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톡’ 쏘는 유황향 가득한 ‘탕 없는’ 온천

단풍과 순백색빛 눈이 어우러진 묘한 풍경이 산 정상까지 계속 이어지더니 내려가는 중간턱쯤에서 수상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뭔가 심상치않은 느낌. 아니나다를까 점점 연기와 가까워질수록 톡 쏘는 유황 냄새가 콧속을 파고든다.

-지열과 유황 가스 증기욕으로 탕치 치료
-깔개·이불등 짐꾸러미 든 탕치객 줄이어

온천 왕국 이라 불릴 정도로 전국 곳곳에 크고 작은 각종 온천들이 즐비한 일본이지만 아키타현에 걸쳐 있는 하치만다이 온천지는 정말 독특하다. 특히 하치만다이 야케야마 산기슭에 위치한 다마가와 온천은 일반적인 온천지에 대한 상식을 뛰어넘는다.

대부분 온천이라고 하면 수온 40도를 웃도는 따끈한 탕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다마가와 온천은 좀 다르다. 이 곳은 온천을 즐기려는 이들보다는 치료를 목적으로 온 탕치객들이 주를 이룬다. 다마가와 온천지 주변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이같은 탕치객들이다.

온천 치료를 탕 속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열과 주변을 가득 메운 유황 가스속에서 증기욕을 한다. 이들 탕치객들은 온천을 찾는 여느 관광객들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간단한 옷차림에 바닥 깔개나 이불 등을 둘둘 말은 짐꾸러미를 들고 있다면 열이면 열 모두 탕치객들이다.

일단 자리를 잡으면 머릿수건을 싸매고 이불을 푹 뒤집어 쓴채 누워 꼼짝을 하지 않는다. 얼핏 보기에 마치 피난길에 나선 사람들 같아 보여 이 곳이 무슨 온천장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에 탕치 효과가 뛰어난 탓에 다마가와 온천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1년 365일 내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탕치가 아니더라도 관광객들에게 이 곳은 한번쯤 들러볼만한 명소임엔 틀림없다. TV에서 본 듯한 풍경을 직접 눈 앞에 맞닥뜨린 감회가 남다르다. 더군다나 산등성이 여기저기 흩어진 작은 분화구마다 쉴새 없이 유황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진귀한 풍경이다. 각각의 작은 분화구마다 마치 화산이 분출하듯 새하얀 유황 가스가 끊이지 않고 새어 나온다.
일본이 살아 숨쉬는 화산섬이라 하더니 그 말이 절로 실감난다.

물론 이 곳의 원천에서도 다른 온천지들과 마찬가지로 섭씨 90°를 웃도는 강산성 유황 온천수를 매분 9,000리터씩 쏟아낸다. 한 곳에서 뿜어내는 용출량만 따져도 일본 제일을 자랑한다. 유황 성분이 어찌나 진한지 온천수가 흐르는 주변이 온통 노랗게 부식될 정도. 펄펄 끓는 온천수에서 풍겨져나오는 달걀 썩는 듯한 유황 내음이 사정 없이 코 끝을 괴롭힌다.

다마가와 온천 외에도 아키타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온천장이 가득한 온천의 보고이다.
다자와호 고원 깊숙한 곳에 자리한 유도 온천지역은 자연의 비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조용하고 한적한 온천장이 7곳이나 모여 있다. 단아한 느낌을 주는 온천 여관마다 실내 온천탕외에 노천탕을 별도로 마련해 놓고 있으며, 노천탕 경우 남, 녀 혼탕인 곳이 많다. 주변 자연을 해치지 않고 소박하게 꾸며 놓은 노천탕은 그 자체로도 매력 만점이지만 혹여나 눈이라도 내린다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 여름 밤하늘 밝히는 ‘간토 마쯔리’

축제가 많은 일본, 동북지방 3대 축제 중 하나인 아키타 간토 마쯔리는 국가중요무형민속문화제이기도 하다. 매년 약 230 자루의 간토가 아키타 여름 밤하늘을 장식한다. 간토는 구형의 등불들을 기다란 막대에 이어 엮은 것으로 어떤 것은 무게가 50km이나 나갈 정도로 무척 무겁다. 이 간토를 젊은이들이 어깨나 이마, 손바닥 등에 올려놓고 행진하게 된다.

간토에 불을 밝히면 축제는 최고조에 달한다. 거리를 가득 메운 간토들이 흔들흔들거리는 모습이 마치 황금 벼이삭들이 출렁거리는 듯 할 정도로 볼만한 장관을 이룬다. 간토 축제는 여름 시즌에 열리지만 시내에 간토 마쯔리에 대한 자료와 전시품들을 모아놓은 박물관이 있어 언제든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나마하게 세도 축제도 아키타현을 대표하는 마쯔리이다. 나마하게는 우리로 따지면 도깨비와 비슷하다. 신년이 다가오면 마을마다 안팎을 정갈하게 하고 음식과 술을 준비해 나마하게를 맞을 준비를 한다. 나마하게로 뽑힌 마을 청년들은 가면과 짚을 엮어 만든 복장을 입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한 해 재앙을 막고 복을 빌어주는 의식을 진행한다. 나마하게 박물관에 가면 여러 종류의 나마하게 탈과 영상 자료들을 볼 수 있으며 나마하게 의식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시연도 해준다.


★ 눈물을 흘리는 아키타 성모

카톨릭이나 천주교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아키타라는 지명이 낯익을 수도 있다. 아키타 성체봉사회 수녀원은 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상으로 유명한 곳이다. 1975년부터 1981년까지 자그마치 101회에 걸쳐 눈물을 흘렸다고 기록돼 있다. 목격자만 2000명에 이를 정도. 1983년 오기선 신부가 직접 눈물을 흘리는 광경을 목격해 이를 한국에 소개했다.아키타 성모 마리아는 목각상으로 아키타 대학에서 이 눈물을 분석한 결과 ‘인간의 체액, 즉 눈물이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일본 아키타현 글·사진=정은주 기자 eunjury@traveltimes.co.kr
취재협조=요코소 재팬
동북실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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