. 그 분의 뉘앙스는 이번 국감에서 공사가 여러모로 수난(?)을 겪기도 하는 등 뉴스에 많이 나왔는데 관광쪽에서도 한번 입장을 정리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것이었지만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올해로 창립 42주년을 맞은 공사는 그 역사와 규모만큼이나 다면적인 모습과 평가가 있을 수 있고, 그만큼 현실적인 비중과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점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사를 빼고 한국관광의 미래를 얘기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이쯤에서 공사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기는 하다. 특히 일반에 있어 국감을 통해 언론에 오르내릴 때마다 관광업계에서 도통 남의 집 일 같지 않다는 얘기들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3자적 입자에서 볼 때 업계가 공사를 보는 시각은 불만과 기대가 크게 엇갈린다. 정부의 돈으로 별일 없이 편히 지내고 막상 업무에 있어서는 공무원들보다 더 관료적이라고 비판하다가도, 막상 업계가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이런 일은 공사가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관광공사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행정조직상으로 볼 때 한국관광공사는 문화관광부 관광국의 정책사업 대행기구라는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공사 사장이 장관급의 예우를 받고 있고 공사의 대주주가 재경부와 산업은행이며, 경영평가는 정부투자기관관리법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들을 살펴보면 앞의 성격규정이 퍽이나 애매해진다. 창립이후 수십 년간 한국관광의 대표로서 보문, 중문 등 관광단지 개발을 이끌고 국제관광홍보와 교육 등 최일선에서 공사가 해온 역할은 매우 컸었다.

그러나 이러한 역할과 위상은 크게 바뀌는 계기가 벌써 있었다. 대표적인 것 중의 첫째는 80년대 중반이후 대학의 증설 바람이었고, 둘째, 90년대 초반 지방자치제의 본격실시이며, 셋째는 1997년 말 외환위기였고, 넷째는 역시 그 이후에 확산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풍토이다. 이후로 공사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이미 160여개 대학에서 관광 관련학과가 개설되어 있고,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익성과 지역발전 등을 기치로 대규모 관광개발을 점차 확대하고 있으며, 해외의 관광객들을 직접 유치할 역량과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민간 관광업계의 경우도 이미 해외시장개척에 직접 나선지 오래다. 또한 아직 신뢰를 충분히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사업자 단체들도 공사의 고유영역으로 인식돼 왔던 여러 사업이나 현재 추진 중인 일부사업의 정당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조만간 직접 행동에 나서겠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물론 이런 주변의 환경에 대해서 공사도 나름의 노력은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 연초부터 이뤄져 온 가히 혁명적이라 할 인사이동과 최근 소개되고 있는 내발적 워크샵 등이 그것일 게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사가 주변의 의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은 것 같지는 않다. 최근 공사로서는 아주 중요한 경영개선 기회를 잡았다는 얘기가 있다. 추가적인 외국인 카지노 운영에 대한 독점권을 받은 것이다. 경위야 어쨌든 매년 어렵게 수백억 원씩 관광예산이나 기금을 받아야 했던 공사 입장에서는 크게 반색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계기로 조속한 시일 내에 이번 국감에서 지적된 일부 부패사건, 카지노 운영능력 의심, 대북관광협력 전략실행, PGA 유치에서 나타난 시스템상의 문제점, 23개 해외지사 등에 대한 구조조정 방향 등에 대해 관광계에 답을 주었으면 좋겠다. 국감 중 야당 모 의원이 공사 고위 간부들에게 한 짓과 복마전이라고 했던 것에 대해 관광인의 한 식구로 화가 나기도 하지만 시원했다고 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상태 stkim@ketpi.re.kr
한국관광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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