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 위의 천국, 항저우로의 행복한 여정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항저우까지 3시간. 집에서 인천공항, 그리고 상하이로 내달린 시간과 맞먹는 거리를 달려 항저우로 향한다. 버스가 달리는 내내 밋밋하게 펼쳐지던 논과 밭의 풍경은 항저우에 이르러 단아한 도시의 모습으로 제 모습을 바꾼다.
어둠이 내리는 도시에는 눈을 간질이는 작은 불빛이 켜지는 참이다. 그 속, 정돈된 거리와 적당한 높이의 건물들 사이로 활보하는 이들의 표정이 행복하다. ‘하늘에는 천국, 땅에는 항저우와 쑤저우’라는 말의 뜻, 새기지 않아도 느껴지는 듯하다.

-아름다운 향기 가득한 서호의 오색 찬란한 물빛

여전히 걷히지 않은 안개를 헤치고 서호로 향한다. 중국 36개의 서호 중 가장 아름답다는 항저우의 서호. 호수 선착장 입구에 자리한 화항관어(花港觀魚)에 들러 아름다움의 환희를 잠시나마 맛본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연못을 가득 메운 오색찬란한 물고기들. 그들의 유영에 반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이들의 번잡한 모습이 연못 한 켠에 물 그림자를 내비치며 조용히 선 누각의 모습과 대조된다.

청나라 건륭 황제는 늘 서호의 모습을 그리워했다. 허나 말을 타고 걸어 항저우에 오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을 터. 항저우 서호의 모습을 꼭 닮은 베이징의 서호는 그래서 만들어지게 됐다.

서호 10경 중의 하나인 화항관어에 들러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일화를 떠올린다. 헌데 아쉽게도 넓디 넓은 호수와 그 속에 숨은 아담한 풍경까지 천천히 돌아 서호의 정취를 즐기기에 우리에겐 여유가 없다. 하루를 꼬박 투자해 산책하듯 이곳을 걷고 싶지만 쫓기는 일상에 발맞춰 쫓기듯 여행하는 이들에겐 꿈만 같은 이야기다.

그리하여 선택한 수단이 호수를 가로지르는 배다. 조용히 물살을 가르는 배는 항저우의 단아한 모습과 꼭 닮았다는 보석산 보숙탑도, 모택동과 장개석의 별장도 무심히 지나간다. 단지 안개에 싸여 실루엣으로 남아버린 그들의 모습과 노를 저어 호수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엿본다.

■ 신비한 기운이 솟는 영은사

신들이 은거했다는 절, 영은사(靈隱寺). 326년에 창건, 전쟁과 화재로16번이나 중건했다는 이곳 사찰은 지난 2001년에야 속세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시간 범인들과 접하지 않아서인지, 절을 감싼 산에 새겨진 불상과 자연스레 생겨난 동굴에서는 신비한 기운이 솟아나는 듯하다. 사천왕상을 모신 불당에 청 황제인 강희제가 친필로 쓴 ‘운림선사(雲林禪寺)’ 현판도 다름 아니다. 술에 취한 강희제는 영은사의 영(靈)을 쓰려다 많은 공간을 허비해 우(雨)를 쓰고 만다. 이에 재빠르게 생각해 낸 이름이 운림선사. 신비한 제 모습에 딱 맞는 현판의 이름은 그렇게 탄생하게 됐다.

신비한 기운을 받으려는 듯, 영은사에는 소원을 비는 이들도 참 많다. 안개인 듯, 구름인 듯, 절을 가득 메운 연기의 정체는 많은 이들의 소원을 대변하는 향이다. 떠다니는 그 향을, 소원을, 모두 안아야 하는 영은사 대웅전의 석가모니불은 그래서 참으로 거대하다.

■ 첸탕강 물줄기에 숨은 비밀 ‘육화탑’

항저우의 아침은 안개가 휩싸 안았다.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첸탕강 물줄기 너머로 매력적인 실루엣을 뽐내며 육화탑이 서 있다. 바다와 물줄기를 마주하는 첸탕강은 예로부터 재해가 많았던 곳이다. 특히 일 년에 한 번, 바닷물이 강으로 역류할 때면 잔잔하기만 하던 물줄기는 무섭게 돌변해 마을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삼켜버렸다. 그리하여 세워진 탑이 육화탑. 동, 서, 남, 북, 하늘, 땅의 평화를 기리는 의미로 육화(六和)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레 육각을 이룬 탑이려니 했던 짐작은 탑에 숨은 의미를 되새기며, 팔각형의 탑을 바라보며 깨지고 만다. 깨어질 듯 고요하기만 한 첸탕강 물줄기의 비밀은 달리 있었으니.

항저우 글·사진=이진경 객원 기자 jingy21@hanmail.net
취재협조=상해항공 02-317-8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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